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들의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AP
상대 팀인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들도 다른 방식으로 목소리를 냈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경기 시작 직전 그라운드에서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는 이른바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펼쳤다.
2016년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콜린 캐퍼닉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경기 전 무릎을 꿇은 채 국민의례를 거부한 데서 비롯된 무릎 꿇기는 2020년 5월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는 사건이 촉발한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으로 확산했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의 성소수자 및 이주 노동자 인권 탄압에 항의하기 위해 무릎 꿇기를 했다.
다만 '무릎 꿇기'와 함께 예고했던 '무지개 완장' 착용은 끝내 불발됐다. 잉글랜드,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 7개 팀 주장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카타르의 여러 차별과 탄압에 항의하는 의미로 무지개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원 러브'(One Love) 완장을 차기로 했다.
그러나 카타르와의 관계를 의식한 FIFA는 사전에 승인받지 않은 완장을 착용하는 것은 규정 위반이라며 난색을 보였다(관련 기사:
해리 케인 등 유럽 주장들, 월드컵서 '성소수자 연대' 완장 찬다).
'무지개 완장' 차면 옐로카드... FIFA 엄포에 물러선 유럽 팀들
유럽 7개 팀 주장들은 벌금을 내서라도 무지개 완장을 착용하겠다고 맞섰으나, FIFA가 경기에서 옐로카드(경고)를 주겠다고 엄포를 놓고 결국 물러났다. 주장 선수가 옐로카드 누적으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되면 팀 전력에 엄청난 타격이기 때문이다.
유럽 7개 팀은 공동 성명을 통해 "FIFA가 '무지개' 완장을 차면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라며 "선수들이 제재를 받게 놔둘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덴마크 축구협회는 별도의 성명에서 "FIFA의 결정에 극도로 실망했다"라고 유감을 표했고, 독일 축구협회도 "FIFA가 인권과 다양성에 관한 목소리를 금지한 것은 실망스럽고, 유례가 없다"라고 항의했다.
다만 FIFA는 유엔 산하 기관과 협력해 사회적 의미를 담은 완장을 만들었고, 8강전 때 제공하기로 했던 '차별 반대'(#NoDiscrimination) 완장을 모든 경기에 허용한다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이날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은 이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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