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대표팀 선수들의 국가 제창 거부를 보도하는 미 CNN 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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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 나선 이란 대표팀 선수들이 국가 부르기를 거부했다.
이란 대표팀 선수들은 21일(현지시각)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잉글랜드와의 경기에 앞서 국가가 울려 퍼졌으나, 선발로 출전한 11명 전원이 누구도 따라부르지 않았다.
지난 9월부터 이란 전역에서 두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연대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관련 기사:
이란 유명 여배우, 히잡 벗고 반정부 시위 연대).
이란에서는 9월 13일 수도 테헤란 도심에서 한 20대 여성이 히잡(이슬람 여성이 머리와 목 등을 가리기 위해서 쓰는 전통 의상)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를 당한 사건을 계기로 '히잡 반대' 시위가 벌어졌고, 이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다.
반정부 시위 지지하는 이란 선수들... 국가 연주 때 '침묵'
이란 정부는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군경을 동원해 유혈 진압에 나섰다. 이란의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현재까지 400명 넘는 시위 참가자가 사망했고, 1만6800여 명이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대표팀의 주장 에산 하즈사피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이란)가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라며 "가족을 잃은 분들께 위로를 전하며, 이란 대표팀은 그들을 지지하고 함께 아파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란 대표팀은 이날 경기에 앞서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의미로 국가 제창을 거부할지를 선수들의 의견을 종합해 결정하겠다"라고 밝혔고, 선수들의 뜻에 따라 국가를 부르지 않은 것이다.
영국 BBC 방송의 축구 해설가 게리 리네커는 "이란 선수들이 축구의 힘을 선을 위해 쓰고 있다"라고 추켜세웠고, 미국 CNN 방송은 "이란 선수들이 국가 연주 때 침묵함으로써 강력한 목소리를 냈다"라고 전했다.
경기장을 찾은 이란 관중들도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소리를 지르거나 야유하면서 '여성의 자유를 원한다' '여성 생명 자유' 등의 구호를 적은 팻말을 들었다. 이란의 한 관중은 AP통신에 "정부가 국민을 죽이고 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란 대표팀을 이끄는 카를로스 케이로즈 감독도 "월드컵 규정을 어기지 않고, 스포츠 정신을 지킨다면 선수들이 조국에 있는 여성의 권리를 위해 항의할 자유가 있다"라고 선수들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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