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길의 아폴론>영화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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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나 소설 등을 영화로 옮긴 경험이 많은 미키 타카히로 감독은 "단순히 내용을 모두 찍는다고 원작을 그리는 게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원작자가 무엇을 그리고 싶었는지, 핵심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키 타카히로 감독이 <언덕길의 아폴론>에서 핵심으로 본 건 무엇일까? 그는 "카오루, 센타로, 리츠코 세 사람의 우정을 넘어선 관계"라고 설명한다.
<언덕길의 아폴론>은 10대 남녀의 우정과 사랑을 다룬다. 여기에 음악을 곁들였다. 영화에서 음악은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마음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카오루는 병원의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큰어머니의 압박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카오루가 즐기는 클래식은 유일한 친구이다. 동시에 규칙이란 족쇄이기도 하다.
카오루는 센타로와 리츠코 그리고 재즈라는 친구를 만나면서 변화한다. 정해진 방향을 말없이 따라가던 카오루는 즉흥적으로 선율을 맞춰가는 재즈를 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는다. 카오루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속할 곳이 없었던 센타로도 드럼으로 재즈를 연주하며 감정을 폭발시킨다. 이들에게 재즈는 삶의 분출구이고 에너지인 셈이다.
<언덕길의 아폴론>에서 카오루와 센타로가 함께 재즈를 연주하는 장면들은 음악의 힘을 흠뻑 느끼게 해준다. 다퉜던 카오루와 센타로가 재즈로 화해하는 문화축제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피아노, 드럼 합주 장면을 위해 치넨 유리와 나카가와 타이시는 10개월간 연습에 매진했다는 후문이다. 원작 만화의 코마다 유키 작가는 "실제로 배우가 직접 연주하고 있기 때문에 박력과 생동감이 다르다"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