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그곳에 있어> 스틸컷
아이 엠(eye m)
과거 군인이었던 리총시는 손을 떤다는 이유로 양로시설로 보내지게 될 위기에 처한다. 손녀를 돌보기도 힘들 것이란 가족의 판단 때문이다. 그는 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키우는 개를 맡아줄 사람을 찾는다는 핑계로 시설로 가는 날짜를 차일피일 미룬다.
하지만 다른 개의 습격으로 곧 개는 목숨을 잃는다. 리총시는 개 주인을 찾아가 항의하나 개 주인은 사실을 부정하며 적반하장으로 화를 낸다. 이어 펑유창에게서 당구 큐대를 샀다가 그를 쫓는 조폭들에게 붙잡혀 옴짝달싹 못하는 모습을 손녀에게 보이기도 한다. 이 사건은 그가 결국 양로시설로 가게끔 만드는 계기가 된다. 또한 퇴역 군인이지만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하는 암울한 시대상을 보여준다.
이 네 명의 인물에게 이상향으로 상징되는 공간은 만저우리의 동물원에 있는 코끼리이다. 장위는 '만저우리 동물원에 코끼리가 있는데 늘 한 자리에 앉아있대. 거기 있는 게 좋아서겠지'라는 대사로, 평유창은 '만저우리 동물원에는 살아있는 것들이 있으니까'라는 대사를 통해 생명력과 희망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만저우리 동물원의 코끼리를 언급한다. 그들에게 코끼리는 암울한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이겨낼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코끼리가 과연 우리에 있고 싶어서 있는 것일까 라는 의문은 이들이 생각하는 희망이란 게 과연 존재할까라는 의문을 가져온다. 동물원의 우리는 동물들이 나갈 수 없게 가두는 역할을 한다. 동물들은 그 안에서 각자의 영역을 만들고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어쩔 수 없이 인간과의 공생방법을 터득하는 게 동물이 동물원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는 후 보 감독이 바라보는 중국 사회의 모습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