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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과 황인범 비교하는 시선, 벤투호에겐 '독' 된다

[주장] 두 사람 모두 한국 축구에서 쉽게 나오기 힘든 희소성 있는 자원

19.10.14 16:21최종업데이트19.10.1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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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국가대표팀 이강인과 김신욱 등이 7일 경기도 파주 NFC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소집된 대표팀은 10일 스리랑카와 월드컵 2차 예선 2차전 홈경기를 치른 뒤 15일 북한과 3차전 원정 경기를 벌인다. 2019.10.7 ⓒ 연합뉴스

 
이강인은 현재 한국 축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이강인은 최근 A대표팀에도 승선하며 일약 한구 축구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지난 10일 열린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2차전 스리랑카전에는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하여 특유의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며 팀의 8-0 대승을 이끌고 A매치 첫 공격포인트까지 달성했다.

스리랑카전에서 보여준 이강인의 기량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나오기 충분했다. 그가 공을 잡을 때마다 팬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특유의 넓은 시야와 섬세한 발재간을 바탕으로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볼을 찔러넣는 능력은 압권이었다. 강한 압박 수비에도 위축되지 않고 볼을 지켜내며 현란한 마르세유 턴으로 상대를 농락하는 모습은 팬들을 즐겁게 했다. 물론 상대가 약체였기 때문에 플레이가 수월했던 측면도 있지만 경기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강인만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중앙 미드필더는 대표팀의 취약 포지션으로 꼽힌다. 벤투호 출범 1년을 넘기며 공격진과 수비진-골키퍼진 등은 주전 경쟁이 가능할 정도로 선수층이 두터워진 것과 달리 중원은 기성용-구자철이 대표팀을 동반 은퇴한 이후 그 공백을 완전히 메우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많은 축구팬들은 이강인이 벤투호의 유력한 중원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그를 주전으로 써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벤투호 중원의 '플랜 A'는 황인범과 정우영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선수는 벤투호 출범 초기부터 꾸준히 중용되고 있으며 지난 1차전에서도 나란히 선발출전하여 중원을 책임졌다. 최약체인 스리랑카전은 손흥민을 제외하고 주전 대부분이 휴식을 취하며 벤투호에서는 드물게 전면적인 로테이션을 가동한 경기였음을 감안하면, 이강인이 북한전을 비롯한 다음 경기에서 언제 다시 선발출장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이강인과 황인범

이강인의 활약상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선수가 바로 황인범이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 주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황인범은 벤투호에서도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지만 연령별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보여주는 활약상에 비하여 A대표팀에서의 모습은 아직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지난 9월 10일 열린 투르크메니스탄전에 주전으로 나섰음에도 잦은 패스미스와 상대의 밀집수비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비판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국민적인 주목을 받는 대표팀에서는 항상 시기별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선수가 있기 마련이다. 지난 월드컵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조현우라는 스타가 탄생했고 부정적인 면에서 장현수가 있었듯이, 지금은 이강인과 황인범이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이번에는 두 선수의 포지션이나 팀 내 역할도 어느 정도 겹치는 상황이다보니 자연히 여론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문제는 일부 시각처럼 '잘하는 이강인을 놔두고 왜 황인범을 더 중용하나'는 식으로 단순하게 평가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감독마다 자신의 전술과 철학에 따라 궁합이 더 잘맞는 선수가 있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황인범은 벤투 감독에게 이미 눈도장을 받은 선수이고, 이강인은 검증을 진행중인 선수라고 할 수 있다. 
 

10일 오후 경기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2차전 한국 대 스리랑카 경기에서 이강인이 코너킥을 하고 있다. 2019.10.10 ⓒ 연합뉴스


이는 두 선수에 대한 벤투 감독의 평가에서도 알 수 있다. 벤투 감독은 황인범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미드필더에서 모든 역할을 다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선수"라고 평가하며 "장점이 너무 많아서 다 설명하기에 시간이 걸린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6월 이후 A매치에서 경기력이 떨어진 황인범의 모습만 주로 기억하고 있는 팬들에게는 의아할 정도의 고평가다. 반면 이강인에 대해서는 기술에 대하여 높은 평가를 내리면서도 "아직 완성된 선수가 아니다.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수비력을 더 키워야한다"라며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두 선수 모두 스타일은 좀 다르지만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자질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축구에서 기술력이 좋은 플레이메이커는 예전에도 종종 있었지만 대표팀에서는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탈아시아급 재능이라는 극찬을 받았던 윤정환이나 최문식이 좋은 예다. 세계무대에서 전력상 약팀일 수밖에 없는 한국으로서는 월드클래스 수준이 아닌 이상 특정한 한 명의 플레이메이커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건 오히려 위험 부담이 더 크다. 그나마 기성용이 후방 플레이메이커 역할로 10여년 이상 대표팀 중원으로 장수할 수 있었던 데는 기술력을 뒷받침할 우월한 체격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기성용도 수비력과 활동량의 한계로 장단점이 뚜렷한 선수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국판 사비-이니에스타처럼 상호 보완적인 관계 돼야

장기적으로 이강인과 황인범은 같은 포지션 경쟁자라기보다는 한국판 사비-이니에스타처럼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되어야한다. 이강인에게 황인범이 할 수 없는 창의적인 패스나 경기조율 능력이 있다면, 황인범은 이강인보다 풍부한 경험과 수비력, 활동량 등이 있다. 96년생인 황인범은 23세, 2001년생인 이강인은 18세인데 카타르월드컵이 열리는 3년 뒤에는 각각 26세, 21세가 된다. 두 선수가 모두 순탄하게 성장해준다면 차기 월드컵에서는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기성용과 구자철의 대체자 이상으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나이가 된다.

이는 바꿔 말하면 두 선수 모두 현재 완성된 선수는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망주 시절에 아무리 빛나는 잠재력을 보여도 성인무대에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멀리 볼 것도 없다. 2~3년 전만 해도 '한국의 메시'로 기대를 모았던 이승우의 현실이 좋은 예다.

이강인과 황인범 모두 한국 축구에서 쉽게 나오기 힘든 희소성 있는 자원들이다. '현재의 여론 평가'만으로 누구는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누구는 지나치게 폄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선수들이나 팀 분위기에도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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