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예린 'New Year'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블루바이닐
"Got weak and old Another goddamn year.
I got no new attitude for this fucking new year.'
(약해지고 나이 들었어. 또 다른 빌어먹을 한 해.
나에겐 이 망할 해를 위한 새로운 태도란 없어.)"
- 'Fuckin′ New Year' 중에서.
'Fuckin' New Year'와 함께 발표된 'Big World'는 상실감을 노래하는 곡이다. 화자에게 감정을 알려준 새로운 가족과 같은 사람이 있었으나, 그는 '큰 세상'에 화자를 남겨놓고 떠났다. 상실감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마음 때문일까, 뮤직비디오에서도 백예린은 넓게 펼쳐진 평원을 한없이 걷고 초점이 없는 눈으로 창밖을 바라본다. 반복적인 피아노 리프에 스케일이 큰 오케스트라 연주가 더해지고, 그 웅장함에 백예린의 단단한 보컬이 조응한다.
두 곡 모두 새해 기념 앨범에 수록된 곡이라기에는 몹시 우울하고 무겁다. 백예린 역시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로 신곡의 발표 소식을 전하면서, "신곡이 다들 즐거워하는 신년에 찬물을 끼얹나 하는 생각도 들고 알쏭달쏭하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은 항상 함께 하니까"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탈리아의 철학자 안토니오 그람시는 '새해'의 의미를 회의적으로 바라보았다. (매일을 새해처럼 진취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긴 했지만) 그는 오히려 새해는 삶과 정신의 연속성을 해치고,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백예린 역시 'Fuckin New Year'에서 새해의 의미를 회의했다. 뻔한 새해 인사가 지겹지만, 새해를 시작하고 싶을 때, 백예린의 신년송은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그가 노래하는 공허함 역시, 우리가 마주해야 할 세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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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