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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을 NFL 스타선수로 키워낸 여성 이야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산드라 블록의 열연 빛났던 <블라인드 사이드>

23.06.05 11:11최종업데이트23.06.0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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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컨퍼런스 8번시드 마이애미 히트를 NBA 파이널까지 끌어올린 에이스 지미 버틀러는 승부사들이 가득한 NBA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연습벌레이자 독종으로 유명하다. 버틀러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시절 워라밸(?)을 중시하며 연습을 게을리했던 팀 동료와 마찰을 일으켰던 사건은 농구팬들 사이에서 꽤 유명하다. 이 때문에 가끔은 '젊은 꼰대'로 불리기도 하지만 그런 독종기질이 지금의 버틀러를 만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버틀러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슈퍼스타로 성장한 선수로도 유명하다. 13살 때 친모에게 버림 받고 친구집을 전전하던 버틀러는 16살 때 어김없이 친구인 조던 레슬리의 집에 신세를 졌다. 그리고 조던의 어머니였던 미셸 램버트 여사는 버틀러를 친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웠다. 이후 버틀러는 램버트 여사의 가르침대로 몸에 그 흔한(?) 문신조차 하지 않으며 농구에만 전념했고 오늘날 NBA를 대표하는 스타선수가 됐다.

이처럼 유명한 운동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나 코치, 또는 양부모 등의 영향을 받아 어두운 쪽으로 엇나가지 않고 운동에 전념해 바르게 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미식축구 최고의 무대인 NFL에서 오펜시브 태클로 활약했던 마이클 오어 역시 버틀러와 비슷한 케이스였다. 그리고 오어의 실화는 2009년 존 리 핸콕 감독에 의해 <블라인드 사이드>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NFL 선수 마이클 오어와 그의 양부모 리 앤 투오이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NFL 선수 마이클 오어와 그의 양부모 리 앤 투오이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꾸준히 제작되는 미식축구 소재 영화들

국내에서는 일부 열성팬들만 즐기는 마이너 스포츠지만 '프로스포츠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 미식축구의 인기는 야구와 농구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특히 미식축구대회의 단판 결승전인 '슈퍼볼'이 있는 날에는 미국에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축제의 장이 열린다. 그만큼 미식축구는 미국인들에게 최고의 인기스포츠이기 때문에 할리우드에서도 미식축구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주인공의 인생에서 잠시 스치듯 지나갔던 <포레스트 검프>를 제외하면 대중들에게 가장 유명한 미식축구 영화는 톰 크루즈가 스포츠 에이전트를 연기했던 <제리 맥과이어>다. <제리 맥과이어>는 회사에서 해고 당한 제리가 무명의 미식축구 선수 로드 티드웰(쿠바 구딩 주니어 분)과 에이전트 계약을 하고 로드를 미식축구 스타로 성장시키는 영화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로 유명한 르네 젤위거의 초창기 시절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2000년 덴젤 워싱턴이 주연을 맡은 <리멤버 타이탄> 역시 버지니아주의 고등학교 미식축구 팀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다. 덴젤 워싱턴이 연기한 허먼 분 코치가 백인 고등학교와 흑인 고등학교를 통합한 T.C. 윌리엄스 고교의 미식축구팀 코치로 부임해 인종을 뛰어넘는 '원팀'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뻔한 스포츠 영화의 공식을 따르지만 3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1억 36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크게 성공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2005년에는 <펀치 드렁크 러브>와 <첫 키스만 50번째>로 명성을 높이던 코미디배우 아담 샌들러가 <롱기스트 야드>를 통해 미식축구영화에 도전했다. 승부조작과 음주운전으로 감옥에 가게 된 미식축구 쿼터백 스타가 재소자들을 모아 미식축구팀을 결성한다는 내용의 코미디 영화다. 스포츠 영화답게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마이클 어빈을 비롯해 프로레슬링 스타 스티브 오스틴, 빌 골드버그 등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카메오로 출연했다.

