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
프라이빗커브
이번 공연에서도 거장의 유연함은 빛났다. 자신의 노래 'Black Superhero'와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을 매시업(Mashup)한 순간이 상징적이었다. 로버트 글래스퍼는 내리는 비조차도 공연의 일부로 만들었다. 잘 쪼개진 저스틴 타이슨의 드럼, 로버트 글래스퍼의 피아노가 빗소리와 만나면서 새로운 음악으로 탄생했다. 그는 'Standing In The Rain'이라는 애드립을 공연 중간에 넣기도 하고, 퇴장할 때는 팝의 전설 프린스(Prince)의 'Purple Rain'을 틀었다. 이보다 완벽한 선곡은 없다.
여러분 너무 보고 싶었어요
그 다음 무대를 장식한 주인공은 빅뱅의 태양이었다. 뮤직 페스티벌에는 다소 이질적인 뱅봉(빅뱅 팬덤 '브이아이피'의 응원봉)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풀 밴드를 대동한 채 등장한 태양은 신보 <Down To Earth>의 수록곡은 물론 'Just A Feeling', '웨딩 드레스', 'Move' 등 올드 팬의 향수를 자극하는 노래도 잔뜩 들려 주었다.
그는 대중 가수답게, 관객이 자신에게 보고 싶어하는 것을 모두 보여 주고자 했다. 명불허전의 퍼포먼스가 그것이다. '링가링가'나 신곡 '슝'의 격렬한 춤을 추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보컬을 들려 주었다. 심지어 최근 온라인상에서 밈(Meme)으로 떠오른 '여러분, 너무 보고 싶었어요'의 앵콜도 들려 주었으니 빈틈이 없다. 태양의 무대에서도 비는 충실한 조연이었다. '나의 마음에', '눈, 코, 입' 등 진중한 발라드 넘버를 부를 때는 오히려 비가 서정성을 극대화해주는 역할을 해 주었다.
브라질 음악을 상징하는 존재인 세르지오 멘데스(Sergio Mendes)는 '진정한 보사노바를 보여 주겠다'며 팔순의 나이를 잊게 했다. 국내에서 유독 많은 팬덤을 보유한 덴마크 가수 크리스토퍼에 대한 열광도 뜨거웠다. 시원한 노래 솜씨와 수려한 외모를 보고 나니, 그에 대한 열광이 납득되었다.
한편 첫째날인 26일에는 미카의 공연이 펼쳐졌다. 2020년 단독 내한 공연이 팬데믹으로 인해 취소된 설움을 풀기라도 하듯, 스탠딩 구역 안으로 들어가 관객들과 함께 뛰었다. 마지막 날에는 아일랜드 출신의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가 헤드라이너로 나섰다. 2013년 서재페 공연 때와 마찬가지로 빗속에서 명곡 'The Blower's Daughter'를 부르는 장관이 연출되었다. 노르웨이의 신성 시그리드(Sigrid), 미국의 인디팝 밴드 AJR의 첫 내한 역시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