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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이후 분노한 야구팬들, KBO 기자회견에도 답답함은 남았다

[KBO리그] 정운찬 총재 기자회견 열었지만 여전히 팬들 반응 싸늘한 이유

18.09.12 17:39최종업데이트18.09.1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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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 동안 많은 논란이 일어났다. 특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전후로 선수 선발에 관한 비판이 늘어났다. 야구팬들의 분노가 들끓었고, 일부 팬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상황이 점점 악화되다 보니 정운찬 KBO 총재가 나설 수밖에 없었고, 비난 여론을 잠재울 기회가 마련됐다. 지난 11일 아시안게임이 끝난 이후 첫 KBO 이사회가 열렸다. 이어 12일 오전 11시에는 정운찬 KBO 총재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의 내용에는 최근의 팬심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논란을 해결하지 못하는 발언, 속시원하지 못한 대답들이 나오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상황이다.
 

▲ 기자회견 하는 정운찬 KBO 총재 정운찬 KBO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기자회견에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느끼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야구팬들이 정말 듣고 싶은 대답은 구체적으로 들을 수 없었다.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기는 하지만, 결국 도움이 될 게 있을지 의문인 상황이다. 어떻게 보면 등 돌린 팬들에게 KBO의 진심을 전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이를 적절히 살리지 못한 셈이다. KBO 나름대로 논란을 불식시킬 방안들을 내놓았으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존재한다.

논란만 더 커진 규정 손질, 성과는 없고 과제만 늘어났다

기자회견에 앞서 11일 오전 9시 30분에 개최된 2018년 KBO 제5차 이사회에서는 야구 규약과 경기일정 편성 원칙이 내용의 중심이었다. 그 중에서도 외국인 선수 계약과 관련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이사회에서는 신규 외국인 선수의 계약 금액을 연봉과 계약금, 이적료 등을 포함해 100만 달러로 제한하는 것이 결정됐다. 기존 구단에 보류권이 있는 선수가 재입단한다면 계약 금액에 제한이 없고, 방출 후 재입단할 땐 신규 선수가 돼서 상한제 적용을 받는다. 시즌 도중에 교체된다면 계약 총액은 잔여 개월 수에 따라 산정하고, 신규 외국인 선수의 다년 계약은 허용되지 않는다. 2년차부터는 재계약시 다년 계약이 가능하다.

또한 규정 위반시에는 KBO가 계약 무효 및 해당 선수의 1년간 참가활동 정지, 해당 구단의 다음 연도 신인 1차 지명권 박탈 및 제재금 10억 원을 부과한다는 내용도 나왔다. 이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 이틀간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정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외국인 선수 제도 손질에 있어서) 형평성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들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KBO리그에 오지 않는 게 현실이다. 한국 야구 시장이 만만하게 비쳐선 안 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면계약에 대해서는 혹독하게 제재를 가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지속 가능성, 균등한 기회를 상한선 제한 이유로 꼽았다. 다시 말해서 외국인 선수들로 인해 내국인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게 비교적 많지 않다는 것이다. 상한선을 피하기 위해 이면계약을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하기는 했으나 계약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정 총재는 어떻게서든 외국인 선수의 의존도를 줄이고 경제적으로 외국인 선수 투자에 대한 부담을 줄이겠다는 판단을 내렸는데,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팬들은 매년 겨울마다 수면 위로 올라오는 'FA 거품'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 총재는 FA 금액 규정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자 "의견을 주고받기는 했으나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아직 뚜렷한 규정을 만들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대부분의 질문에 비공식적으로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는 답변을 반복하면서도 확실하게 내놓은 답은 그리 많지 않았다.

FA 계약은 리그 차원에서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 사정에 이르렀는데, 별다른 변화 없이 규정을 계속 유지시킨다면 리그 전체에 끼어있는 거품을 제거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 만한 사람이 '경제학자 출신' 정 총재로 짐작되는 만큼 팬들은 해당 규정과 관련해 구체적인 답변을 원했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끝내 들을 수 없었다.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도 웃을 수 없었던 이유는 리그 규모나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FA 선수들이 많은 금액을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100억 가까이 받는 선수들이 프로도 아니고 실업팀 선수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예선 첫 경기인 대만전에서는 김재환(두산)의 홈런을 제외하면 타선이 단 한 점도 뽑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규정을 손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인 것을 놓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성과는 거의 없고 오히려 과제만 늘어나게 된 규정에 가깝다.

