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미 MBC PD
조윤미 제공
- 지난 12일 방송된 MBC < PD수첩 > '동생의 죽음 그리고... 46명의 목격자– 故 최승균 소위 사망사건' 편을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신가요?
"저희 프로그램이 시사 프로그램인데 (이게) 시의적인 아이템이라고 보기는 어렵잖아요. 그래서 걱정 많이 했는데, 그래도 방송 이후에 최승균 소위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릴 기회가 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1984년 육군전투병과학교에서 일어난 최승균 소위의 충격적인 사망사건에 대한 내용이잖아요. 어떻게 취재하게 되었어요?
"저희에게 최승균 소위의 누님께서 제보를 주셨습니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서 받았던 결정문을 저희에게 보내주셨는데 차마 읽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 참혹한 상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더구나 이 사건은 이 상황을 목격하고 트라우마 속에 살고 계신 분이 수십 명이 되셨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이 그렇게 많은 분께 상처가 됐다면 아직도 진행 중인 사건이구나 싶어서 취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왜 그 당시엔 알려지지 않았을까요?
"지금도 군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에 대해 진상을 밝히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군사 정권 시절에 군에서 일어난 사망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유가족의 경우 군에서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진실을 알기 힘들었고요, 동기들은 훈련 중에 자리를 이탈할 수 없기 때문에 훈련이 끝난후 유가족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유가족이 다시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군에서는 계속 '과로사'라는 말로만 일축했다고 하니 개인이 군을 상대로 이기기는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 그건 왜곡을 넘어 조작한 거 아닌가요?
"그렇죠. 과로사로 조작이 된 거죠. 군에서의 구타 가혹행위가 은폐되고 훈련이 너무 고돼서 사망하신 분으로 둔갑이 되었던 겁니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서 조사한 다른 사건들도 봤을 때 돌아가신 분은 말이 없으니까 상관의 죄를 뒤집어쓴다든가, 본인이 잘못해서 사망한 걸로 되든가 이렇게 돌아가신 분의 명예가 훼손되는 일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 최승균 소위 동기였던 이상봉씨 진정서로 진실규명을 하게 된 거잖아요. 이상봉씨는 어떻게 진정서를 보내게 됐다고 하나요?
"이상봉씨는 이름도 모르는 그 친구의 죽음이 평생 사무치게 가슴 아프셨나 봐요. 이 친구의 죽음이 사실은 억울한 죽음이었고 가해자들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는 걸 세상에 밝히고 싶었는데 전역 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엄두가 안 나셨던 것 같아요.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2018년 9월에 출범했거든요. 그 뉴스를 보시고 진정서를 보내신 거죠. 그 당시에 건강이 안 좋았는데, 죽어서 친구 얼굴을 못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셨다고 합니다."
- 이상봉씨도 엄청 맞은 거 같던데.
"본인이 맞아봐서 아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주 어마어마한 얼차려와 사람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구타였다는 걸 자기가 맞아봐서 안다는 거죠. 죽음의 공포를 느낄 정도의 구타였다고 하니까요."
- 어쩌면 이상봉씨는 자기도 그렇게 될 수 있단 생각에 무서웠을 거 같아요.
"맞습니다. 그 공포를 느꼈기 때문에 이 친구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지는 거예요. 유격 첫날 낙오됐을 때는 최승균 소위와 같이 맞았는데, 최승균 소위가 나중에 돌을 들었던 사건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 돌을 던진 것도 아니고 '그만 좀 때려라' 수준의 제스처 정도였는데 이후 최 소위에게 구타와 가혹 행위가 집중된 거죠."
- 교관들이 최승균 소위 목에 로프를 감아 끌고 다녔다고 나오던데.
"그게 가장 나쁜 짓 같아요. 얘기 들어보니까 최 소위의 목에 밧줄 감고 교관은 그 밧줄을 자기 허리에 찼답니다. 그래서 자기 가는 대로 끌려다니도록 하고 다녔다고 증언하시고요.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이 난다고 하세요."
- 모욕적이었을 거 같아요. 완전 개 취급한 거잖아요.
"그렇죠. 더군다나 ROTC잖아요. 장교분들은 선발된 집단으로서 자부심, 명예 같은 게 있으신 분들입니다. 근데 일반 사병들 앞에서 장교로서의 명예를 무너뜨리는 일일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완전히 뭉개버리는 행위를 했던 거죠. 인터뷰해주셨던 분 중에 한 분은 '아마 살아있어도 제정신으로 못 살 거라고, 보는 우리도 지금까지 너무 괴로운데 본인은 얼마나 그 트라우마가 오래갈 것이냐'라고 하시더라고요.
목줄을 매고 끌고 다니는 건 훈련하고 상관없는 거잖아요. 그건 도대체 누구 생각이었는지, 누가 사람을 그렇게 개처럼 끌고 다닐 생각을 한 건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런 짓은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유격대장이 시킨 거라면 상관의 위법한 지시에 아무도 저항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고, 교관들이 한 짓이라면 자기들이 하는 일은 무슨 짓을 해도 위법하거나 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게끔 만든 그 끔찍한 권력이 문제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