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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FBI 핵심전략은 '이것'

[다큐멘터리에 들어서면] 넷플릭스 <공포도시: 마피아와의 전쟁>

21.05.27 10:40최종업데이트21.05.2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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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한때 '공포도시'로 유명했었다. 조직범죄집단 마피아들이 멋진 옷 입고, 비싼 차 타고, 흥청망청 돈을 쓰며 돌아다니던 때(1970-80년대)의 이야기다. 말론 브란도와 알 파치노의 영화 <대부(Godfather)>가 흥행과 비평 면에서 영화계를 주름잡던 바로 그때, 뉴욕의 거리에는 그 영화의 실제인물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영화와는 달리 거칠거나 살벌하거나 으스스했다.   
 

▲ 영화 포스터 <공포 도시> 마피아와의 전쟁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공포도시>는 그때 그런 마피아 조직들과 일대전투를 벌인 FBI 요원들의 활약상을 다룬다. 다큐멘터리는 총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상영시간은 48분, 44분, 62분이다. 참고로 이 세 편의 에피소드에 공히 등장하는 핵심어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도청(wiretapping or bugging)'이다.
 
법을 잘 활용하라
 
조직폭력범죄 조직은 어느 나라나 그렇겠지만 뉴욕의 마피아 조직도 상명하달 체계를 갖고 있었다. 맨 꼭대기에 두목(Boss)이 있고, 그 아래에 부두목(Underboss)이 있다. 부두목 밑에는 몇몇의 캡틴(Captain)들이 포진돼있고, 캡틴들은 수많은 행동대원(Soldier)들을 거느렸다. 폭력이나 살인 같은 범죄는 일개 행동대원들이 저질렀는데, 해당 범죄가 발각되면 행동대원 개인이 책임지고 몇 개월 혹은 몇 년 감방에 다녀오는 식으로 해결했다.
 
행동대원들이 '위'에서 내려온 명령을 따라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에 대하여 심증은 있었지만, 언제나 물증이 없었다. 그런 데다 마피아 조직범죄가 한창일 때 형사들은 조직 내 명령하달 사실을 입증하는 것보다는 산지사방에서 사고를 치는 수많은 행동대원들 쫓아다니기에도 바빴다. 그러던 중, 1979년 FBI 요원들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가 개최됐다. 그날 로버트 블레이키(Robert Blakey) 코넬대학 법학과 교수가 10년 전 입법되어 1979년 당시 이미 발효중인 '리코 법'을 요원들에게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그날 요원들은 깨달음을 얻었다.
 
리코 법의 요지는 이런 것이었다. 행동대원(마피아 말단 조직원) 개인이 저지른 어떤 범죄가 발각됐을 때 그에게 명령을 내린 윗사람을 주범으로 기소할 수 있으며, 개별 범죄들을 조직 단위로 묶어 통째로 기소할 수 있다. 단, 조건이 있다. 수사팀과 검찰은 마피아 조직원들 사이에 명령과 지시가 오갔다는 물증을 제시해야만 한다.
 

▲ 스크린샷 연속 두 컷 리코 법에 대한 설명 ⓒ 넷플릭스

 
도대체 무슨 수로 물증을 찾아내나? FBI의 고민이 시작됐다. 깊은 고민 끝에 FBI가 고안해낸 것은 바로 도청이었다. 부하에게 범죄 지시를 내리는 두목의 육성만큼 확실한 물증은 없다.  

그러나, 도청장치는 설치하고 싶다고 어디든 들어가 설치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뚜렷한 혐의가 없이는 그 누구도 도청해서는 안 되었다. 반드시 법원의 허가가 있어야만 도청할 수 있었다. 그래서, FBI 요원들은 도청장치 설치의 필요성을 입증하기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했다.

때로는 마피아 조직에 비밀 정보원을 심어 정보를 캐냈고, 때로는 교대로 잠복근무를 서기도 했다. 실제로 조직원 중 '입이 싼' 사람의 활동반경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되, 그가 조직 내 유력인사여야 한다는 조건을 세워놓고, 그 조건에 맞는 사람을 찾고자 밤낮으로 애를 썼다.  
 
마침내 FBI는 적합한(?) 사람을 찾았다. 조직 내 위치가 높아 두목과 독대할 수 있는 사람인데 말수가 많은 사람이었다. 다큐멘터리는 그의 집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던 특수요원을 실제로 출연시켰다. 당시 일을 회고하는 그와 함께 녹화된 자료화면이 같이 나온다. 그는 전화국 직원 혹은 케이블TV 기사로 변장해 마피아 조직원이 잠시 한눈파는 사이 신속하게 도청장치를 심는다. 그 장면을 보고 있노라니 절로 손에 땀이 쥐어진다. 자칫 들통나면 마피아 조직원의 손에 죽을지도 모를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 죽지 않았으니 지금 다큐멘터리에 출연했겠지 생각되지만, 그럼에도 긴장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한번은 식당에 도청장치를 설치해야 했다. 그 식당에는 커다란 개 '니나'가 있었다. 니나는 훌륭한 개였다.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는 FBI 특수요원을 당연히 침입자로 인식했고, 그를 물고 늘어졌다. 그때 니나에게 마취주사를 놓을 것이냐 말 것이냐의 기로에서 FBI 특수요원은 이산화탄소 방사기를 사용했다. 졸지에 이산화탄소 공격을 받은 니나는 다행히 얌전해졌다. FBI 요원은 도청장치를 재빨리 설치하고 나왔다. 그렇게 어렵사리 도청장치를 설치했는데, 아뿔싸, 며칠 지나지 않아 들켜버렸다. 도청장치를 다시금 설치하려면 니나가 지키고 있는 그곳에 또다시 들어가야 했다.
 
