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보다 낯선스틸컷
우사유 필름
이해되지 않는 하찮고 시시한 대화로부터
내용은 이렇다. 영화감독 민우(여균동 분)는 어느 신도시 주변 황량한 길을 떠돈다. 불의의 사고로 코마에 빠져 몸은 병원에, 영혼은 황량한 길 위를 떠도는 것이다. 어째서 영혼이 그곳에 있는지, 언제까지 있어야 하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런 그의 앞에 한 사내(주민진 분)가 나타난다. 자신이 죽었다고 믿지만 어째서 죽었는지는 알지 못하는 사내가 끈질기게 민우에게 말을 건넨다. 아무도 오가지 않는 황량한 길 위에서 민우와 사내는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하찮고 자잘하며 때로는 중요하고 철학적인 대화를, 관객은 가만히 지켜볼 밖에 도리가 없다.
영화는 민우와 사내의 대화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중요해보이지만 허튼소리일 뿐이고, 허튼소리 같지만 완전히 허튼소리는 아닌 대화들이 러닝타임 내내 거듭된다. 대체 어떤 의도로 배치된 것인지 짐작하기 어려운 이야기는 낯선 건 물론이고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어떤 결말도 없이 그대로 끝나버린 영화를 두고 관객은 영화와 감독의 의도를 오랫동안 곱씹게 된다.
불행히도 영화를 본 누구도 영화의 목적과 의미를 명쾌하게 짚어내진 못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를 놓고 한참을 곰곰이 생각한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해법은 영화보다는 여균동이란 영화인에게 찾아야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시시껄렁한 농담을 능글맞게 던지던 여균동이 무겁고 진지한 물음을 지루하게 늘어놓기까지, 어떤 계기와 고민들이 있었음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신과 저승, 지구에 이르는 낯선 3부작도 결국은 여균동이란 영화인으로부터 쓰여질 것이므로. 여균동은 제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부디 저 자신을 낯설게 대해달라고 외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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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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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하고 낯설게 만들었나? 신인상 받은 감독의 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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