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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재개봉하는 '판의 미로', 왜 스페인 내전 다룰까

[리뷰] <셰이프 오브 워터> 만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잔혹 판타지

19.04.30 16:22최종업데이트19.04.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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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2일 판타지 잔혹 동화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가 12년 만에 재개봉한다. 지난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에게 아카데미 감독상을 안겨 줬던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이 나오기 전까지 그의 대표작은 다름 아닌 이 작품으로 평가됐다. 

2007년 개봉한 <판의 미로>는 아카데미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3개 부문(미술상, 분장상, 촬영상)을 휩쓸었다. 외국어 영화임에도 개봉 당시 북미에서 3763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북미에서 멕시코 영화 중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무엇보다 2006년 칸 영화제 초연 당시 22분간 기립박수를 받은 작품으로 유명하다.

반양반인의 요정 '판'을 만난 오필리아
 
 판의 미로 포스터
판의 미로 포스터(주)디스테이션
  
영화는 내전 이후 만신창이가 된 1944년의 스페인을 무대로 한다. 극 중 내전은 끝난 지 5년이 흘렀지만 숲에서는 시민군의 저항이 계속된다. 그들을 진압하기 위해 파시스트 정권이 나서고, 정부군과 시민군의 대립이 계속된다. 

동화책을 좋아하는 소녀 오필리아(이바나 바쿠에로)는 만삭의 엄마 카르멘(아리아드나 길)과 함께 새아빠 비달(세르지 로페즈) 대위가 있는 군부대로 거처를 옮긴다. 

정부군의 지휘관으로 냉혈한 같은 새아빠 비달에 대한 두려움과 낯선 환경이 싫은 오필리아 앞에 곤충의 형상을 한 요정이 나타난다. 요정을 따라 숲으로 향한 오필리아는 숨겨진 미로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반양반인의 모습을 한 거대한 요정 '판'(더그 존스)을 만나다.

판은 오필리아에게 그녀가 사실은 인간세계에 올라왔다가 돌아가지 못한 지하 왕국의 공주 '모안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보름달이 뜨기 전까지 세 가지 임무를 끝내면 돌아갈 수 있다고 알려주면서 미래를 볼 수 있는 '선택의 책'을 건넨다. 오필리아는 전쟁보다 더 무서운 현실 속에서 인간 세계를 떠나 지하 왕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녀는 '용기', '인내', '희생'이 요구되는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스페인 내전을 다룬 판타지 영화 <판의 미로> 
 
 <판의 미로> 스틸샷
<판의 미로> 스틸샷(주)디스테이션
  
<판의 미로>는 아무 정보 없이 봤다가 뜻밖에 참혹한 역사와 조우하게 해 관객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작품이다. 바로 스페인 내전의 참상이다. 내전으로 굶주리고 피폐해진 스페인의 모습은 약과에 불과하다. 영화에는 단순히 의심만으로 죄없는 민간인을 잔혹하게 죽이는 장면, 시민군을 즉결 처형하고 고문하는 장면들이 담겨있다. 

이런 시대상은 모두가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게 만든다. 영화에는 재봉사 남편이 죽고 경제적 위기에 처하자 냉혈한 같은 비달을 새남편으로 맞이한 엄마 카르멘이나 그런 새아빠가 두려워 더욱 동화와 상상에 세계로 빠져드는 오필리아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오필리아의 판타지와 차가운 현실을 결합시켜 전쟁이란 비참한 역사를 더욱 생생하게 고발하고 있다. 

영화에는 메시지에 맞게 대비와 은유가 적절히 분배되어 있다. 

숲은 오필리아에겐 신나는 판타지의 세계이지만, 비달에겐 반란군의 소굴일 뿐이다. 숲에서 펼쳐지는 오필리아의 모험과 정부군 대 시민군의 전투씬이 교차 편집되며 전쟁의 참혹함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그리고 현실과 판타지 세계의 톤을 달리하고 있는데, 현실세계는 어둡고 차가운 톤으로 칠해졌으며 딱딱한 질감으로 담아내고 있다. 반면 오필리아가 떠나는 판타지 세계는 괴물이 등장할지언정 황금색과 붉은색을 사용해 따뜻한 느낌을 전달한다. 여기에 판타지 세계를 친근한 원형으로 담아내며 대비효과를 극대화한다. 특히나 뛰어난 화면 전환으로 현실세계와 판타지를 넘나드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기교가 그것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멕시코 출신 기예르모 델 토로, 왜 '스페인 내전' 소재를 썼을까
 
 판의 미로 스틸샷
판의 미로 스틸샷(주)디스테이션
  
대비 만큼이나 영화 속 은유도 돋보인다. 오필리아와 새아빠와의 핏빛 관계는 같은 국민끼지 총칼을 겨눈 스페인 내전을 닮아 있다. 또한 죄없이 죽어간 스페인 사람들을 상징하는 오필리아가 비달의 총에 맞아 죽게 되지만, 그녀가 꿈꾸던 따뜻한 지하세계로 가게 된다. 이 모습이 담긴 마지막 장면에서는 당시 희생자들이 편안한 사후세계로 가길 바라는 기예르모 감독의 마음이 엿볼 수 있다.

기예르모 델 토로가 펼치는 판타지는 단지 전쟁의 참혹함을 부각하는 데만 쓰이고 있지 않다. 뛰어난 상상력과 표현력으로 판타지가 전달할 수 있는 매력이 가득하다. 눈이 손에 달린 괴물과 반인반양의 모습을 한 요정 등 인상깊은 캐릭터의 배치와 뛰어난 미장센을 선보인다. 아카데미 미술상과 분장상 그리고 촬영상이 영화의 뛰어난 표현력을 증명해주고 있다. 영화가 펼치는 잔혹 동화 속에서 오즈의 마법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소공녀, 빨간 모자 같은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에서 차용한 설정과 장면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다. 

사실 <판의 미로>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세 번째 작품 <악마의 등뼈>와 한쌍을 이루는 작품이다. 나란히 스페인 내전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아이의 눈으로 전쟁의 참혹함을 바라보게 하는 점이 매우 유사하다. 전체적인 전개 방식과 촬영구도까지 비슷한 작품이다. 

이쯤 되면 궁금하게 되는 점은 왜 멕시코 감독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스페인 내전을 소재로 2편이나 영화를 찍었을까 하는 것이다.

스페인 내전 당시 멕시코는 파시스트 정권이 아닌 공화파를 지지했었다. 내전이 끝난 뒤 멕시코는 공화 정권 사람들의 망명을 받아들였고 실제 공화파는 멕시코에서 망명 정부를 세워 1975년 스페인에 민주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저항했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주변에 스페인에서 망명온 사람들이 많았고 '스페인 내전'이 자연스럽게 자신이 자신이 듣고 자란 역사가 된 것이다. 훗날 델 토로는 멕시코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사회의 분열을 다룰 필요가 있다고 느껴 왔으며 그 결과물이 바로 <악마의 등뼈>와 <판의 미로>였다.

사실 델 토로 감독은 <판의 미로> 제작 당시 할리우드 영화사로부터 '영화를 영어로 제작할 경우 예산을 두 배로 받도록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의 사실적 표현을 위해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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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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