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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점 점장을 좋아하게 된 아르바이트생... 왜?

[리뷰] 영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꿈을 잃은 소녀의 성장담

19.02.01 17:52최종업데이트19.02.0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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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에서 여고생 아키라(고마츠 나나)는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말수가 적고 무뚝뚝했던 그녀는 따분한 성격으로 주변사람들에게 눈총을 받고 있던 점장(오오이즈미 요)에게 끌렸다. 그녀가 보기에 그는 매사에 늘 친절하고 진지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키라는 자신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에게 실토하고 만다.

영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커다란 좌절을 겪으며 꿈이 꺾였던 한 여고생이 자신이 근무하던 패스트푸드점 점장을 좋아하게 되면서 점차 잃었던 꿈을 되찾아간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아키라는 어릴 적부터 달리기를 좋아했다. 달리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실력도 출중했다. 학교 육상부의 에이스였다. 그녀가 세운 기록은 한동안 깨지지 않는 등 명성도 자자했다. 달리기는 곧 그녀의 자존심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를 좌절 속으로 빠트리는 일이 발생했다. 훈련 도중 아킬레스건이 끊어진 것이다. 재활훈련까지 포기한 그녀가 택한 건 결국 패스트푸드점에서의 아르바이트였다. 아키라는 이를 끔찍한 현실로부터 달아나고자 하는 도피처로 삼았다.
 

영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스틸 컷 ⓒ (주)디스테이션

 
점장은 45살의 돌아온 싱글이다. 그의 표현처럼 이제 그 연령대면 아키라의 또래들로부터 '쓰레기보다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기도 하는 시기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들의 삶과는 달리 혼자 사는 중년 남성의 삶은 무료하기 짝이 없다. 덕분에 주변사람들로부터 따분하고 별 볼일 없는 중년 남성으로 각인돼 있던 점장은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묵묵히 해낼 뿐이었다. 가끔 어린 아들을 위해 시간을 같이 보내거나 친구와 만나 무료함을 해소하는 정도가 그의 삶에서 조금은 특별하다고 할 수 있는 정도였다. 외모도 딱히 내세울 게 없는 수더분한 중년 남성상 그대로였다.
 

영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스틸 컷 ⓒ (주)디스테이션

 
아키라는 점장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공공연하게 표출하곤 했다. 티가 팍팍 날 정도로 말이다. 사랑에 빠진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이었다. 그를 바라보는 눈길은 그윽했으며, 행동거지 하나하나는 죄다 그를 의식하는 패턴이었다. 하지만 점장이 이를 눈치 챌 리 만무했다. 그저 자신을 쓰레기보다 못한 눈길로 바라보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평소의 생각이었다. 그러던 점장은 아키라의 난 데 없는 사랑 고백에 그만 놀라 어쩔 줄을 몰라해한다. 물꼬가 트인 아키라의 사랑 공세는 파상적이었다. 난처해하는 점장은 아랑곳없이 거침이 없었다. 데이트를 신청하고, 그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갖기 위해 아르바이트 시간도 대폭 늘렸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키라의 꿈과 사랑을 응원한다

아키라와 비슷한 또래의 사랑은 아직은 덜 여문 풋풋함으로 대변된다. 반면 점장처럼 중년에 이른 이들의 사랑에는 완숙미가 흐른다. 때문에 두 사람의 사랑은 그 나이의 간극만큼이나 굉장히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점장이 아키라의 사랑 고백에 난처해하는 모습은 충분히 예견되는 데다 이해도 되는 대목이다.
 
이 작품이 애초 여고생 아키라의 꿈과 사랑을 좇는 달달한 내용을 그리고 있지만, 그 사랑의 대상이 점장이라는 중년 남성을 표적으로 삼기 시작하면서 순수와 완숙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그럼에도 점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태도를 견지하면서 자칫 끈적거리는 사랑 놀음으로 변질될 수도 있었던 극의 흐름을 용케 피한 대목은 다행스럽게 다가온다. 아키라는 점장 덕분에 잃었던 꿈을 재차 뒤쫓을 수 있게 됐다.
 

영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스틸 컷 ⓒ (주)디스테이션

 
비가 내리는 장면이 유독 많이 등장한다. 아키라가 점장에게 나타나는 날에는 어김없었다. 덕분에 흠뻑 젖곤 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좌절을 겪게 마련이다. 통과의례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삶의 빛깔이 달라진다. 너무도 극심한 좌절감과 상실감에 빠져 도무지 헤어나기 힘든 경우도 간혹 있다. 억수처럼 쏟아지는 빗물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점장에게 사랑을 갈구하던 아키라의 몸짓은 결국 그녀가 좌절과 상실로 인해 발생한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었던 셈이다. 이 비가 그치면 그녀의 삶은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

사랑으로 포장된 이야기이지만 사실 성장담에 가깝다. 아키라는 삶의 여정에서 누구나 한 번 이상 겪게 마련인 상실과 좌절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점장을 만나 이를 극복하고 한 뼘 더 성장하게 된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키라의 꿈과 사랑을 응원한다.
 

영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스틸 컷 ⓒ (주)디스테이션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날이 올거야(https://newday2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고마츠 나나 오오이즈미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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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신뢰하지 마라, 죽은 과거는 묻어버려라, 살아있는 현재에 행동하라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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