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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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는 한국 독립영화계의 대들보이자 마당발 형슬우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단편에서 시작해 장편으로 이어졌는데, 영화 후반부가 단편의 메인이고 장편으로 만들면서 앞부분을 붙인 것 같다. 깔끔한 스토리 라인에 중간중간 웃음기 만발한 포인트들이 인상적이다.
그러면서도 입맛 시큼하게 하는 장면이라든지 울먹거리게 하는 장면이라든지 가슴 후벼파는 장면이 나오니, B급에서 시작해 A급으로 나아가 S급으로 끝나는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면, 단순히 연인 관계가 아니라 인간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니 말이다. 나아가 내 삶도 돌아보게 된다.
각본을 제외하곤 배우들의 열연에 절대적으로 기댈 수밖에 없는데, 준호 역의 이동휘 배우와 아영 역의 정은채 배우가 제 몫 이상을 톡톡히 해냈다. 겉도는 듯하다가 순식간에 관계의 핵심으로 도달해 불꽃 튀는 티키타카를 주고 받는 두 배우의 연기는 물이 익은 것 같다. 작품 속 캐릭터에 적절히 스며들었다.
일방적이고 수직적 관계의 안타까움
영화 속 아영과 준호의 관계를 들여다본다. 상당히 일방적이고 수직적 관계로 보인다. 아영은 돈은 많이 못 벌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기 몸 정도는 돌볼 수 있는 전도유망한 미술학도였지만, 공부는 안 하고 노는 데 바쁜 공시생으로 돈 나올 구석이 없다시피 한 오래된 남자친구 준호를 뒷바라지하고 결혼도 하고 싶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고 있다.
아영은 꿈도 뒤로하고 준호를 위해, 준호와의 미래를 위해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일을 하고 있으니 이 관계가 지속되는 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관계 양상은 좋지 않다. '내가 널 이렇게 사랑해! 널 위해 이렇게까지 하잖아!'라며 수평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사랑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지 한쪽이 일방적으로 바라보곤 다른 한쪽도 그만큼 자기를 바라볼 것을 종용하는 게 아니다.
안타깝다. 오래 사귀었다고 능사가 아니다. 처음엔 맞았다고 해도 다가 아니다. 방금까지 괜찮았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녀는 내가 아니라 남이다. 최소한의 긴장감으로 대해야 한다. 그러니 나의 기질 자체를 바꿀 순 없더라도 서로 상대에게 맞출 수 있는 건 맞춰야 한다.
인간 관계를 돌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