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잡을 데 없는 투구였다. 무려 7이닝을 던진 곽빈(두산 베어스)이 시즌 첫 등판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곽빈은 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 등판, 7이닝 2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타선의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시즌 첫 승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그러나 팽팽한 접전을 이어간 두산은 8회말 김인태의 1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NC를 1-0으로 꺾었다. 단 한 점으로 승패가 결정됐다. 결승 타점은 김인태의 몫이었지만, 두산 입장에서는 선발투수 곽빈이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키지 못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경기였다.
 
 4일 NC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한 두산 곽빈

4일 NC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한 두산 곽빈 ⓒ 두산 베어스

 
1회 이후 이렇다 할 위기가 없었던 곽빈

리드오프 박민우에게 안타를 내주며 무사 1루로 출발한 1회초, 곽빈은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박세혁을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한 데 이어 후속타자 박건우를 병살타로 돌려세웠다. 곽빈의 글러브를 스쳐지나간 타구를 2루수 이유찬이 잡은 뒤 직접 2루를 밟았고, 1루로 공을 뿌려 2개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졌다.

곽빈은 1회초 무사 1루의 위기를 넘기자 안정감을 찾았다. 2회초 1사 이후 손아섭에게 안타를 허용했으나 박석민, 오영수에게 차례로 삼진을 솎아냈다. 3회초에는 2사 1루서 날카로운 견제로 스타트를 하려다가 딱 걸린 1루주자 박민우를 잡아냈다.

4회초부터는 곽빈이 마운드에서 내려가기 전까지 단 한 명의 타자도 1루를 밟지 못했다. 4회초 박세혁-박건우-한석현으로 연결되는 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했고, 5회초와 6회초에도 삼진을 곁들여 삼자범퇴 행진을 이어나갔다.

7회초가 압권이었다. 박세혁-박건우-한석현에게 모두 삼진을 유도했다. 세 타자와의 승부서 초구 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했고, 패스트볼뿐만 아니라 커브와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섞어가며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날 선발 출전했던 외국인 타자 제이슨 마틴이 1회초 오른쪽 옆구리 쪽에 불편함을 느껴 교체되는 등 NC가 100%의 전력을 가동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예년보다 훨씬 좋은 흐름으로 스타트를 끊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었다. 아직 4월 초인데 패스트볼 최고구속이 152km/h까지 찍혔다.
 
 4일 NC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한 두산 곽빈

4일 NC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한 두산 곽빈 ⓒ 두산 베어스

 
느낌 좋은 곽빈, 커리어하이 시즌 정조준 가능하다

곽빈이 2018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1군을 소화한 시즌은 올 시즌 이전까지 단 3시즌에 불과했다. 더구나 등판할 때마다 기복이 컸던 만큼 신뢰를 주지 못했다. 곽빈이 선발진의 한 축을 책임지길 바랐던 팀으로선 그의 더딘 성장세에 한숨을 내쉬는 날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후반기를 기점으로 제구 불안 문제를 해결하더니 완전히 다른 투수로 거듭났다. 사사구를 남발하며 스스로 흔들렸던 곽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에 이닝 소화 능력까지 확실하게 검증받았다.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덕분에 생애 첫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기회를 얻기도 했다. 기대에 미치진 못했어도 국제무대를 경험했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었다.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올 시즌 양의지가 전력에 가세한 점도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박세혁도 훌륭한 포수이지만, 투수들을 심리적으로 편하게 할 수 있는 베테랑 포수와 호흡을 맞추게 된 것만으로도 곽빈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성과는 기록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150이닝을 넘긴 적도, 두 자릿수 승수 경험도 없는 곽빈이 올핸 커리어하이 시즌을 정조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WBC 후유증' 없이 정규시즌을 맞이한 곽빈이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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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 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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