구체적 방안 제시보다 해명에 가까웠던 기자회견... 팬심 제대로 읽은 게 맞나

FA, 외국인 선수 이외에도 KBO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폐지 수순을 밟게 된 경찰 야구단 문제부터 국가대표 선수 발탁 문제, 국제대회로 인해 영향을 받은 리그 일정 진행, 아시안게임 이후 급격한 관중 수 감소 등 가벼운 사안이 하나도 없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몇 달 전, 길게는 몇 년 전부터 제기됐던 문제들이다. 정 총재도 이사회 등을 통해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힘을 썼겠지만, 대안책 제시보다는 준비해온 자료나 텍스트를 전달하려고만 했다.

관중 수에 대해서는 "숫자를 확인했다. 4년 전 아시안게임과 올해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관중 수, 시청률 변화를 봤다"고 입을 열면서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했다. 정 커미셔너가 언급한 수치를 보면, 관중 수와 시청률 모두 4년 전이나 지금이나 감소하는 추세임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정 총재는 올해 시청률(0.98%->0.77%, 0.21% 감소)보다 2014년(0.93%->0.69%, 0.24% 감소)이 더 낮았고, 감소폭이 컸다고 밝혔다. 또한 관중 수 감소에 대해서도 올해(17.1% 감소)와 2014년(22.9% 감소)을 비교했을 때 그 당시에도 수치가 많이 떨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수치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수치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가 핵심이다. 팬들도, 미디어도 KBO리그에 위기가 찾아왔다고 지적하고 있음에도 4년 전에도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에 관중 수가 줄었던 것을 알았으면 하는 게 정 총재의 의견이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게 아니다. 2~3주간 야구 경기를 안 보면서 계속 보지 않게 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여러 노력을 통해 관중들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안타깝게도, 질문에 맞는 답이라고 보긴 힘들다. 정 총재가 비교 대상으로 말한 2014년은 KT 위즈가 1군에 진입하기 전이었고, 9구단 체제였다. 하루에 네 경기가 진행됐으며 지금과는 리그 상황이나 판도가 완전히 달랐다. 오히려 순위 경쟁만 본다면 그 때보다 올 시즌이 더 치열하다. 정규시즌 우승이 확실시되는 두산 베어스를 제외하면 나머지 9개 구단의 순위가 정해지지 않았고, 특히 5위 한 자리를 두고 네 팀이 경쟁하는 중이다. 위기가 왔을 때 그 상황을 위기라고 인지하는 것도 커미셔너의 역할이지만 몇 주가 지나면 원래대로 리그가 흥행 분위기로 돌아갈 것이라는 의미가 담긴 코멘트는 팬들의 속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다.
 

▲ 병역문제 관련 입장 표명하는 정운찬 총재 정운찬 KBO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등 야구계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대표 선발 논란에 대해서는 KBSA(대한야구소프트볼연맹)와 함께 손을 잡고 한국 야구 미래 협의회를 구성하는 방법을 택했다. 전임 감독제, 기술 위원회 운영으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했다. KBO와 KBSA에서 각각 5명씩 추천해 10명으로 협의회를 구성하고, 이번 아시안게임 선발 과정을 돌아본 후 미래를 위해 심도있게 논의하겠다는 게 정 총재너의 입장이었다. 역시나 이 대안도 실효성이라는 의문을 안고 있다.

'한국 야구 미래 협의회' 정도를 제외하면 그동안 나왔던 논란들에 대해 새롭게 변화를 준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말 정 총재가 팬심을 읽었다면 조금 더 구체적이고 속 시원한 대답도 나왔을 것이며 그랬다면 팬들도 어느 정도 기자회견 내용에 수긍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번 기자회견은 그저 KBO의 해명을 늘어놓는 자리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다. 이런 식의 기자회견이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대로라면 야구팬들의 답답함은 여전히 풀리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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