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역에 울려 퍼진 김복동의 외침 “일본 정부는 사죄하라”>의 한 장면
뉴스타파
- 지금 일본은 과거 자신들이 저지른 문제들을 못 받아들이는 거죠?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못 받아들인다기보다 1993년 고노 담화, 1995년 무라야마 담화까지만 해도 뭔가 일본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 문제들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1996년에는 유엔 인권위를 통해서 일본군의 '위안부 제도'를 성노예 제도라고 표현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아예 모든 것을 부정하잖아요. 그리고 교육도 하지 않으니, 일본인들은 이런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아예 모르게 되어버리고요. 결국 일본 사회는 이런 과거 일본의 문제들에 대해 결국, 무관심하게 되어버린 거 같아요."
- '위안부' 문제는 끝났다고 가르치는 거 아닌가요?
"'다 끝난 문제'라고 얘기하는 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할 때죠. 그러니까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협정, 2015 한일 합의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끝났다고요. 일본은 매번 한국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 피해자들은 항상 일관된 입장이었어요. '피해자인 우리에게 일본 정부가 제대로 사과하라'였거든요. 배상금에 대해서도 합의금이니 위로금 이런 꼼수 부리지 말라는 것도 피해자들의 일관된 입장이었어요.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할 만큼 했다고 하고, 다 끝났다고 하죠."
- 우리 정부 책임도 있잖아요.
"그렇죠. 우리 정부가 책임이 크죠. 현재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 일본 정부에 가장 큰 빌미를 준 건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예요. 합의문에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문구를 우리 정부가 넣은 거잖아요. 그 합의에 의해서 일본 정부가 돈을 내고 한국 정부가 재단도 만들었고요. 애매한 상황을 우리 정부가 용인해 줬기 때문에, 지금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거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만들어진 합의문은 결국 외교적으로 부정할 수가 없잖아요. 아마 전임 정부도 그것을 돌이킬 수 없었기 때문에 난감했을 거라고 봐요. 그래서 외교는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거죠. 대통령이 어떻게 역사에 책임을 집니까. 임기 5년 대통령은 그래서 더 신중해야죠."
- 재일조선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많나 봐요?
"재일조선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여전히 많이 노출돼 있었어요. 많은 재일조선인이 굉장히 조심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재일조선학교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교복이 한복이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에 이 한복 교복을 입은 재일조선학교 학생에 대해 어떤 일본인이 커터칼로 옷을 찢는 범죄가 벌어졌다고 해요. 한복을 입었다고, 혐오범죄의 표적이 되는 거죠.
그 후 재일조선학교 측에서는 외부에서 입고 다닐 때 범죄 표적이 되지 않도록 평범한 교복과 같은 제2 교복을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제2 교복이라는 이름으로 입고 등하교하는 거죠. 학교에 도착하면 원래 교복으로 다시 갈아입고요. 그런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2년 전에는 재일조선인들이 거주하는 교토 외곽의 우토로 마을에 일본인 20대 청년이 방화 범죄를 저지르 사건이 있었어요. 창고에다 불을 질렀는데 인근의 집 4채가 피해를 입었다고 해요. 그런 이야기를 듣는 내내 많이 답답했습니다."
- '김복동의 희망'이라는 장학금 받은 박형화 학생과 전화 통화하셨잖아요. 어떠셨어요?
"박형화 학생이, 교토조선중고급학교 출신이어서, 교토 상영회에 가면 만날 수 있다는 정보를 준비위 측에서 얘기해주었어요. 그런데, 가서 보니 장학생 4명 중 3명이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상영회에 참석하신 학교 선생님을 통해 전화 통화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통화를 했는데 박형화 학생도 5년 전인 2018년에 김복동 할머니를 만났었던 그 시간을 지금도 생각하면서 살아간다고 하더라고요. 지치고 힘들 때면 할머니의 말을 떠올리면서 마음도 다잡는다고 했어요. 할머니와 만났던 그 짧은 시간이, 여전히 머리에 깊이 남아 있다는 말을 들으니, 제가 오히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형화 학생은 지금 도쿄에 있는 재일조선대학교에 교육학부에 다니는데, 졸업하면 다시 교토로 돌아가서 조선학교 선생님이 계획이라고 했어요. 형화 학생은 특히 할머니가 한 말 중에 '조국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차별 속에서 사는 재일 교포들에게 굉장한 힘이 되었던 말이었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던 거 같아요."
-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발언 등을 담으셨던데 지난 3월 윤석열 정부의 행보 어떻게 보셨어요?
"윤석열 대통령이 그렇게 사건을 덮으려고 하거나, 적당히 타협하려고 해도, 역사적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만나서 자기가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이 문제는 해결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하셨거든요. 그런데, 그런 피해자를 두고, 일본이 사과할 만큼 했다고 말하는 게 많이 놀라웠습니다. 피해자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한 사실이 없는데, 사과가 충분하다는 사실이 아닌 말을 하는 걸 보면서, 많이 답답했습니다. 왜 우리 대통령이 일본의 극우들과 같은 주장을 하는 건지, 이해도 되지 않고요. 다시 한번 또 2015 한일 합의 같은 그릇된 결정과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됩니다. 우리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대통령이 심사숙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번 다큐를 제작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이번 일본 상영회 통해 생각보다 많은 일본 시민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보여줬다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어쩌면 일본 시민들은 제대로 된 정보에 목마른 상태가 아닐까란 생각도 해봤어요. 도쿄는 500석 객석이 가득 찰 정도였고, 다른 상영장에서도 예상보다 많은 관객이 찾아주었다고 상영 준비하신 분들이 말씀하시더군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알릴 기회만 있어도, 일본 시민들의 변화로 사회가 변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최근 윤석열 정부의 역사 관련한 행태를 보면서, 이 역사 전쟁이 쉽게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하게 됐어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라든가 강제 동원 문제 등을 대하는 일부 국민들의 태도가 일본 극우들의 시각과 비슷한 사람들도 많아지는 것도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생각해요. 수요시위 현장에서 참가자들을 모욕하는 혐오 행위를 벌이는 사람들도 이제는 당당하고 떳떳하게 욕하면서 피해자들 모욕하고 있거든요.
단순하게 역사로만이 아니라, 역사 전쟁이 내가 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관점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립을 다뤄봐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됐습니다. 그저 지나간 일로만 역사를 보는 게 아니라, 역사가 오늘날 어떻게 활용되는지 또 그들은 누구인지 정체도 짚어야 할 것 같고요. 어쩌면, 영화 <김복동> 이후, 우리 역사 훼손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네요. 그런 각오를 진지하게 하게 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