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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득점' GS 문지윤, 중앙에서 길을 찾을까

[여자배구] 20일 흥국생명전 63.16%의 성공률로 12득점, GS칼텍스 3-2 승리

22.12.21 09:56최종업데이트22.12.2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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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가 풀세트 접전 끝에 흥국생명을 꺾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 KIXX는 20일 인천 삼산 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7-25,25-18,14-25,18-25,25-10)로 승리했다. 지난 11월 29일 2라운드 맞대결에서도 흥국생명을 3-2로 꺾었던 GS칼텍스는 3라운드 맞대결에서도 흥국생명에게 풀세트 승리를 거두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6승9패).

GS칼텍스는 외국인 선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가 서브득점 4개를 포함해 24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고 부상에서 복귀한 강소휘도 45.45%의 공격성공률로 22득점을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이날 GS칼텍스에서 선발 출전한 선수들 중 가장 높은 성공률을 기록한 선수는 모마도, 강소휘도 아니었다. 미들블로커로 선발 출전한 문지윤이 63.16%의 성공률로 12득점을 올리는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사정에 따라 미들블로커로 변신하는 공격수들
 
 문지윤은 지난 8월 컵대회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로 출전해 대회 MVP에 선정됐다.

문지윤은 지난 8월 컵대회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로 출전해 대회 MVP에 선정됐다. ⓒ 한국배구연맹

 
선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트윈타워' 양효진과 이다현, V리그 최고령 선수 정대영(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고교시절부터 라이벌관계를 형성했던 동갑내기 미들블로커 이주아(흥국생명)와 박은진(KGC인삼공사), 막내구단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의 미들블로커 듀오 최가은과 서채원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미들블로커로 프로(정대영은 실업)에 입단해 포지션 변화 없이 미들블로커로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미들블로커는 아웃사이드 히터나 아포짓 스파이커 출신 선수들이 변신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로는 전성기가 지난 노장 선수가 체력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들블로커로 변신할 때도 있고 공격력이 좋은 아포짓 스파이커가 외국인 선수에게 밀려 중앙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좋은 신장과 공격력에도 수비에 약점을 보이며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 적응을 하지 못해 포지션 변경을 선택하는 선수들도 있다.

인삼공사의 맏언니 한송이는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의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여제' 김연경(흥국생명)과 짝을 이뤄 한국의 4강과 금메달에 기여했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진 한송이는 2014-2015 시즌부터 미들블로커로 변신했다. 변신 초기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한송이는 인삼공사 이적 후 2019-2020 시즌과 2020-2021 시즌에 두 시즌 연속으로 베스트7에 선정되며 미들블로커로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 2학년 시절부터 성인대표팀에 선발되며 '천재소녀'로 불리던 배유나(도로공사)는 세터와 리베로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만능 유망주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배유나는 수비 부담 때문에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서 재능을 폭발하지 못했고 결국 수비부담이 없는 미들블로커로 변신했다. 배유나는 그제서야 본격적으로 자신의 재능을 펼치며 현재 리그 정상급 미들블로커로 맹활약하고 있다.

인삼공사의 정호영은 중학교 시절부터 190cm에 가까운 신장으로 일찌감치 '리틀 김연경'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정호영은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인삼공사에 입단했지만 프로 첫 시즌 2.33%라는 민망한 리시브 효율을 기록한 후 2020-2021 시즌부터 미들블로커로 변신했다. 정호영은 이번 시즌 46.53%의 공격성공률과 세트당 0.4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새로운 포지션에서 빠른 적응속도를 보이고 있다.

미들블로커 변신 후 시즌 첫 두 자리 득점
 
 문지윤은 미들블로커 포지션에서 속공이 아닌 큰 공격을 주로 하는 변칙적인 스타일의 미들블로커다.

문지윤은 미들블로커 포지션에서 속공이 아닌 큰 공격을 주로 하는 변칙적인 스타일의 미들블로커다. ⓒ 한국배구연맹

 
문지윤은 원곡고 시절 이주아와 함께 팀 공격을 이끌다가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IBK기업은행 알토스에 지명됐다. 하지만 당시 기업은행에는 득점 1위(792점) 어도라 어나이를 비롯해 김희진, 고예림(현대건설), 김수지, 백목화(대구시청) 등 각 포지션 별로 프로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즐비했다. 결국 자신의 포지션을 잡지 못한 문지윤은 루키 시즌 13경기에 출전해 13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문지윤은 2년 차 시즌이었던 2020년1월 2:2 트레이드를 통해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이소영(인삼공사)과 강소휘로 구성된 '쌍소자매', 그리고 외국인 선수 메레타 러츠(발레포글리아)가 버틴 GS칼텍스에서 문지윤은 출전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입단 동기들이 주전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사이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고 프로에서 네 시즌을 보낸 문지윤은 지난 8월 컵대회를 통해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외국인 선수가 출전할 수 없었던 컵대회에서 GS칼텍스의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한 문지윤은 마치 한풀이라도 하듯 엄청난 공격을 퍼부었다. 4경기에서 60%가 넘는 공격성공률로 63득점을 올린 문지윤은 GS칼텍스의 5번째 컵대회 우승을 이끌며 대회 MVP에 선정됐다. 하지만 '컵대회 스타' 문지윤도 V리그 개막 후에는 다시 외국인 선수 모마에 밀려 웜업존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백업 아포짓 스파이커로 아까운 세월을 보내던 문지윤은 11월 29일 흥국생명전부터 6경기 연속 미들블로커로 선발 출전하고 있다. 특히 20일 흥국생명전에서는 풀타임으로 활약하며 63.16%의 성공률로 12득점을 기록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문지윤이 미들블로커로 출전했음에도 속공에 의한 득점은 1점도 없었고 오픈공격으로 11득점, 퀵오픈으로 1득점을 올렸다는 점이다. 중앙에 서서 마치 아포짓 스파이커처럼 활약했다는 뜻이다.

물론 문지윤처럼 미들블로커가 속공이 아닌 오픈공격을 통해 공격의 활로를 풀어 가는 것을 '정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미들블로커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세트당 0.14개에 불과한 블로킹 능력도 더 나아져야 한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2020-2021시즌까지 정지윤을, GS칼텍스도 지난 시즌까지 권민지를 미들블로커로 활용하며 톡톡히 재미를 본 바 있다. 미들블로커 자리에서 기회를 얻은 문지윤은 과연 중앙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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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GS칼텍스 KIXX 문지윤 미들블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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