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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실사 영화화에 성공한 감독, 1966년 청춘 음악 영화로 일내다

[리뷰] 10대 남녀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음악 '언덕길의 아폴론'

18.08.26 17:15최종업데이트18.08.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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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덕길의 아폴론> 영화 포스터 ⓒ (주)엔케이컨텐츠


아버지를 잃고 피아노를 친구로 지내던 카오루(치넨 유리 분)는 친척의 손에 맡겨지며 낯선 도시 사세보로 온다. 가파른 언덕길 위에 위치한 고등학교로 전학을 하러 간 카오루는 우연한 기회로 학교 최고의 불량아 센타로(나카가와 타이시 분), 그의 소꿉친구이자 학급위원인 리츠코(고마츠 나나 분)와 친구가 된다. 세 사람은 리츠코네 레코드 가게 지하에 있는 합주실에서 재즈 음악을 공유하며 우정을 키운다. 하지만, 서로의 첫사랑이 엇갈리고 계속될 줄만 알았던 우정에 위기가 찾아온다.

첫사랑과 우정을 담은 청춘 영화 <언덕길의 아폴론>은 코마다 유키 작가가 소학관 순정만화 잡지 월간 'flowers'에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연재한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삼는다. 만화는 누적 판매 부수 100만 부를 돌파할 정도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2012년 4월 <사무라이 참프루>로 유명한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이 연출하고 칸노 요코가 음악을 담당한 12부작 애니메이션도 방영됐다. 스크린으로 재탄생한 <언덕길의 아폴론>의 메가폰은 미키 타카히로 감독이 잡았다.

미키 타카히로 감독은 원작을 바탕으로 한 실사화에 정평이 났다. <소라닌> <우리들이 있었다> <핫 로드> <아오하라이드> <선생님!... 좋아해도 될까요?>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양지의 그녀>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소설에 바탕을 둔다. <관제탑>은 일본 록밴드의 노래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작품들은 고루 좋은 평가를 받았다.

"원작자가 그리고 싶은 내용의 핵심 파악해야"

▲ <언덕길의 아폴론> 영화의 한 장면 ⓒ (주)엔케이컨텐츠


만화나 소설 등을 영화로 옮긴 경험이 많은 미키 타카히로 감독은 "단순히 내용을 모두 찍는다고 원작을 그리는 게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원작자가 무엇을 그리고 싶었는지, 핵심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키 타카히로 감독이 <언덕길의 아폴론>에서 핵심으로 본 건 무엇일까? 그는 "카오루, 센타로, 리츠코 세 사람의 우정을 넘어선 관계"라고 설명한다.

<언덕길의 아폴론>은 10대 남녀의 우정과 사랑을 다룬다. 여기에 음악을 곁들였다. 영화에서 음악은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마음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카오루는 병원의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큰어머니의 압박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카오루가 즐기는 클래식은 유일한 친구이다. 동시에 규칙이란 족쇄이기도 하다.

카오루는 센타로와 리츠코 그리고 재즈라는 친구를 만나면서 변화한다. 정해진 방향을 말없이 따라가던 카오루는 즉흥적으로 선율을 맞춰가는 재즈를 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는다. 카오루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속할 곳이 없었던 센타로도 드럼으로 재즈를 연주하며 감정을 폭발시킨다. 이들에게 재즈는 삶의 분출구이고 에너지인 셈이다.

<언덕길의 아폴론>에서 카오루와 센타로가 함께 재즈를 연주하는 장면들은 음악의 힘을 흠뻑 느끼게 해준다. 다퉜던 카오루와 센타로가 재즈로 화해하는 문화축제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피아노, 드럼 합주 장면을 위해 치넨 유리와 나카가와 타이시는 10개월간 연습에 매진했다는 후문이다. 원작 만화의 코마다 유키 작가는 "실제로 배우가 직접 연주하고 있기 때문에 박력과 생동감이 다르다"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 <언덕길의 아폴론> 영화의 한 장면 ⓒ (주)엔케이컨텐츠


<언덕길의 아폴론>은 무척 특이한 제목이다. 영화에서 '언덕길'은 두 개가 나온다. 하나는 카오루가 매번 "지긋지긋한 언덕"이라 투덜거리는, 높고 가파른 경사를 힘겹게 올라야 다다르는 학교길이다. 학교길인 '언덕길'은 고비를 계속 넘어야 하는 인생의 여정 같다.

다른 하나의 언덕길은 리츠코가 전학생 카오루에게 소꿉친구 센타로와 동네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여기서 '언덕길'은 만남의 시작이자 세 사람만의 추억이다. 찬란한 청춘의 한 자락을 장식한 순간이기도 하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은 음악의 신이다. 제목에 아폴론을 넣은 건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선언적인 의미다. 또한, 다프네를 향한 아폴론의 짝사랑은 영화 속 카오루, 센타로, 리츠코의 엇갈리는 마음과 연결된다.

▲ <언덕길의 아폴론> 영화의 한 장면 ⓒ (주)엔케이컨텐츠


아폴론의 다른 이름인 '포이브스(Phoebus)'는 '빛나는, 눈부신'이란 뜻을 가진다. '언덕길'과 '아폴론'을 합하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청춘 시절에 걸었던 언덕길'에서 '삶에서 가장 눈부신 친구 아폴론'을 만났다고 풀이할 수 있다.

빛나는 순간을 기억하는 정서는 배경에도 녹아있다. <언덕길의 아폴론>의 시대적 배경은 1966년이다. 당시 일본은 고도성장의 시기를 달리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사회 변화를 꿈꾸는 학생운동이 꿈틀대던 시기였다.

1966년의 한복판에서 청춘의 우정이 발하는 빛, 음악의 에너지를 보여주는 <언덕길의 아폴론>은 보편적인 호소력을 지닌다. 현재의 일본 사람들에겐 남다른 향수, 위로, 용기가 될 것이다. 미키 타카히로 감독은 또 한 번 멋진 실사 영화에 성공했다.

미키 타카히로 치넨 유리 고마츠 나나 나카가와 타이시 딘 후지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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