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십개월> 스틸컷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십개월> 스틸컷
전주국제영화제
04.
카오스. 자신이 처한 이 상황을 혼돈스럽다는 뜻으로 표현하던 미래는 이 단어를 자신의 태아에게 붙이며 조금씩 적응해 나가고자 노력한다. 당황스러운 나머지 아이를 지울 생각까지 했던 처음에 비하면 마음이 조금은 나아졌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벌써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과거에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었지만 이제는 집을 떠날 수 없는)들의 모습을 보면 자신이 없기도 하고, 임신이 단순히 아이를 낳는 행위가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태어나게 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일임을 깨닫고 난 후에는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이처럼 생명의 탄생이라고 하면 무조건적으로 숭고하게만 여겨왔던 이 사회의 지난 사고 방식에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남궁선 감독의 의도는 영화의 곳곳에 묻어난다. 숭고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항상' 그럴 수는 없다는 뜻이다. 작품 속 병원의 대기실에서도 모든 산모들이 행복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런 의미다. 그러니까 이 영화 <십개월>은 출산의 과정을 통해 산모들이 겪을 수 있는 부조리함을 드러내는 것 외에도 임신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 명확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제 곧 태어날 아이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아이보다 더 중요할 사람.
05.
아주 무거운 영화는 아니다. 의외로 웃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들이 제법 보인다. 그렇다고 만만하다는 소리도 아니다. 시종일관 자신의 호흡을 놓지 않으며 주제가 갖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접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배우 최성은의 연기가 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이 배우의 연기는 마치 이미 동일한 고민을 해 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 마냥 생동감 있게 팔딱거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십 개월이 지나고 그녀는 지금 병원에 누워있다. 힘겨운 사투 끝에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던 존재와 조우한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아이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울음부터 터뜨린다. 아이를 바라보며 미래는 파르르 떨려오는 입술 너머로 수많은 감정을 삼킨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우리 이제 시작해 보자.
영화적으로 볼 때는 클리셰적인 활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이제 그녀의 선택을 응원할 수 있다. 지금의 선택은 오롯한 그녀의 결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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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