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습격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이라는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질주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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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 빠진 김상진 감독을 구원한 영화
한양대에서 영화를 전공한 김상진 감독은 강우석 감독 밑에서 조감독 및 각본가로 활동했다. 김상진 감독은 강우석 감독의 초창기 작품인 <열 아홉의 절망 끝에 부르는 하나의 사랑노래>와 <스무 살까지만 살고 싶어요>의 각본을 썼고 <미스터 맘마>, <투캅스>, <마누라 죽이기>에서는 조연출로 참여했다. 그렇게 현장경험을 쌓던 김상진 감독은 1995년 12월 장편 데뷔작 <돈을 갖고 튀어라>를 선보였다.
<돈을 갖고 튀어라>는 당시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던 배우 박중훈이 1년에 3~4편의 영화에 '겹치기 출연'하며 한국 영화의 원톱으로 활동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물론 그 시절 쏟아지던 영화 중 하나로 지나칠 수도 있지만 <돈을 갖고 튀어라>는 코미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다. 1996년 <깡패수업>을 만들 때까지 무난한 행보를 이어오던 김상진 감독은 1998년 단물이 쏙 빠진 <투캅스>의 3편을 연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김보성과 신인배우 권민중을 전면에 내세운 <투캅스3>는 서울 관객 11만에 그치며 흥행에 실패했다. 더불어 무난하게 감독 커리어를 이어오던 김상진 감독 역시 능력을 의심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김상진 감독에 대한 평가가 낮아지던 1999년, 김상진 감독은 <너에게 나를 보낸다>,<꼬리치는 남자>의 조연출을 맡았던 박정우 작가의 시나리오로 집단 주인공을 내세운 코미디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을 선보였다.
<주유소 습격사건>은 노마크, 무대뽀, 딴따라, 페인트로 구성된 주인공 4인방을 중심으로 용가리, 철가방, 김사장 등 독특하고 개성 있는 조연들이 총출동한 캐릭터 코미디 영화다. <주유소 습격사건>은 멀티 플렉스가 많지 않던 90년대 후반임에도 전국 230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코미디를 기반으로 한 여느 상업 영화들이 그렇듯 <주유소 습격사건> 역시 평론가들의 평가와 관객들의 만족도가 반비례하던 대표적인 영화였다.
<주유소 습격사건>을 통해 기사회생한 김상진 감독은 이후 2000년대 초반 <신라의 달밤>과 <광복절 특사>, <귀신이 산다>를 연속으로 히트시키며 최고의 코미디 영화 감독으로 군림했다. 김상진 감독은 2007년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을 시작으로 <주유소 습격사건2>, <투혼>, <쓰리썸머나잇>이 나란히 흥행에 실패하며 최근엔 활동이 급격히 위축됐지만 한국의 코미디 영화를 논할 때 김상진 감독은 결코 빠질 수 없는 이름이다.
주유소를 터는데 이유는 필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