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연병장 하염없이 뛰어" 6년 공백기가 태양에게 준 교훈

[TV 리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23.04.27 13:58최종업데이트23.04.27 13:58
원고료로 응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가수 태양이 6년 공백기에 대한 속마음과 아내 민효린과의 러브스토리를 솔직히 털어놓아 눈길을 끌었다. 4월 26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191회에서는 '태양은 가득히'편으로 한국인 최초 '태양의 서커스' 단원 홍연진, 과학 크리에이터 궤도, '빅뱅'의 태양이 출연하여 부단한 노력으로 일궈낸 태양처럼 빛나는 인생사를 전했다.
 
'태양의 서커스'는 서커스를 위대한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1984년 캐나다에서 기 랄리베르테와 단원들로부터 소규모로 시작되었고, 1993년 라스베가스에서 상설무대를 오픈하며 이름을 떨치면서 세계적인 공연으로 자리잡았다. 홍연진은 '태양의 서커스' 한국인 최초 단원이자 메인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이다.
 
'태양의 서커스' 안에는 총 19개의 공연이 있으며 홍연진이 활동하고 있는 '오 쇼'는 유일한 워터 쇼이자 라스베가스 3대 쇼로 불린다. 하루에 두 번, 일주일에 10번, 1년에 480번 공연을 펼치며 티켓값은 VIP 자리가 700불~800불에 이른다. 홍연진은 공연을 하면서 방탄소년단 진과 제이홉 스티븐 호킹 박사, 한스 점머 등 세계적인 유명인들을 만났다고 밝혔다.
 
오쇼 단원들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비롯하여 모두 국가대표 출신으로 구성되어있다. 홍연진 역시 싱크로나이즈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었다.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 출전했고 24살의 젊은 나이에 은퇴했다.
 
홍연진은 '태양의 서커스'에 지원하게 된 계기에 대하여 "은퇴를 하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 비인기종목이라 실업팀도 활발하지 않았다. 코치로 전향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선수로서의 활동을 놓치고 싶지않았다"고 고백했다. 홍연진은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을 못하게 되니까 절망감도 많이 느꼈다가, 그러면 '내가 제일 잘하는 일로 길을 찾아보자'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태양의 서커스' 첫 한국인 단원 "공연 보고 충격"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태양의 서커스' 측에 2008년에 자체 제작한 데모 비디오를 보내고 8개월 동안 연락을 기다리면서 홍연진은 가족과 함께 미국에 가서 공연을 직접 관람하기도 했다. 그때도 혹시나 오디션 기회가 있을까 수영복을 챙겼다는 홍연진은 "공연을 보고 충격을 받아서 일어나지 못했다.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왜 아직 연락이 안오나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8개월 만에 연락이 받고 트레이닝에 합류하게 된 홍연진은 "모든 게 신세계였다. 회사 자체가 분위기가 자유롭고 좋았다. 아티스트로 일했던 사람들은 모두 본인의 머리 모양을 본뜬 석고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나도 욕심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홍연진은 두 달 정도 트레이닝을 받던 중에 급하게 투입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같이 훈련하던 일본 친구보다 먼저 기회를 잡았다. 임시직으로 시작했던 공연은 계약이 종료되기 전에 정규 16인 중 1자리가 빠지게 되면서 홍연진이 정식 단원으로 올라설 수 있는 타이밍이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홍연진은 '태양의 서커스' 첫 한국인 단원으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홍연진은 "트레이닝룸에는 각 단원들의 나라별 국기가 걸려있다. 14년 전에 처음 갔을 때는 태극기가 없었다. 제가 입단하고 이틀 만에 태극기가 걸렸다. 그때 저 태극기가 빳빳해질 때까지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뿌듯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고난도의 기술을 펼쳐야하는 서커스는 종종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홍연진 역시 공연 중 사고로 실신하여 응급실에 가기도 했다고. 힘들었던 적응기간을 거쳐 홍연진은 현재는 어엿한 싱크로 코치이자 팀장의 반열에 올랐다. 아티스트 선발, 무대 올라가기 전 안전 수칙 및 안무 교육, 공연 전 라인업 구성 등이 모두 그녀의 몫이다.
 
