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불편한 공존을 극대화한 각색, 성공
단순하지만 분명한 부조리를 표면 위로 끌어내기 위해 영화는 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한국 대사관을 찾는 설정을 채택했다. 살아남기 위해 한국 대사관 문을 두드린 이들과 그들에게 문을 열어준 이들의 미묘한 공존과 갈등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추가 된다.
이들은 서로 엿듣고 감시하며, 발길질과 주먹질을 하고, 떨어지지 않는 깻잎 꼭지를 잡아주기도 한다. 함께 생사를 넘는 탈출을 시도하고, 서로에게 탈출로를 마련해주는 배려도 한다. 가장 위협받는 순간에 발현된 인간애와 동포애는 베테랑 감독에게 여지없이 포획된다. 액션은 호쾌하고 자동차 추격전은 속도감 넘치며 함께 위기를 건너는 이들은 조금씩 뜨거워진다.
전작 <군함도>에서 혹평과 마주했던 류승완 감독은 절치부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군함도>에서 유머와 가족애, 연대와 반전에 이르는 장치를 과도하게 사용한 그이지만, <모가디슈>에선 흥행을 위한 전형적 코드 대신 기본기에 충실한 인상이다. 감정표현은 상당히 억제했고 슬로우모션이나 지나친 클로즈업도 비교적 자제했다. 모가디슈의 폭력과 두 나라 사람들의 탈출을 위한 공존을 보이는 것으로 충분한 메시지가 되리라 확신한 모습이다.
미라클 작전은 <모가디슈>에게도 기적이 될 듯하다. 1991년의 소말리아와 2021년의 아프간이 결코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군의 주둔과 철수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혼란과 인명피해가 이어졌다. 내전은 여전히 수습되지 않고 있다. 그 공통점은 아프간에 대한 관심을 <모가디슈>로 돌릴 수도 있을 듯하다. 생존을 위해 타국 대사관으로 도망치기 바빴던 1991년으로부터, 약자에게 손을 내밀고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기까지 우리가 건너온 것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