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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04, 5... 숫자로 돌아보는 2017 KBO리그 결산

8,400,688... 단일 시즌 최다 관중 돌파, 잊어선 안 될 숫자

17.12.31 13:11최종업데이트17.12.3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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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에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부터 겨울을 뜨겁게 만든 스토브리그까지 2017년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개최국으로 참가한 WBC에서 1승에 그쳐 예선 탈락의 수모를 겪었고, 다소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KBO리그는 역대 단일 시즌 최다 관중을 '또' 돌파하며 올시즌에도 많은 야구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시즌 초반부터 독주 체제로 선두에서 내려오지 않은 KIA가 한국시리즈 트로피까지 거머쥐면서 2009년 이후 8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시리즈 5차전을 끝으로 경기 일정은 모두 마무리됐지만,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과 스토브리그로 열기가 계속 이어졌다.

수없이 많은 일이 일어난 2017 KBO리그를 몇 개의 숫자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KIA의 통합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7 KBO리그를 정리한다. ⓒ KBO


1 : WBC 예선 1승, 개최국의 조별 예선 탈락

지난 3월 국내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WBC 서울 라운드는 잊고 싶은 기억 중 하나로 남았다. 총 6경기가 진행됐고 이스라엘, 네덜란드, 대만이 대표팀과 한 조에 속했다. 2월 말에 열린 세 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실전 점검을 마친 대표팀은 예상과 달리 첫 경기인 이스라엘전부터 패배하며 '적신호'가 켜졌다. 이튿날 네덜란드전에서도 5-0으로 영봉패, 사실상 2라운드 진출이 어려워졌다.

대표팀은 예선 마지막 경기인 대만전을 승리하며 조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최하위까지 추락한 것은 아니었지만 개최국으로서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했다.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할 수도 없을 만큼 대만전도 결코 쉽지 않은 경기였다. 엔트리 발표 당시 좋지 않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오승환이 발탁될 만큼 4년 전의 악몽을 씻고 싶었던 대표팀은 2라운드로 향하는 티켓을 얻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약 8개월이 지났다. 11월 중순, 일본에서 APBC가 개최됐다. 대회 규정상 24세 이하 또는 프로 3년차 이하 선수들만 나설 수 있었고 대한민국, 대만, 일본 총 3개국만 참가해 규모가 그리 큰 대회는 아니었다. 다만 이정후, 박세웅, 장현식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세대교체라는 측면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내년에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는 올해보다 더 짜임새 있는 대표팀을 기대해본다.

3.04 : ERA 3.04(최소 1위) 피어밴드, kt의 위안거리

김진욱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kt의 순위는 올해도 그대로였다. 고영표, 피어밴드, 로치를 주축으로 4월 한 달간 선발 야구를 보여준 kt는 점점 힘을 잃었고 특히 빈약한 타선이 발목을 잡았다. 외국인 타자 조니 모넬은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떠나야만 했다.

그나마 피어밴드의 호투가 kt의 위안거리였다. 올시즌 26경기에 등판해 160이닝 동안 8승 10패 ERA 3.04로 리그에서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득점 지원을 넉넉하게 받지 못하면서도 제 몫을 다했다. 일찌감치 재계약 도장을 찍은 피어밴드는 내년에도 kt 유니폼을 입고 뛴다. 황재균이 가세한 타선이 내년에는 피어밴드를 도와줘야 한다.

5 : 전 경기 출전 야수는 단 5명, 그리고 그 중 한 명 '이정후'

올시즌 전 경기에 출전한 야수는 김재환(두산), 손아섭(롯데), 이정후(넥센), 구자욱 박해민(이상 삼성) 총 5명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면 단연 이정후다. 시즌 내내 '바람의 아들' 이종범 해설위원의 아들로 주목받았던 이정후는 입단 첫 해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44경기 전 경기에 출장해 타율 0.324 2홈런 47타점을 기록, 팀 내에서 서건창(0.332)에 이어 타율 2위였다. 고졸 신인이 전 경기에 출전한 것은 이정후가 처음이었고 신인 최다 득점, 안타 신기록까지 갈아치웠다. 독보적인 페이스로 신인왕을 수상한 이정후는 양현종(KIA)과 함께 이번 겨울 각종 시상식을 휩쓸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웨이트 훈련 도중 덤벨 기구에 부상을 입었고, 손가락 골절로 인해 6주간 치료를 해야 한다는 소견이 나왔다. 스프링캠프에 갈 수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개막전 엔트리 합류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에서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는 이정후의 진화를 볼 수 있을까.

