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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학교폭력, 원조교제... 이 영화가 그리는 중국의 현실

[리뷰] 영화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 중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19.11.05 18:25최종업데이트19.11.0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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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 포스터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 포스터아이 엠(eye m)
  
중국영화계는 멜로, 범죄, 판타지 같은 장르영화를 통해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지만 중국 내의 문제를 담아내는 드라마 장르의 영화는 드물다. 국내에는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된 후 보 감독의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다룬 작품이다.

지독하게 폭력적이고 이기적이며 미래가 없는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을 그렸다. 게다가 본인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후 보 감독이 영화를 완성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해 관객을 충격에 빠트리기도 했다. 그의 유작인 이 영화는 다가설 수 없는 희망과 그릴 수 없는 미래를 보여준다.
 
작품은 네 명의 주인공과 이들의 최악의 하루를 통해 중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한다. 장위는 친구의 부인과 불륜 관계다. 여자가 먼저 방을 빠져나가고 그가 미처 방을 빠져나오지 못한 사이, 친구는 방으로 들어온다. 그의 모습을 본 친구는 그대로 창밖으로 몸을 내던져 자살한다. 친구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진 장위는 그의 동생이 사고를 당해 중태라는 말을 듣게 된다.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 스틸컷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 스틸컷아이 엠(eye m)
 
펑유창은 친구를 지키기 위해 친구를 협박하는 상대에게 대항한다. 하지만 그 상대가 자신의 집에서 일하던 펑유창의 아버지가 도둑질을 하다 해고를 당했다며 조롱한 순간 펑유창은 참지 못하고 그를 밀친다. 상대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중태에 빠지고 펑유창은 도망친다. 그는 유일한 재산인 당구큐대를 팔아 기차표를 사고자 한다. 그는 자신이 향하는 곳에 학급 동기인 왕위원도 함께하길 바란다.
 
왕위원은 학교 교사와 원조교제를 하고 있다. 그녀는 이 사실이 학교에 퍼지면서 갈 곳을 잃게 된다. 교사는 그녀와 관계를 끊고자 하고 어머니는 그녀를 나무란다. 왕위원과 평유창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을 이끌어 줄 어른이 없다는 점이다. 폐교를 앞둔 학교의 교사는 평유창에게 말한다. 교사들은 이 곳이 아니어도 어디에서든 먹고 살 수 있지만 너희들은 꼬치나 구우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이다.
 
평유창의 아버지는 실업자이고 왕위원의 어머니는 가정을 돌보지 않는다. 왕위원은 원조교제 사실로 자신을 나무라는 어머니에게 선생님의 집은 자신이 치울 필요 없이 깨끗해서 좋다는 말을 한다. 작품 속 어른들은 남을 속이고 괴롭히며 폭력을 휘두른다. 이런 폭력 앞에서 부모에게조차 사랑과 보호를 받지 못하는 두 청춘은 현재도 그리고 미래도 볼 수 없다. 이는 과거도 마찬가지라는 걸 리총시라는 인물을 통해 영화는 말한다.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 스틸컷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 스틸컷아이 엠(eye m)
 
과거 군인이었던 리총시는 손을 떤다는 이유로 양로시설로 보내지게 될 위기에 처한다. 손녀를 돌보기도 힘들 것이란 가족의 판단 때문이다. 그는 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키우는 개를 맡아줄 사람을 찾는다는 핑계로 시설로 가는 날짜를 차일피일 미룬다. 

하지만 다른 개의 습격으로 곧 개는 목숨을 잃는다. 리총시는 개 주인을 찾아가 항의하나 개 주인은 사실을 부정하며 적반하장으로 화를 낸다. 이어 펑유창에게서 당구 큐대를 샀다가 그를 쫓는 조폭들에게 붙잡혀 옴짝달싹 못하는 모습을 손녀에게 보이기도 한다. 이 사건은 그가 결국 양로시설로 가게끔 만드는 계기가 된다. 또한 퇴역 군인이지만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하는 암울한 시대상을 보여준다.

이 네 명의 인물에게 이상향으로 상징되는 공간은 만저우리의 동물원에 있는 코끼리이다. 장위는 '만저우리 동물원에 코끼리가 있는데 늘 한 자리에 앉아있대. 거기 있는 게 좋아서겠지'라는 대사로, 평유창은 '만저우리 동물원에는 살아있는 것들이 있으니까'라는 대사를 통해 생명력과 희망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만저우리 동물원의 코끼리를 언급한다. 그들에게 코끼리는 암울한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이겨낼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코끼리가 과연 우리에 있고 싶어서 있는 것일까 라는 의문은 이들이 생각하는 희망이란 게 과연 존재할까라는 의문을 가져온다. 동물원의 우리는 동물들이 나갈 수 없게 가두는 역할을 한다. 동물들은 그 안에서 각자의 영역을 만들고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어쩔 수 없이 인간과의 공생방법을 터득하는 게 동물이 동물원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는 후 보 감독이 바라보는 중국 사회의 모습과 같다.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 스틸컷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 스틸컷아이 엠(eye m)
 
남을 속이고 조금이라도 약해보이면 짓밟으려 들며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남의 탓만 한다. 이들에게는 어떠한 정의도, 양심도, 애정도 남아있지 않다. 장위는 불륜을 저지른 이유가 순정을 바친 여자가 자신을 바라봐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녀에게 화를 낸다. 그는 동료들을 풀어 동생을 다치게 한 펑유창에게 사적 보복을 가하려고 한다. 리총시의 개를 죽인 개의 주인은 자신의 개가 그럴 리가 없다며 리총시와 펑유창에게 화를 낸다.
 
노인과 학생이라는 사회적인 약자에게 폭력까지 휘두르는 그는 한 번도 자신이 잘못했단 이유로 사과를 하거나 돈을 물어준 적 없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떠벌린다. 이런 무리들 사이에서 타협을 보며 살아가야 하는 사회의 울타리 안에 존재하는 이들이 우리에 갇힌 코끼리와의 차이가 무엇인지, 우리 밖으로 나간다 한들 이들에게 평화와 안락이 존재할지에 대한 의문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는 234분에 달하는 런닝타임 동안 세심하게 인물들의 감정을 하나로 엮어 통일성 있는 드라마를 선보인다. 이런 노력은 한 줄기로 흐르는 강한 감정을 통해 잊히지 않는 진한 여운을 선사한다. 중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보이지 않는 미래를 통해 말하는 진한 블루의 우울한 감성은 가슴이 텁텁한 먹먹함과 눈물로도 해소되지 않는 슬픔을 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 씨네리와인드에도 게재됩니다.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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