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열의 <날아>가 수록된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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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로 드라마 제일 마지막 장면과 함께 OST로 흘러나오던 노래 '날아'가, 보이지는 않지만 어디든 갈 수 있는 어마어마한 날개 하나를 우리에게 선물해 주었던 것이다.
모든 것이 무너져있고
발 디딜 곳 하나 보이질 않아
까맣게 드리운 공기가 널 덮어
눈을 뜰 수 조차 없게 한대도
거기서 멈춰있지 마
그곳은 네 자리가 아냐
그대로 일어나 멀리 날아가기를
얼마나 오래 지날지
시간은 알 수 없지만
견딜 수 있어 날개를 펴고 날아
결국 멀리 떠나버렸고
서로 숨어 모두 보이질 않아
차갑게 내뱉는 한숨이 널 덮어
숨을 쉴 수 조차 없게 한대도
거기서 멈춰있지 마
그곳은 네 자리가 아냐
그대로 일어나 멀리 날아가기를
얼마나 오래 지날지
시간은 알 수 없지만
견딜 수 있어 날개를 펴고 날아
거기서 멈춰있지 마
그곳은 네 자리가 아냐
그대로 일어나 멀리 날아가기를
얼마나 오래 지날지
시간은 알 수 없지만
견딜 수 있어 날개를 펴고 날아/ 이승열 '날아' 가사
가사도 가사지만, 이승열의 단단한 목소리가 전달하는 힘은 예상보다 강했던 거 같다. 드라마가 흥행한 만큼 이 드라마에 쓰인 곡들이 참으로 많았지만 이 노래만큼 파급력이 강한 노래는 없었으니까. 사실 드라마가 방영된 시점이 한 해의 끝을 달려갈 즈음이었으니 누구나 벅참과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으로 점철되곤 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 접힌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라고, 당신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어 주는 이 노래에 대한 반응은 당시 청취자들이 보낸 신청곡 횟수로 여실히 증명됐다.
아이는 다시 한번 입시를 치르느라 이 멋진 드라마를 본방으로 볼 수가 없었는데, 모든 일정이 다 끝난 후에야 재방송으로 챙겨보면서 어느덧 주인공의 상황에 이입해 눈물 콧물 바람을 하는 날들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가장 원했던 학교의 입시결과를 받아 들 때까지 자신의 삶은 '미생', 그중에서도 아직 발끝에도 못 미친다는 말로 스스로를 주저앉히곤 했었던 거 같다. 그렇게 기다림과 침묵의 시간이 더디 흘러가고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결과창을 클릭하고 '축하합니다, 합격입니다'의 짧은 문장을 확인한 후, 늘 혼자 조용히 듣던 노래 '날아'를 거실이 울릴 정도로 크게 틀었다. 정말 숨어 있던 날개가 활짝 펴진 것처럼 몸이 둥둥 떠오르는 듯했다. 합격 후 짧은 여행을 떠나는 버스 안에서 아이와 나는 나란히 앉아 이어폰을 끼고 이 노래를 들었다.
말하지 않아도 그간의 회한에 이어 묵직한 감동이 동시에 우리 심장으로 전송돼 왔다. 가사 한 줄, 한 줄에 지난 시간이 오버랩돼 전율마저 일었다. 목표를 향하는 여정엔 단 하나의 길만이 존재한다고 믿었던 우매함을 지우고, 인생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단 하나의 묘수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전율이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