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도 못하면서> 스틸컷
(주)영화제작전원사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욕망의 집합체
영화는 홍상수의 영화가 자주 그러하듯 좀처럼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소하고 대단치 않은, 그러나 솔직하고 분명한 욕구들을 전면에 내보인다. 진실이 표면 위로 드러났을 때 느껴지는 낯섦이 주는 인상이 곧 이 영화의 매력이기도 하다.
러닝타임 내내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의 거리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거리는 변하고 또 변화하여 지금은 지나간 과거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어느 관계도 영원하지 않고, 어느 관계도 전에는 다가서지 못한 거리까지 가까이 갈 수 있다.
영화는 권력의 민낯도 그대로 까발린다. 영화감독이란 타이틀을 가진 구경과 그에게 사인을 받으려는 팬, 그를 물리치고 유명한 선배에게 매달리는 구경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잡아낸 장면은 단순한 흥미 이상의 인상을 준다. 젊은 대학생들에게 권위를 갖고자 하는 어느 교수의 모습이나 인기 있는 영화감독과 인기 없는 영화감독 사이에 느껴지는 격차에 대한 모습은 관객들이 홍상수의 영화에서 만나고픈 미묘한 권력과 열등감의 단면을 드러낸다. 관객이 제 삶에서가 아닌 영화 속에서 이 같은 민감한 감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건 홍상수 영화가 가진 흔치 않은 멋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