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미치게 하는 남자>의 벤은 여자친구가 파울볼에 맞아 기절해도 늦게 눈치 챌 정도로 야구에 미쳐 사는 남자다.
이십세기폭스필름코퍼레이션
<날 미치게 하는 남자>는 1997년에 개봉한 콜린 퍼스 주연의 영국 영화 <피버 피치>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아스날 FC의 광팬이었던 원작의 주인공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면서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광팬으로 각색됐다. 특히 메이저리그는 1년에 162경기를 하고 열성팬인 주인공은 홈에서 열리는 81경기를 모두 직관한다는 설정이었기 때문에 코미디 영화로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더욱 다양했다.
고등학교 수학교사 벤(지미 펄론 분)은 어린 시절 삼촌 손에 이끌려 보스턴의 홈구장 펜웨이파크에 방문한 후 레드삭스의 열성팬이 됐다. 그렇게 야구만이 인생의 즐거움이었던 벤은 체험학습에서 만난 미모의 비즈니스 컨설턴트 린지(드류 베리모어 분)에게 첫 눈에 반한다. 린지 역시 벤의 순수함에 호감을 가졌고 두 사람은 빠르게 연인으로 발전했다. 보스턴이 가을야구에서 양키스에게 패하며 또 한 번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던 2003년 가을이었다.
두 사람의 사랑이 무르익어 가던 2004년 2월, 린지는 아빠의 생일과 언니의 결혼 기념일이 겹치는 부활절 연휴에 벤에게 자신의 고향집에 가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벤에게는 린지의 집을 방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선약'이 있었다. 바로 벤의 연례행사였던 레드삭스의 스프링 캠프 참관이었다. 그리고 린지는 홀로 방문한 고향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TV를 보다가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레드삭스가 숨쉬기보다 중요하다"고 소리치는 벤을 발견한다.
2004 시즌이 시작되면서 벤과 린지는 점점 서로의 '다름'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벤은 신성한 야구장에 노트북을 가져와 일을 하는 린지를 이해할 수 없고 린지 역시 파울볼에 맞은 자신을 돌보지 않고 공을 주운 관중과 하이파이브 하는 벤을 이해하지 못한다(사실 야구장에서 강습 파울 타구에 맞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지만 <날 미치게 하는 남자>의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이기 때문에 린지는 다행히 경상에 그쳤다).
결국 벤과 린지는 쌓였던 앙금이 폭발하면서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린지와 헤어진 벤은 이별의 후유증 때문에 폐인이 되고 삼촌이 물려준 레드삭스의 시즌권(전 경기를 볼 수 있는 티켓)마저 팔려고 한다. 하지만 린지는 78만원 짜리 암표를 구입해 야구장에 들어간 후 벤에게 "시즌권을 팔지마, 이걸 말릴 만큼 당신을 사랑해"라고 소리친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지던 해, 레드삭스는 거짓말처럼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밤비노의 저주'를 풀었다.
야구장에서 처음 만난 사람을 기억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