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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스윙] '투수 변신' 나종덕, 롯데가 달라졌어요

[KBO리그] 성민규 단장 체제에서 과감한 변신 시도하는 롯데, 올시즌 성과에 주목해야

20.04.28 13:24최종업데이트20.04.2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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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NC와 롯데의 2군 연습경기에서 투수로 실전에 데뷔한 나종덕
22일 NC와 롯데의 2군 연습경기에서 투수로 실전에 데뷔한 나종덕롯데 자이언츠
  
지난 22일, 롯데 성민규 단장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2차 드래프트로 이적한 최민재가 부상에서 회복해 2군 연습경기에 출전하고, 나종덕이 데뷔전을 갖는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경미한 부상에 시달리던 이적생 최민재가 부상에서 회복해 경기에 출장하다는 내용은 평범했지만 나종덕이 데뷔전을 갖는다는 내용은 의문을 자아냈다. 왼쪽 손목 유구골 골절상을 입었던 나종덕이 부상에서 회복 이후 복귀전을 가진다는 말은 있을 수 있어도 프로 4년차인 나종덕이 데뷔전을 갖는다는 것은 애초 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한 의문은 성민규 단장의 SNS를 통해 바로 풀렸다. NC 다이노스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 실전 마운드에 등판한 나종덕의 투구 영상과 함께 당일 성적을 담은 게시물을 다시 올린 것이다. 나종덕은 이날 연습경기에서 2이닝동안 볼넷 없이 3피안타(1피홈런) 2실점을 허용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최고 구속은 142km/h를 기록했으며,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스플리터 등 변화구를 섞어 4가지 구종을 사용했다고 한다.

다소 놀라운 포수 나종덕의 실전 마운드 등판은 롯데가 이미 두 달전부터 준비했던 '프로젝트'였다. 나종덕은 호주 애들레이드 스프링캠프에서 왼쪽 손목 유구골 부상을 당하며 낙마했다. 다른 포지션이면 몰라도 왼손으로 경기내내 140km가 넘는 속구를 포구해야 하는 포수에게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부상이었다. 당연히 나종덕은 모든 훈련을 중단하고 바로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 이후 재활을 거쳐 복귀까지 3개월 정도 걸린다는 진단이 나왔고 롯데는 나종덕과 상의한 끝에 이 재활 기간 동안 투수 훈련을 통해 투수로 몸을 만들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롯데 측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완전한 투수 전향이 아닌 투수와 포수를 병행하는 방침이라고 한다.

언뜻 보면 이도 저도 아닌 것 처럼 보일 수 있지만, 롯데의 '나종덕 투트랙 프로젝트'에는 여러 가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나종덕은 부상도 부상이지만, 지난 2시즌 동안 1군 무대에서의 심각한 타격 부진으로 자신감을 많이 잃은 상태였다.

※ 나종덕 데뷔 이후 KBO리그 주요 타격 기록
 
 롯데 나종덕 데뷔 이후 주요 타격 기록 (출처=야구기록실,KBReport.com)
롯데 나종덕 데뷔 이후 주요 타격 기록 (출처=야구기록실,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이로 인해 2018년 1군 풀타임 첫 시즌에는 나쁘지 않던 포수 수비 역시 심하게 흔들리며 공·수에서 큰 슬럼프를 겪었다. 당장의 부상보다 자신감 회복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사실, 중학야구 시절까지 나종덕은 뛰어난 투수였다. 전력이 썩 좋지 않던 마산 신월중을 전국 무대에서 활약하게 만든 주인공이 중학시절 전국 투수 1,2위를 다투던 에이스 나종덕이었다. 그가 포수 마스크를 쓴 것은 고교 입학 이후였다.

롯데 성민규 단장은 나종덕의 투수 경험에 주목해 투-포수 병행을 권유했고, 마운드에 오른 나종덕 역시 투수를 하면서 자신감을 많이 회복했다고 한다. 실제로 마운드에 선 나종덕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투구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롯데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성민규 단장
롯데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성민규 단장롯데 자이언츠
 
단순히 자신감 회복 뿐 아니라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면 투수로 완전히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나종덕은 포수를 보던 때에도 뛰어난 송구능력으로 도루저지율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또, 아마추어 시절 이미 에이스로 활약한 경험이 있는 만큼, 야수가 바로 마운드에 오른 것 치고는 투수로서 완성도가 높다. 뛰어난 하드웨어와 재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향후 투수로 전업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나종덕의 투수 변신은 현재 롯데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 롯데는 벽에 부딪힌 유망주의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 맞춤형 처방을 취하지 못했다. 유망주에게 기회를 몰아주는 주먹구구식 해법이 대부분이었다. 

또, 이번 나종덕의 사례를 통해 2차지명 전체 3순위로 뽑은 포수도 과감하게 포지션 전향을 고려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과거 롯데는 투·타에 모두 재능을 가진 상위 유망주인 김대우와 하준호, 홍재영 등을 투수와 타자 중 어느 한곳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 시간만 보낸 기억이 있다. 

현재 팀에 남아있는 김대우조차도 투수와 타자를 여러 차례 오가다가 37살이 된 시점에 패스트볼의 회전수가 구속 대비 좋지 않은 것을 인식하고 커터와 투심을 장착해 1군에 도전하고 있다.

김대우는 커터와 투심을 익힌지 몇 개월 되지 않았지만, 상당한 완성도를 보이며 1군 연습경기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와 같은 선수별 맞춤형 처방이 과거에도 있어다면, 김대우는 조금 더 이른 시점에 새로운 무기로 1군에 도전했을 가능성이 높다.
 
 투수 변신 여부가 주목되는 나종덕
투수 변신 여부가 주목되는 나종덕롯데 자이언츠
 
나종덕의 투·포수 병행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주먹구구식이던 과거의 방식으로는 롯데 팬들이 염원하는 우승도전의 꿈을 이뤄줄 수 없다는 것이 1992년 우승 이후 오랜 시행착오를 통해 증명됐다.

그런 의미에서 시즌 개막을 앞두고 투수로 변신한 나종덕의 모습은 도약을 위해 변화를 마다하지 않는 현재 롯데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성민규 단장 부임 이후 확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는 롯데가 2020시즌 괄목상대할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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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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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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