홍연진은 "아티스트만 할 때는코치가 하라는 일을 하면서 즐길 수 있었는데, 팀장을 하면서 고충을 느끼고 있다. 위에서는 '이렇게 해라', 밑에서는 '이렇게 못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일할 때는 강력하게 하는 편이라서 '이거는 해야 한다'고 합리적으로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편으로 홍연진은 14년간 약 5000번 공연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관객들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최근 공연에서는 백발의 노인 관객이 베레모를 벗어 가슴에 대고 목례를 해주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홍연진은 인생과 서커스의 닮은 점에 대하여 "'라이프 이즈 서커스' 라는 말이 있다. SNS에서 보이는 화려함이란 서커스 무대와 비슷하다. 근데 서커스도 무대 뒤에는 많은 고충이 있다. 사람들의 삶처럼"이라고 비유하며 "매번 한계에 도전하고 많은 일을 한번에 해내야 한다. 인생도 서커스처럼 보여지는 게 다가 아니듯이,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우주라는 무한한 궤도를 탐구하여 사람들을 경이로운 과학의 세계로 인도하는 과학 크레이에터 궤도가 다음 자기님으로 출연했다. 궤도는 태양의 신비를 비롯하여 과학이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맛깔나는 입담으로 설명해줬다.
 
궤도는 칼 세이건의 어록을 인용하여 "너무나도 크고 광활한 우주에게 우리 인간은 너무 외로운 존재다. 그 외로움을 버틸 수 유일한 방법은 사랑뿐이다. 작고 미미한 우리에게 사랑을 주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주는 게 바로 과학"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궤도는 보이저 탐사선에 촬영한 '창백한 푸른점(지구)' 사진을 언급하며 "이걸 보면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우리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아끼고 사랑하고 배려해야 하는지 느끼게 된다. 이 점 위에서는 어떤 철학과 정치 성향도 남녀 구분도 의미가 없다. 한 도트 안에 살고있는 똑같은 생명체인 것이다"라고 설명하며 "이걸 보고나면 절대 누구에게도 무례할 수 없다. 왜냐면 우리는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니까. 모두가 이런 생각을 해야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수 윤하의 노래 '사건의 지평선'이 궤도 덕분에 탄생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언급했다. 사건의 지평선은 블랙홀에서 넘어가는 시점을 의미한다. 윤하가 이를 연인간의 헤어진 두 지점의 이야기로 해석하며 명곡이 탄생했다고. 궤도는 "블랙홀을 연구하는 후배가 결혼을 했다. 근데 축가로 '사건의 지평선'이 들리더라. 블랙홀을 연구하는 천문학자의 결혼식에 이 노래가 울려퍼진다는 게 감동적이었다"면서 "그런데 윤하님한테 영상을 찍어서 보냈더니 '이 슬픈 노래를 결혼식장에서 틀다니?'라고 하시더라"라는 반전 고백으로 폭소를 자아냈다.
 
모든 걸 다 과학적으로 생각하다보면 피곤하지 않을까. 하지만 궤도는 "내가 원하는 건 모든 사람들이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라며 "세상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는데 그걸로 상처를 많이 받는다. 과학적으로 사고하면 인과관계가 만들어져서 합리적인 게 된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IMF 경제위기에 '연예계 데뷔' 결심한 태양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2세대 케이팝을 이끌었던 전설의 그룹 '빅뱅'의 메인보컬 태양이 마지막 자기님으로 출연했다. 태양은 "6년 동안 군대도 다녀오고, 아기도 태어났고, 새 앨범을 만드느라 정신없이 지냈다"고 근황을 전했다. 아내인 배우 민효린은 '육아중'이라고 밝힌 태양은, "아내가 센스가 좋아서 앨범과 방송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준다. 이번 활동에서는 옷은 이렇게 입었으면 좋겠다', '어떤 표정을 지었으면 좋겠다'를 알려준다. 저도 많이 수용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으로 태양은 자신의 '사랑꾼' 이미지가 부담스럽다고 고백했다. 태양은 "사랑꾼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와이프가 은연중에 '사랑꾼이 더 잘해야 하지 않겠냐'고 한다"고 압박한다는 사실을 폭로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18개월 된 아들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저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내 얼굴이 많이 나온다. 실제로 밖에 나가면 와이프 얼굴이 많아서 딸이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제 막 걷고, 엄마 아빠를 알아보고, 표현하기 시작하니까 너무 예쁘다"라고 아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태양은 독특하게도 IMF 경제위기 시절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래를 생각하게 된 것이 연예계 데뷔를 결심하는 계기로 이어졌다. "가족들이 경제적 상황 때문에 힘겨워하는 모습이 어린 나이에도 보기 힘들더라"고 털어놓으면서도 한편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공부로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잘 안들었다"는 놀라운 자기객관화로 폭소를 자아냈다.
 
태양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열심히 하면 우리 가족들을 힘들지 않게 할 수 있는 성공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어디서도 못했다"고 처음으로 고백했다.
 
