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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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의 인품과 관련하여 후배들이 전한 훈훈한 미담들이 많이 알려졌다. <미생>에서 연기했던 배우 전석호는 이성민이 밥을 사주면서 "나중에 잘되더라도 너처럼 혼자 있는 애를 보면 꼭 데려가서 밥같이 먹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극한직업>에 출연했던 이중옥은 "고시원에 살던 시절, 밥을 사주면서 다 먹을 때까지 지켜보고 고시원 방값을 봉투에 넣어 주신 적도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성민은 쑥스러워하면서 "제가 겪었던 것 때문이다. 저도 선배들에게 그렇게 사랑을 받았다. 대단한 것이라고는 생각 안 한다. 후배들이 현장에서 혼자 있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지를 잘 아니까"라고 겸손해하며 "다행히 그 친구들이 잘돼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니까 좋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미생>에서 "어떻게든 버텨라. 여기는 버티는 게 이거는 거다.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아가는 거니까. 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라는 오 과장의 명대사는 수많은 직장인들의 심금을 울리며 공감대를 자아냈다. 그리고 이는 이성민 본인의 젊은 시절을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이성민은 "저 역시도 젊은 시절을 잘 버텨왔다. 미생을 연기하면서 저의 어린 시절이 투영되는 부분이 많아서 많이 공감했다"라고 고백했다.
또한 <미생>에는 비품을 빌리러온 옆 팀 인턴의 실수가 장그래(임시완)가 잘못을 뒤집어쓴 부분에 대하여 오 과장이 술기운을 빌어 "딱풀 좀 빌려주라고, 우리 애만 혼났잖아" 하고 감싸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장그래는 자신을 '우리 애'라고 불러주며 같은 팀으로 받아들여준 오 과장에게 감동한다.
이성민은 "그 '우리 애'라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서울로 옮겨오면서 극단에 소속되었지만 소속감을 느끼지 못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낯설음이 연기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성민은 20~30대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로 "어떻게든 버텨라. 그것이 얼마나 미련하고 불안한지 알지만 그럼에도 '젊음'이라는 것은 축복이다. 20대의 눈물은 아픈 눈물이 아니라 아주 건강한 눈물이니까. 그리고 30대에게는 거듭 포기하지 마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고백했다.
2019년 백상예술대상에서의 수상 소감은 지금도 회자된다. 이성민은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연과 우연, 그런 만남의 결과가 지금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저와 인연이 있었던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성민은 당시를 회상하며 "내가 뭘 했다고 이런 자리에 앉아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때부터 시간이 거꾸로 갔다. 그동안 나를 스쳐갔던 좋은 인연이든 나쁜 인연이든 그 사람들 덕분에 내가 이 자리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의 힘으로 이뤄낸게 아니었던 거다"라고 고백했다.
이성민은 한 다큐멘터리에서 수십년간 묵묵히 외길을 걸어온 한 직장인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나 역시도 그래왔다. 그분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성민은 "수십년간 연기를 하면서 캐릭터의 옷을 입고 산 날이 그냥 나로서 산 날보다 더 많을 것이다. 그만큼 어떤 캐릭터로 현장에 있는 것이 익숙해졌고 편안한 일이 된 것 같다. 그러니까 해야지,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는데"라고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배우인생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예술가인 배우로서,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꿈을 쫓는 직장인으로서 차분하고 우직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이성민의 진솔한 고백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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