자동차에 도청장치를 설치할 때는 개와의 싸움보다 시간과의 싸움이 더 중요했다. 우선 초시계를 켜놓은 후 자동차 부품을 뜯고 도청장치를 심은 뒤 부품을 제자리에 붙이는 모의훈련을 반복했다. 마피아 조직원이 자동차를 떠나있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자동차 안에 도청장치를 심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번은 그렇게 공들여 심어둔 도청장치가 주차시간 동안 자동차의 전력을 사용하는 바람에 자동차 배터리를 방전시킨 적이 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마피아 조직원은 (아직 방전의 원인을 모르는 채) 화를 내며 견인차를 불렀다. 견인회사에서 방전원인으로 비밀 도청장치를 발견해 마피아에게 알려주면 큰 낭패! FBI는 황급히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이 신원조회를 핑계로 견인차 운전기사를 잠시 빼돌린 그 40초 동안 FBI 요원은 그 자동차에 들어가 도청장치를 분해하여 빼냈다.  
 
그런 다음, 또다시 동일한 자동차에 도청장치를 심어야만 했는데, 조심성이 강한 마피아 조직원들의 눈을 피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았다. 그들이 자기들의 단골식당에 들어가 넓은 유리창 옆에 앉아 자동차를 시야에 두고 계속 감시하며 대화하는 동안, 적당히 커다란 밴을 정차시켜 그들의 시야를 잠시 가린 다음, 자동차에 들어가 도청장치를 심었다. 그런데 그야말로 '잠시'여야만 했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의심을 품고 식당에서 튀어나온다면 큰일이었다. 물론 설치에 성공은 했지만, 촌각을 다투는 위험천만한 작업이 아닐 수 없었다.
 
열심으로 수사하라
 
그렇게 어찌어찌하여 도청장치가 설치되었다고 하자. 그래도 끝이 아니다. 아니 거기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실시간으로 마피아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중요내용을 가려내야 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개시돼야 했기 때문이다. FBI 요원들은 실시간 대화를 녹음해가며 듣다가 수상한 단어가 나오면 녹음테이프를 뒤로 돌려 듣고 또 들었다.

마피아 조직원들은 자기네들끼리의 '은어'를 자주 사용했으며, 은어뿐 아니라 일상언어에서도 발음이 엉망이었다. 그래도 FBI 요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큐멘터리는 당시 도청된 마피아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데, 영어 문외한이 듣기엔 거의 외계어로 들릴 정도였다. 
 
도청과 관련해 상당히 긴 세월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며 FBI가 얻어낸 단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비교적 큰 조직(family)의 다섯 두목이 모이는 '위원회(Commision)'가 있어 거기에서 대개의 중요한 사안들이 결정되어, 그 결정들이 조직원들에게 하달되어 실행되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마피아 조직들이 뉴욕의 공식적 합법조직(예를 들면 운송노조, 건설노조, 병원 등)에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두루 침투해있으면서 자기네들의 이권을 챙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 스크린샷 <공포 도시>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었던 다섯 마피아 두목들 ⓒ 넷플릭스

 
도청을 통해 이 모든 사실들을 알아내고, 수많은 FBI 요원들이 밤낮 없이 일하며 그 사실들을 효과적으로 짜맞춘 결과, FBI는 드디어 1985년에 이르러 위원회의 다섯 두목들을 검거할 수 있었다. 두목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도청당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검거된 다섯 두목 중에서 최고 유력자는 폴 카스텔라노였다.

그런데, 그는 검거되었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수하의 조직원들에게 사살되었다. 내막을 조사해보니, 카스텔라노의 절대명령(마약거래를 하지 마라!)을 공공연히 위반하며 지냈던 조직원 몇 명이 마약거래를 논의하는 자기들의 목소리(도청 녹음 테이프)가 법정에 울려퍼져 두목인 카스텔라노가 듣게 될까 두려워서였단다. 혼나는 게 두렵고, 야단맞는 게 무서워 윗사람을 살해한다, 이런 걸 마피아 식 사고방식이라 해야 할지.
 
어떻든, 결국 그때 미국사회에서 마피아와 FBI의 전쟁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목숨 걸고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암호에 가까운 그들의 대화를 끈기 있게 청취해 영리하게 해석해낸 FBI 요원들의 승리였다.
 
대충 사건현장 둘러보고, 대충 현장감식하고, 대충 증인신문을 하는 방식이 아니었기에 FBI 요원들은 승리할 수 있었다. 열과 성을 다하여 수사했기에 그들은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마피아와의 전쟁에 임하는 FBI의 핵심전략이란 다름 아닌 '열과 성을 쏟아붓는 수사'였던 것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공포 도시 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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