1990년대 초반 할리우드를 주름 잡았던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을 맡았고 '블랙팬서' 고 채드윅 보즈먼이 조연으로 출연했던 영화 <드래프트 데이>는 경기가 아닌 미식축구 신인 선발전 '드래프트'를 소재로 한 영화다. 물론 흥행성적은 2900만 달러에 머물렀고 국내에서도 1만 관객에 그칠 정도로 외면을 받았지만 신인 드래프트 전후의 긴장감을 잘 표현한 영화로 스포츠 팬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산드라 블록 커리어 최고의 연기
 
 리 앤(오른쪽)은 미식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던 마이클에게 '희생'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줬다.
리 앤(오른쪽)은 미식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던 마이클에게 '희생'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줬다.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블라인드 사이드>는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년 동안 NFL에서 오펜시브 태클로 활약했던 마이클 오어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실제로 빈민가에서 성장한 마이클은 친구 아버지의 도움으로 크리스천 스쿨에 입학하고 위탁가정에 입양되면서 본격적으로 미식축구를 시작해 NFL 선수로 성장했다. D- 수준이었던 학점을 가정교사의 도움으로 2.52점까지 끌어올린 일화 역시 영화적 과장이 아닌 실제 마이클이 경험했던 '실화'다.

2009년 11월에 북미에서 개봉한 <블라인드 사이드>는 29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제작비의 10배가 넘는 3억 900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기록했다. 이는 2013년 <그래비티>가 개봉하기 전까지 산드라 블록의 최고 흥행기록이었다(목소리 출연까지 합치면 11억 5900만 달러 흥행의 <미니언즈1>이 1위). 또한 <블라인드 사이드>는 실존인물을 모델로 한 여성배우 단독 주연 영화 중 가장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영화의 제목인 <블라인드 사이드>는 '사각지대'를 의미하는 단어로 미식축구에서 쿼터백은 공을 던질 때 왼쪽이 잘 보이지 않아 상대 태클에 무방비로 놓이게 된다. 따라서 같은 팀 왼쪽 태클이 쿼터백을 보호해야 하는데 영화 속에서 마이클(퀸튼 아론 분)은 리 앤(산드라 블록 분)의 충고에 따라 쿼터백을 가족이라 생각하고 보호한다. 또한 '블라인드 사이드'는 리 앤을 만나기 전 마이클처럼 낙후된 환경에서 자라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라는 뜻도 있다.

사실 <블라인드 사이드>에서 산드라 블록이 연기한 리 앤 역은 처음엔 줄리아 로버츠에게 캐스팅 제안이 갔다고 한다. 하지만 극 중 리 앤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것과 달리 줄리아 로버츠는 힌두교 신자였기 때문에 이 역할을 끝까지 고사했다. 결국 리 앤 역할은 산드라 블록에게 돌아갔고 산드라 블록은 <블라인드 사이드>를 통해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미배우조합상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배우인생의 정점을 찍었다.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퍼펙트 월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미드나잇 가든> 각본작업에 참여했던 존 리 핸콕 감독은 2002년 야구영화 <루키>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2004년에 개봉한 전쟁 드라마 <알라모 전투>가 흥행 참패하면서 위기에 빠졌던 핸콕 감독은 <블라인드 사이드>를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 핸콕 감독은 그 후 <세이빙 MR. 뱅크스>와 <파운더> <하이웨이맨> 등을 연출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경비원 출신 배우가 간절함으로 따낸 배역
 
 콜린스(오른쪽)는 친구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마이클에게 먼저 다가갔다.
콜린스(오른쪽)는 친구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마이클에게 먼저 다가갔다.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블라인드 사이드>에서 마이클 오어를 연기한 퀸튼 애론은 오디션 당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애론은 오디션을 마친 후 영화 관계자에게 혹시 자신이 캐스팅이 안 되면 세트장 경비원이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며 연락처를 남겼다. 그런 간절함이 통했을까. 애론은 주인공 중 한 명인 마이클 오어 역에 낙점됐고 선수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점점 성장하는 오어를 잘 표현하면서 현재까지도 배우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백설공주>와 <러브, 로지>, 봉준호 감독의 <옥자>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릴리 콜린스는 신인 시절 <블라인드 사이드>에서 산드라 블록의 딸 콜린스를 연기했다. 콜린스는 오지랖이 넓은 엄마 때문에 거구의 흑인 또래남자와 한집에 살게 됐음에도 편견 없이 상냥하게 마이클을 대한다. 특히 도서관에서 혼자 앉은 마이클을 향해 수근거리는 여자아이들을 본 후 조용히 마이클 옆에 앉아 함께 공부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미저리>에서 광기에 물들어가는 애니 윌크스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캐시 베이츠는 <블라인드 사이드>에서 학점이 부족해 대학진학이 어려워진 마이클의 과외선생님 슈 여사로 출연했다. 실제로 슈 여사는 맞춤형 교육을 통해 기본기가 부족한 마이클의 성적을 향상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마이클이 무서운 이야기를 싫어한다는 특징을 이용해 라이벌 대학의 괴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존 리 핸콕 감독 산드라 블록 퀸튼 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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