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량우 배우가 <가짜 조폭 서비스 맨>에 출연 당시 사진이다.
박은주
-그럼 언제부터 연기다운 연기를 했나요?
"스물여덟 살 때 학생 단편영화 <가짜 조폭 서비스 맨>의 주연을 맡았어요. 그게 처음이었어요."
배우를 꿈꿔온 이래 제대로 카메라 앞에 서게 된 것이다. 그는 주연을 맡고 난 뒤 잠깐 들떴다가 부담감에 시달렸다. 주연이 되기 전에는 재밌게 읽히던 시나리오였다.
-촬영은 어땠나요?
그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박살 났어요. 긴장하고 겁먹은 게 카메라에 여과 없이 드러나더라고요. 목소리는 기어들어 가고, 시선은 떨리고.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다 들켰어요. 저 자신에게 화가 났어요."
부족한 자기 모습에 자존감이 점점 낮아졌다. 주연 배우가 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촬영이 원활하게 진행될 리 없었다. "연기를 못하니까, 다른 방법으로라도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어요. 그동안 해왔던 게 스태프 일이니까 연기에 집중은 하지 않고 스태프 일을 돕고 있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도 촬영장 분위기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감독님이 '그만두실래요?'라고 물어봤어요. 그때 기가 죽기도 했고 자신이 없어서 '네 그만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가 오히려 된통 혼만 났어요, 그런 정신상태로 뭘 할 수 있겠냐면서요."
-그만두는 것까지 생각했는데 어떻게 촬영 마무리 지었어요?
"주위 사람들 도움으로 버텼어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해주고, 포기해도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친구, 가족 덕분에 힘을 얻어서 촬영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그는 막상 촬영을 끝내놓고 보니 과하게 긴장했다는 걸 깨달았다. 부족하지만 이제 시작이며 하나씩 쌓아가는 과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긴장하지 않았다면 더 잘 할 수 있을 거란 아쉬움이 들었다. "다음번엔 더 잘할 수 있을 거란 마음을 원동력으로 삼았어요. 그제야 꿈을 이루기 위해 한발씩 나아가기 시작했어요. 역시 시도해 봐야 하는 거더라고요."
배우라는 꿈을 이루기까지
올해로 32살이 된 그는 연기 연습과 오디션 지원을 하루도 빼먹지 않는다. 지난 4년간 여러 작품에 출연 해하며 경력을 쌓아왔다. 그중에서도 웹드라마 <개 같지만 그래도 팀장입니다>라는 작품에 출연한 이후 생계를 위해 병행해 오던 배달 알바를 청산할 수 있게 됐다.
-배우라는 직업이 쉽지 않지요?
"미래가 불투명한 게 가장 큰 걱정이예요. 당장 다음 달 수입이 확실하지 않은 일이라서요, 프리랜서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민거리인 거 같아요. 그리고 대본 외우기가 참 힘들어요(웃음)."
그는 걱정이 커질땐 동네를 산책한다. 산책하며 '거꾸로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이란 노래를 듣는다. "노래 가사가 희망차서 좋아요. 노래가 저를 응원하는 것 같거든요"라고 전했다.
「여러 갈래 길중 만약에 이 길이 내가 걸어가고 있는 막막한 어둠으로 별빛조차 없는 길일지라도 포기할 순 없는 거야 걸어 걸어 걸어가다 보면 뜨겁게 날 위해 부서진 햇살을 보겠지. 그래도 나에게 너무나도 많은 축복이란걸 (중략) 그 모든 일들을 감사해하겠지」 - 거꾸로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가사 중 일부
-앞으로 어떤 배우로 스크린에 서고 싶어요?
"성실하게 준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떤 배역을 맡아도 다 준비되어있는 그런 배우요. 제가 출연하는 작품을 보고 관객이 저를 알아봐 주시면 더욱 좋고요."
또한 그는 이제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배우가 되고 싶었고, 배우라는 일을 시작하면서 밥 먹고 살 수 있는 정도를 꿈꿔왔어요, 이제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정도는 돼요. 앞으로는 꿈의 크기를 키워가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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