'건강한' 이정후를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 넥센 히어로즈


11 : 11번째 트로피, KIA의 8년 만의 KS 우승

2009년 이후 정상에 오르지 못한 KIA가 한을 풀었다. 4월 중순부터 줄곧 선두를 달린 KIA는 한때 NC와 두산의 위협을 받았고, 9월 말에는 두산이 공동 1위까지 올라오기도 했지만 끝내 1위 자리를 두산에게 내주지 않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한국시리즈 진출 시 우승을 놓친 적이 없었던 KIA로선 편안하게 한국시리즈 대비에 들어갔다.

1차전에서 김재환과 오재일의 홈런을 앞세워 두산이 먼저 기선제압에 성공했으나 곧바로 KIA가 반격에 나섰다. 2차전 선발로 나선 양현종은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실점 없이 잡아냈고, 타선은 8회말 두산 내야진의 실책을 틈 타 한 점을 뽑아냈다. 2차전을 1-0 완봉승으로 장식하며 분위기를 전환한 KIA는 3, 4, 5차전을 모두 승리해 잠실 원정에서 샴페인을 터뜨렸다. 특히 2차전 선발로 나섰던 양현종은 5차전 9회말 팀이 한 점 차로 앞선 상황에서 마무리로 등판, 본인이 직접 마침표를 찍었다.

'20승 듀오' 양현종-헥터의 활약, 쉴 틈 없는 타선의 힘으로 정상에 올라섰다. 정규시즌 내내 불펜이 불안했지만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에서는 김윤동, 김세현 등 필승조가 팀의 리드를 지켰다. 또한 한국시리즈 진출=우승 공식은 유효하다는 것을 이번에도 증명했다.

성공적으로 시즌을 보낸 KIA는 올겨울 최대 과제 중 하나였던 외국인 3인방과 재계약을 성공적으로 끝냈고, 지난 28일에는 양현종이 연봉 23억 원에 도장을 찍고 KIA 잔류를 선택했다. 이로써 KIA는 전력 누수 없이 2018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2연패를 향한 발걸음은 이미 시작되었다.

33 : 3할 타자가 무려 33명, 타고투저 '여전'

올시즌 KBO리그에서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타자는 타격 1위 김선빈부터 33위 스크럭스까지 총 33명에 달했다. 시즌 개막 전 KBO는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스트라이크 존을 지난해보다 넓힐 것이라고 밝혔고, 실제로 시즌 초반 바뀐 스트라이크 존을 적응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선수도 있었다.

그러나 시즌이 진행되면서 스트라이크 존이 지난해로 다시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많아졌고, 선수들이 일관성 없는 볼 판정에 불만을 나타내는 장면도 연출됐다. 물론 KBO가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하려고 노력했고 심판마다 성향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타고투저 현상은 올해도 여전했다.

적어도 들쭉날쭉한 볼 판정은 조금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아닐까. 내년 시즌에도 타고투저 현상이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난 9월 초 두산과의 원정 경기 은퇴투어에서 어린이 팬에게 사인을 해주는 이승엽. ⓒ 유준상


36 : Goodbye Le36end, 그라운드를 떠난 '국민타자' 이승엽

올시즌 KBO리그가 더 특별했던 이유, '국민타자' 이승엽의 마지막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현역으로서 나서는 마지막 올스타전을 시작으로 8월부터 본격적인 은퇴투어가 진행되었다.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9개 구단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 영상 시청, 기념품 증정 등의 순서로 행사를 열어 그의 마지막 원정 경기 방문을 축하했다.

이승엽은 은퇴투어를 모두 끝낸 이후 10월 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마지막 경기를 소화했다. 타 구장에서 1위, 3위 주인공을 결정하기 위한 시즌 최종전이 치러졌고, 대구에서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넥센과 삼성이 만났다. 가을야구와 멀어진 두 팀이었지만 야구팬들의 관심은 이승엽이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대구로 집중됐다. 전 구장에서 가장 늦은 시각인 오후 5시에 경기가 개시되면서 많은 팬들이 은퇴 경기를 함께할 수 있었다.

