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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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귀환'으로 불리우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마지막 자기님으로 출연했다. 조성진은 피아노계의 노벨상으로 불리우는 쇼핑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부상했다. <뉴욕타임스>는 조성진의 연주를 "기적같다"고 극찬했고 지휘장 사이먼 래틀은 "위대한 건반의 시인"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조성진은 "1년에 100번 정도 연주를 한다. 적게 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체력이 될 때 더 많이 경험해보고 싶었다"라며 바쁜 일정으로 외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연주자의 삶을 고백했다. 어린 시절의 조성진은 친구들 사이에서 공부도 잘 했지만 의외로 게임과 소설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영재로 불리우며 전문가들의 극찬을 받았던 조성진은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음악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대회 내내 미스터치가 한 번도 없는 완벽한 연주로 화제가 된 데 대하여 "콩쿠르 때 연주해온 곡들은 어렸을 때부터 친 곡들이 많아서 몸에, 손에 배어 있었다"고 회상하며 "음이 너무 많으니까 미스터치는 매번 나온다. 하지만 그게(정확한 터치)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먼저 들려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조성진은 "음 하나하나보다는 좀더 큰 그림을 보려고 한다. 거의 모든 음악에는 클라이맥스가 존재한다. 아름다운 부분을 계속 아름답게만 표현하면 나중에 중요한 순간에 아름답게 느끼지 못 한다. 내가 특별하게 살리고 싶은 부분을 아낀다고 해야할까? 그게 클래식 음악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콩쿠르 최종심사 채점표가 공개되면서 조성진에게 1점을 준 심사위원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성진은 우승을 차지했다. 조성진은 "만약 그분 때문에 2등이 되었으면 화가 났겠지만, 그냥 그런 의견도 있다고 받아들였다"고 성숙한 반응을 보였다.
'럭키, 해피, 엔조이'는 우승 직후 조성진의 소감이었다. 막상 우승직후에는 실감을 못했다는 조성진은 귀국 후 보쌈집에서 전 서비스를 받고 나서야 자신의 유명세를 실감했다며 엉뚱한 면모를 드러냈다.
조성진은 20대 후반까지 일정한 성과나 수준에 도달하지 못 하면 음악을 포기할 생각도 했었다는 뒷이야기를 밝히며 쇼팽 콩쿠르 이후에야 "이 길이 내 길이구나"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음을 고백했다. 한편으로는 "음악계에서 나는 이제 막 태어난 사람이구나. 어떻게 하면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오래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았었다"라고 고백했다.
조성진은 이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빈 필하모닉 등와 잇달아 협연하며 자신의 오랜 꿈을 이뤘다. 빈 필하모닉과의 공연에서는 대타로 깜짝 섭외되어 난이도가 높기로 악명 높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소화하기 위하여 호텔 로비를 구하여 밤샘연습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조성진은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협연을 마치고 라닉 지휘자와 포옹하면서 울컥했던 감동적인 순간을 떠올렸다.
조성진은 "연주 많이 하고 돌아오면 집에서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쉬는 걸 좋아한다. 정말 단순한 삶"이라며 연주자의 애환을 토로했다. 연주자에게 생명과도 같은 손을 보호해야 하는 만큼 운동이나 다른 취미를 가지기도 어렵다고. 조성진은 "취미로 뭘할까 생각하는 게 취미다. 뭘 할까 고민하다보면 투어 떠날 채비를 해야 한다. 시간이 많아 없다보니 먹는 게 유일한 취미가 됐다"고 고백했다.
조성진은 "하루종일 음악 생각만 하다보니까 직업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주변에서는 음악이 삶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듣지만, 그냥 저는 음악할때가 가장 좋다. 거의 전부인 것 같다"면서 "음악 외에 열정을 쏟을 만한, 좋아하는 일을 아직 못 찾았다"며 뼛속까지 음악인의 면모를 드러냈다.
지금껏 해왔고 지금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평생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평생 천 번에 가까운 연주를 해왔지만 "아직 자신이 완벽히 만족할 만한 연주는 10번도 되지 않는다"는 조성진은 "앞으로 그 횟수를 늘리는 게 제 마음"이라며 새로운 목표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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