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 애프론스티븐 스필버그는 2012년 세상을 떠난 노라 애프론에게 이 영화를 헌정했다. 기자이자 편집자, 작가, 영화감독이기도 했던 노라 애프론이지만 스필버그와의 접점은 크지 않아 다소 의외로 여겨졌다. 스필버그가 애프론에게 영화를 헌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노라 애프론
영화는 캐서린을 비롯한 여러 인물이 각기 제 자리에서 기둥이 되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도저히 평범한 인간이 할 수 없는 영웅적 저항 같은 게 아니라 각자가 제 자리에서 제게 어울리는 용기를 냄으로써 이뤄지는 어떤 작품 같은 것 말이다. 사주가 사주의 자리에서, 편집국장은 편집국장의 자리에서, 사내변호사와 이사들, 기자들과 평직원들, 판사와 시민들이 모두 제 자리에서 제게 맡겨진 역할을 지켜냄으로써 이뤄지는 사회적 정의를 보여주는 것이다.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은 닉슨 대통령과 맥나마라 장관을 비롯한 위정자들이 무너지는 건 그래서 순리에 가깝다.
최근 몇 년 사이 개봉한 <스포트라이트> <트루스> 등 썩 괜찮은 언론영화 가운데서도 <더 포스트>의 가치는 단연 돋보인다. 미국 정치의 측면에서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대에 여러모로 의미 깊게 돌아볼 만한 리처드 닉슨 시대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부터, 기존 언론영화에 비해 보다 본격적으로 사주의 책임과 여성에 가해진 부당한 차별을 논의했다는 게 그렇다.
어쩌면 이미 흘러간 옛 이야기일지 모르겠으나 마틴 스콜세지와 스티븐 스필버그, 로버트 저매키스, 우디 앨런 등 할리우드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나이든 미국 감독들이 부쩍 옛 이야기를 자주 하는 건 그 시절의 이야기가 오늘에 여전히 유효하다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여 <더 포스트>의 크레디트가 끝까지 오른 뒤, 만나게 되는 특별한 이름이 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 같은 걸출한 로맨스영화를 만든 영화감독이자 각본가 노라 애프론이다. 스필버그는 크레디트가 모두 오른 뒤 마지막 자막을 통해 2012년 세상을 떠난 노라 애프론에게 <더 포스트>를 헌정한다는 뜻을 밝힌다.
그녀와 이 영화가 맺고 있는 관계는 제법 흥미로운데, 주연인 톰 행크스가 노라 애프론의 영화에 가장 많이 출연한 배우란 점, 메릴 스트립이 <제2의 연인>에서 아예 노라 애프론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점, 무엇보다 노라 애프론이 뉴욕타임스 편집장을 거친 언론인 출신이란 점이 모두 그렇다.
비슷한 시기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서로의 영화세계에 조금의 접점도 없어 보였던 스티븐 스필버그와 노라 애프론, 스필버그가 노라 애프론에게 <더 포스트>를 헌정한 이유가 무언지를 생각해보는 건 스필버그가 이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려 했던 걸 들여다보는 효과적인 방법일지 모른다. 노라 애프론과 스티븐 스필버그 모두 지난 시절 할리우드에서 각자의 자리를 훌륭히 떠받친 두꺼운 기둥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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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