그의 첫 타석부터 모든 팬들이 놀랐다. 한현희의 빠른 공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라이온즈파크를 가득 메운 야구팬들은 모두 기립해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냈고 이승엽은 묵묵히 다이아몬드를 한 바퀴 돌았다. 두 번째 타석에서도 한현희의 빠른 공을 놓치지 않은 이승엽의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겼고, 또 한 번 라이온즈파크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수많은 홈 팬들 앞에서 마지막 홈 경기를 치른 삼성은 한 점 차로 승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리고 경기 종료 직후 펼쳐진 은퇴식에서 국민타자는 야구팬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건네다 끝내 눈물을 보였고, 지켜보던 팬들도 함께 울었다. 더 이상 그라운드에서 그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그가 남긴 발자취는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234 : 단일 시즌 팀 최다 홈런, 와이번스 매직이 통했다

올시즌 SK의 야구를 표현하면 홈런, 홈런, 또 홈런이었다. 총 234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2003년 삼성 이후 14년 만의 단일 시즌 팀 최다 홈런을 경신했다. '역대 3루수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최정을 비롯해 로맥, 한동민, 김동엽 등 단순히 특정 타자의 활약이 아닌 모든 타자들의 고른 활약이 만들어낸 값진 기록이다.

'에이스' 김광현이 재활로 인해 이탈한 시즌이었음에도 압도적인 화력을 과시하며 2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성과를 남겼다. 다만 공격에서 홈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홈런 이외의 득점 패턴에 대한 고민을 풀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냈는데도 가장 낮은 타율을 기록한 팀이 SK였다.

461 : FA 시장 'BIG5'의 움직임, 그리고 총액 461억원

시즌이 끝나도 야구 열기는 식지 않았다. 김현수, 황재균, 강민호, 손아섭, 민병헌까지 대어급 선수들이 대거 FA 시장에 나오면서 스토브리그는 지난해보다 더욱 뜨거웠다. 이 다섯 명 가운데 롯데와 재계약 도장을 찍은 손아섭을 제외한 무려 네 명이 원소속구단과 손을 잡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김현수는 총액 115억 원에 LG로, 황재균은 총액 88억원에 kt로 이적했다. 또한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는 총액 80억 원에 삼성 유니폼을 입었고 오랫동안 두산에서 활약한 민병헌 또한 총액 80억 원을 받으며 거인의 품에 안겼다. 중하위권 팀들이 과감하게 투자를 시도하며 전력 상승의 기회를 가졌고, 손아섭(98억 원)을 포함해 이른바 'BIG5' FA 계약 총액은 무려 461억 원이었다.

반면 FA 자격을 재취득한 선수들에게는 이번 겨울이 그 어느 때보다 춥게만 느껴진다. 이종욱과 손시헌은 각각 1년 5억 원, 2년 15억 원에 재계약했고 최준석, 정근우 등 아직 도장조차 찍지 못한 선수도 있다. 함께 시장에 나왔지만 선수마다 상황이 전혀 다른 이번 FA 시장은 해를 넘긴 이후에도 쉽게 문을 닫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기쁜 일도, 잡음도 있었지만 840만 관중을 기록한 KBO리그는 올해도 인기 프로스포츠임을 보여줬다. 내년에는 좀 더 기분 좋은 뉴스가 많이 들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유준상


8,400,688 :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관중 돌파, 잊어선 안 될 숫자

올시즌 KBO리그는 유난히 많은 악재를 맞이했다. WBC 1라운드 탈락, 심판 판정 논란, 비디오 판독센터 오심, 심판 금전거래 사건 등 팬들을 실망스럽게 한 일이 많았던 시즌이었다. 특히 7월 초에 터진 심판 금전거래 사건은 KBO리그를 위해 일하는 구성원들과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 모두 분노하고 실망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한창 순위 경쟁으로 뜨거운 KBO리그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1위와 3위 주인공이 정규시즌 최종일에 결정될 만큼 순위 경쟁이 치열했고 이병규, 이호준, 박재상, 이승엽 등 은퇴식을 치르는 선수들을 직접 보려는 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총 840만688명, 지난해(833만9577명)보다 더 많은 팬들이 야구장에 왔고 2년 연속으로 800만 관중을 돌파했다.

2년 연속 800만 관중 돌파와 함께 역대 단일 시즌 최다 관중을 기록한 것은 분명 의미가 있지만, 내년에도 뜨거운 열기를 유지하려면 야구팬들을 배신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많은 사건사고 속에서도 팬들은 등을 돌리지 않았다는 것, '8,400,688'이라는 숫자를 결코 잊어선 안 된다.

2018년, 새해에는 KBO리그에 밝은 뉴스들이 좀 더 많이 들려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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