13세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태양은 6년의 시간을 묵묵히 버텨 빅뱅으로 마침내 데뷔했다. 연습생 시절, 남들보다 랩이나 노래, 춤 등이 더 뛰어나지 않다는 불안감과 보장된 미래가 없다는 막막함 속에서도 태양은 "이상한 자신감이 있었다. 꼭 데뷔해서 세계적인 무대에 서는 가수가 될 것 같았다. 그렇게 꿈을 꾸고 생각해야 불안감이 사라지니까"라며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을 설명했다. 당시 태양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힘든 시기를 이겨낸 절친이 바로 G드래곤이었다.
 
태양은 한때 자신의 예명이 '태권'이었고 실제 잠시 활동도 했다는 웃픈 비하인드 스토리도 고백했다. 정작 태권도랑 아무 연관도 없었지만, 어릴 때라 소속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는 태양은, 데뷔 이후에야 가수로서의 이상향에 맞는 이름을 찾다가 지금의 태양이 되었다고 밝혔다.
 
연습생 시절 출연한 '리얼다큐 빅뱅'에서부터 이미 남다른 성실성으로 극찬이 자자했던 태양은 "내가 어떤 음악을 해야하는 가수가 되야할까 늘 고민했다. 성실하게 임하려는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마음을 잊고 얻어지는 결과물들이 나에게 큰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이유를 밝혔다. 빅뱅은 데뷔 이후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K팝을 이끄는 보이그룹으로 성장했고, 세계적인 가수가 되겠다던 태양의 꿈은 현실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태양은 의외로 한창 인기를 끌던 시절에도 연애 경험이 별로 없었다고 고백했다. 태양은 노래 가사 속 주인공이 이기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나만 바라봐'가 "'가끔 내가 연락이 없고 술을 마셔도 나만 바라봐?' 사실 말도 안 되는 가사다"라고 원곡자임에도 셀프 디스를 하며 비판을 인정했다. 정작 태양은 바람둥이같은 노래 가사와는 정반대로 연애에 무지하여 주변에서 전화번호를 묻고 호감표시를 해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며 의도치 않은 '철벽남'이 된 사연을 밝혔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아내 민효린과의 러브스토리도 공개됐다. 두 사람은 2014년 태양의 '새벽한시' 뮤직비디오에 민효린이 출연하면서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태양은 "그때 뮤직비디오 촬영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여자 주인공을 섭외해야 하는데 주변에서 민효린이 어울릴 것 같다고 제의를 해줬고, 지인들을 통해서 연락을 했다"라며 "급하게 부탁을 했는데도 흔쾌히 해주셔서 촬영장에서 만났다. 사례의 의미로 같이 식사를 했는데 말이 너무 잘 통했다. 이성과 이야기하는 게 불편할 수도 있는데 잘 이끌어줬다"고 전했다.
 
태양은 민효린에게 먼저 만나고 싶다고 연락을 했다면서  "당시에는 누나라고 불렀다. 만나면 만날수록 너무 좋았다. 이 사람이라면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태양의 대표곡인 '눈, 코, 입' 노래의 주인공도 바로 민효린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태양은 "연애 경험이 없으니까 몰랐던 것도 많았다. 그러다가 좀 헤어지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눈, 코, 입'을 만들었다"고 밝히며 "이 노래를 만들면서 다시 잘 만나게 됐다. '이때 내가 느꼈던 감정을 표현한 곡'이라면서 들려줬는데 아내가 너무 좋아해줬다"라고 다사다난했던 러브스토리를 밝혔다.
 
태양은 의도하지 않았던 6년 공백기를 이야기하면서 간접적으로 승리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태양은 "너무 안 좋은 상황들의 연속이다 보니 어려웠다. '음악을 더 이상 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군대 안에서 고립되어 있다 보니 너무 답답했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태양은 군복무를 하던 시기, 답답한 마음에 저녁 시간에 연병장을 하염없이 뛰다가 눈앞에 아름다운 노을이 펼쳐지는 것을 목격하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태양은 "노을이 마주하는 건 새로운 아침이 아니라 계속 반복되는 어둠이다. 노을은 밤만 마주하는데도, 묵묵히 자신이 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세상을 물들이고 밤을 맞이한다. 나 또한 지금 어려운 일이 생기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으로 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보자"고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내가 가수로 다시 음악을 하게 된다면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자. 그렇지 않으면 다시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고 느꼈다. 전역한 이후에도 저를 변함없이 기다려주는 팬들에게 진짜 감사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태양은 "앨범을 내고 무대에 서는 게 언젠가부터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힘든 시간을 겪고 나니까 그게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음악을 만들어서 무대에 서는 일이 너무나 소중한 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하며 아티스트로서의 초심과 더 성숙해진 마음가짐을 다짐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유퀴즈 태양 홍연진 궤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