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의 미로 스틸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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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 만큼이나 영화 속 은유도 돋보인다. 오필리아와 새아빠와의 핏빛 관계는 같은 국민끼지 총칼을 겨눈 스페인 내전을 닮아 있다. 또한 죄없이 죽어간 스페인 사람들을 상징하는 오필리아가 비달의 총에 맞아 죽게 되지만, 그녀가 꿈꾸던 따뜻한 지하세계로 가게 된다. 이 모습이 담긴 마지막 장면에서는 당시 희생자들이 편안한 사후세계로 가길 바라는 기예르모 감독의 마음이 엿볼 수 있다.
기예르모 델 토로가 펼치는 판타지는 단지 전쟁의 참혹함을 부각하는 데만 쓰이고 있지 않다. 뛰어난 상상력과 표현력으로 판타지가 전달할 수 있는 매력이 가득하다. 눈이 손에 달린 괴물과 반인반양의 모습을 한 요정 등 인상깊은 캐릭터의 배치와 뛰어난 미장센을 선보인다. 아카데미 미술상과 분장상 그리고 촬영상이 영화의 뛰어난 표현력을 증명해주고 있다. 영화가 펼치는 잔혹 동화 속에서 오즈의 마법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소공녀, 빨간 모자 같은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에서 차용한 설정과 장면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다.
사실 <판의 미로>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세 번째 작품 <악마의 등뼈>와 한쌍을 이루는 작품이다. 나란히 스페인 내전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아이의 눈으로 전쟁의 참혹함을 바라보게 하는 점이 매우 유사하다. 전체적인 전개 방식과 촬영구도까지 비슷한 작품이다.
이쯤 되면 궁금하게 되는 점은 왜 멕시코 감독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스페인 내전을 소재로 2편이나 영화를 찍었을까 하는 것이다.
스페인 내전 당시 멕시코는 파시스트 정권이 아닌 공화파를 지지했었다. 내전이 끝난 뒤 멕시코는 공화 정권 사람들의 망명을 받아들였고 실제 공화파는 멕시코에서 망명 정부를 세워 1975년 스페인에 민주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저항했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주변에 스페인에서 망명온 사람들이 많았고 '스페인 내전'이 자연스럽게 자신이 자신이 듣고 자란 역사가 된 것이다. 훗날 델 토로는 멕시코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사회의 분열을 다룰 필요가 있다고 느껴 왔으며 그 결과물이 바로 <악마의 등뼈>와 <판의 미로>였다.
사실 델 토로 감독은 <판의 미로> 제작 당시 할리우드 영화사로부터 '영화를 영어로 제작할 경우 예산을 두 배로 받도록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의 사실적 표현을 위해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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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