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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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과 희망이 주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우리의 인생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3월 22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럭키, 해피, 엔조이' 특집으로 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배우 이도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출연하여 자신만의 특별한 인생 이야기를 전했다.
이지선 교수는 과거 KBS 다큐 <인간극장> '지선아 사랑해' 편에 출연하여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녀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23세에 불의의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으며 인생이 바뀌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좌절하지 않고 "저는 여전히 이렇게 살아있고 살아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계획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며 삶에 대한 긍정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2003년, 그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동명의 에세이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당시 대한민국은 '지선이 신드롬'에 휩싸였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2023년, 이지선은 이제 교수가 되어 23년 만에 모교로 다시 돌아왔다.
이지선 교수는 <유퀴즈> 출연 섭외를 받고 설레는 마음에 친구들을 소집하여 새 의상을 구매하고 라이브 방송을 통하여 패션을 점검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조세호와는 20년 전 <인간극장>에 출연했을 때 남희석과 함께 만난 적이 있다고 반가워했다. 이 교수는 "그때도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다. 언제 뜨나, 언제 뜨나 하고 생각했다"며 팬심을 드러내자, 조세호도 감격하며 "고맙습니다"고 화답했다.
이지선 교수는 그녀의 인생을 180도 바꿨던 사고의 순간을 회상했다. 2000년 7월 30일, 이 교수는 당시 오빠와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사고를 내고 도망가던 음주운전자의 차량과 충돌했다. 차에서 불이 나기 시작하면서 뒷좌석에 있던 이 교수의 몸에 먼저 불이 붙었다. 오빠 역시 그녀를 구하다가 화상을 입었다. 가해자는 사고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 0.35%의 만취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응급실에 실려갔던 이 교수는 생명이 위독하다는 진단을 받고 오빠로부터 "좋은 동생이었다. 잘 가"라는 작별인사까지 받았다고. 하지만 이 교수는 "아직까지 안 가고 이렇게 잘 살아있다"고 너스레를 떨며 웃음을 자아냈다.
화상이 심했던 이 교수는 수술을 받고 상한 피부를 걷어내는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 교수는 "지옥에서나 들릴 법한 소리가 이런 소리일까 싶었다"며 힘들었던 순간을 회상했다.
자신의 심각한 몸 상태, 주변에서 밤마다 세상을 떠나는 중환자들을 지켜보면서 몇 번이나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곁을 지켜주고 기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이 교수도 "살아서 나가야겠다"는 마음을 다잡았다고. 어머니 심정씨는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 엄마로서 낙심한 얼굴을 보이면 안 될 것 같아서. 기도가 모든 걸 감추는 역할도 했다"고 회상했다.
평생을 함께하고 있는 절친들도 사고 당시 이 교수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줬다. 이 교수는 나중에야 알았지만 친구들은 병원을 찾아올 때마다 이 교수 앞에서 절대 울지말자고 약속하며 서로 마음을 다잡았다고. 이 교수는 친구들이 고등학교 시절처럼 돌아가 그 옛날의 자신과 항상 똑같이 대해줬다고 고백하며 "친구들이 올 때마다 참 즐거웠다. 웃는 게 고통을 이기지 않냐"면서 고마움을 드러냈다.
정작 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는 이 교수를 한 번도 찾아오지도 않고 사과를 하지도 않았다고. 듣고 있던 유재석이 오히려 한숨을 쉬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놀랍게도 가해자를 오래 전에 용서했다고 밝히며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도 견디기 어려운 거니까. 그것만큼은 피할 수 있도록 신의 배려가 아니었을까"라고 밝혔다. 또한 "가해자를 잊어버렸기에 제가 살아남는 것에 온전히 집중할 힘을 모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고백하며 대인배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때 보게 된 게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