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KBO 연봉조정신청서 구단에 승리한 선수는 단 2명, 류지현 전 감독(왼쪽)과 주권(오른쪽)이었다.
LG 트윈스, kt 위즈
단 2명의 선수만 승리한 KBO 연봉조정신청
KBO 연봉조정 제도가 시작된 것은 1983시즌 종료 이후로, 그동안 KBO리그에서 98명의 선수가 연봉조정신청을 택했다. 도중에 취소 없이 조정위원회까지 가서 결과를 받아들인 선수는 총 21명이었다. 이 가운데서 선수가 승리한 경우는 딱 두 차례에 불과했는데, 2002년 류지현(당시 LG 트윈스)과 2021년 주권(kt 위즈)이 그 주인공이었다.
2001년 연봉이 2억 원이었던 류지현은 이듬해 연봉협상에서 2억 2천만 원을 받길 원했다. 전년대비 2천만 원이 오른 금액이다. 반면 구단 측에서는 인상, 동결은 물론이고 오히려 1천만 원 삭감된 금액을 제시했다. 조정위원회는 선수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로부터 19년이 지난 2021년, kt 필승조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주권이 도전에 나섰다. 그의 2020년 연봉은 1억 5천만 원으로, 양 측 모두 금액 인상에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주권과 kt 구단은 각각 2억 2천만 원, 1억 9천만 원을 주장하며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
주권과 kt 구단의 연봉조정위원회 당시 조정위원은 조정 또는 중재 경험이 있는 판사, 검사, 변호사로 5년 이상 종사한 법조인과 스포츠 구단 운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 또는 스포츠 관련 학계 인사 중 5명으로 꾸려졌다. 선수와 구단 측에서 추천한 인사가 1명 포함됐다.
이 자리에서 선수, 구단 측은 자료 등을 제시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전달했다. 객관적인 기준에 의거해 최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힌 조정위원회는 선수의 승리로 결론을 냈다. 무려 19년 만에 연봉조정신청서 선수가 웃었다.
연봉협상 100% 끝낸 구단 거의 없어, 묘한 분위기 감지
지난해에는 연봉조정신청에 대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연봉조정신청 마감일 전날까지도 2023시즌 연봉협상을 마쳤다고 발표한 팀을 찾기 어려운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분명 구단과 평행선을 달리는 선수가 존재한다.
선수 입장에서는 자신의 고과가 연봉협상에 충분히 반영되길 바란다. 원만한 합의를 통해서 도장을 찍는 게 가장 좋지만, 구단의 생각과 눈에 띄는 차이가 있다면 연봉조정신청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다. 2021년 주권의 승리로 '선수는 연봉조정신청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인식이 깨진 것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구단도 선수의 사정이나 생각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연봉협상 대상자 모두에게 선수가 원하는 금액을 안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서 금액을 책정하고, 구단 내부의 상황 등도 고려해야 한다.
예년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 '샐러리캡 제도'가 도입되는 것도 변수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샐러리캡에 있어서 여유가 적은 팀들은 그만큼 연봉협상에서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내후년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재위원회는 이달 30일까지 중재를 종결해야 한다.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2월 이전까지는 결과가 공개된다. 연봉조정신청을 택하는 선수가 대거 발생할지, 또한 2021년 주권 이후 선수가 구단에 승리하는 연봉조정신청 사례가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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