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스틸컷
M&M 인터내셔널
숨 쉴 틈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나나에게 이노는 숨 쉴 구석을 준다. 그녀가 예쁘다고 말해주고 두려워하던 물건을 아무렇지 않게 대해주며 함께 일탈을 즐긴다. 아이들을 돌봐주기도 하고 저를 업신여기는 다른 아낙에게 대신 일침을 놓아줄 때도 있다. 나나가 이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리 없다.
영화는 답답했던 나나의 삶에 나타난 이노, 그녀의 등장으로부터 이어진 변화, 그 앞에 나타난 새로운 인물의 이야기까지 이어간다. 느릿한 진행 가운데 나나의 섬세한 심경 변화가 영화가 집중한 것인듯 섬세하게 표현된다.
영화는 거듭된 악몽과 환상, 이따금 들려오는 풍문들과 라디오 방송으로 독립 후 인도네시아의 불안정한 사회상을 들춘다. 네덜란드 식민지배와 독립 뒤 난립한 군벌, 이어진 군부 집권에 이르기까지 불안정한 사회상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개인의 삶도 크게 다를 순 없다. 나나는 매일 악몽을 꾼다. 사내들은 그녀의 첫 남편을 붙들고 죽이고 심지어는 그녀의 목까지 벤다. 화들짝 놀라 깨어나지만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집 안에서 소가 지나다니고 있을 수 없는 사람이 모습을 보이는 환상도 거듭된다. 나나의 삶은 좀처럼 현실에 안착하지 못하고 뿌리 없는 유령처럼 제 주변을 떠돈다.
▲나나스틸컷
M&M 인터내셔널
영상 만큼 이야기에도 공을 들였다면
카밀라 안디니의 영화는 한 눈에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박찬욱이며 왕가위가 떠오르는 화면은 한 장면 한 장면에 얼마나 공들여 찍었는지를 알게한다. 분위기 있는 화면구성이 보는 눈을 즐겁게 하고 그 안에 든 이색적 사물과 사람이 머리를 일깨운다.
다만 아쉬운 건 이야기다. 큰 위험도, 이렇다 할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전개가 극을 다소 지루하게 한다. 나나의 환상과 악몽 너머로 제도며 사회의 불안정함이 넘실거리지만 나나와 세상은 좀처럼 서로 맞닿지 못한다. 영화는 오랫동안 둘 사이에 거리를 두니 관객은 영화가 진실로 하고픈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아채기 어렵다. 땟깔에 비해 이야기가 아쉽단 평이 따라붙을 만한 구성이 아닐 수 없다.
여러모로 <나나>는 훌륭한 영화는 못된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영화가 어느정도 수준에 와 있는지, 또 그들의 문화가 현재 주류 문화에 어떤 파장을 미칠 수 있는지 짐작해볼 단서는 된다. 여성 서사가 부족하단 평을 받는 한국 영화계에서 두 여성 중심 영화의 새로움도 분명하다. 인도네시아에 나나와 이노가 있다면 한국에도 그런 이들이 있을 것이므로, 한국 창작자들이 닿지 못한 이야기가 세상에 너무 많이 있음을 이 영화가 알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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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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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인도네시아 현대사, 그 속에서 흔들리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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