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민 PD는 <오늘의 유머>에 세월호참사 관련 보도를 비판한 '엠병신 PD입니다'는 글을 올렸다 정직 6개월 징계를 받았고,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능국 이야기>(일명 유배툰)를 올렸다가 해고를 당했다.
권성민
어릴 때부터 MBC를 좋아했다. 입사 지원서를 쓸 때 다른 방송사의 공채도 열려있었지만 MBC만 지원했다. 그리고 2012년 1월, 운 좋게 입사했다. 입사하기 전날, 노동조합은 파업을 시작했다. 첫 출근한 회사는 전운으로 가득했고 생애 첫 사령장은 어느 어수선한 사무실에서 받았다. 조합 가입 자격이 없는 수습 기간 동안 선배들이 없는 텅 빈 회사에서 바로 방송을 만들기 시작했다.
같은 해 4월 수습이 해제되자 파업에 동참했고, 대학등록금도 내 손으로 벌어 다녔던 나는 우습게도 내로라하는 방송국에 입사한 뒤 처음으로 부모님께 생활비를 지원받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몇 개월을 싸운 뒤 같은 해 7월 파업을 접고 방송에 복귀했다. 모든 것이 뒤틀리고 어긋나있는 회사로.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MBC에 입사했지만입사 원서를 낼 때 회사의 상황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다만 머지않아 해결되고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거라 생각했다. 신입사원 연수에서 만난 조합 집행부도, 연수가 끝날 쯤 파업도 끝날 테니 신입사원들은 크게 마음 쓰지 말라는 말을 했었다.
그보다는 사실, 정말 붙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니 입사 이후에 대한 고민도 막연할 일이었다. 어찌어찌 가게 된 최종면접 전날에는, 너무 싫은 김재철 사장이 면접장에 나올 텐데 표정관리 못 하는 나는 어쩌나 하는 걱정도 했다. 면접 당일, 정말 표정 관리가 안 됐는지 사장은 나를 보자마자 "MBC는 좋은 회사야. 권성민씨 같은 사람이 내가 싫으면 나가라고 싸울 수도 있는 회사라고"라는 말부터 했다. 속마음이 보였나 뜨끔 했는데, 그러고도 어떻게 합격을 했다. 그 말을 했던 김재철 사장은 정말로 자기 나가라고 싸운 조합원들을 자르고 쫓아내고 징계했지만.
그렇게 누군가는 해고되어 있고, 누군가는 유배되어 있고, 누군가는 정직을 받으며 계속 싸우고 있는 MBC에서 내 첫 직장생활이 시작됐다. 그 직장생활을 해나가는 동안 또 누군가는 유배되고, 누군가는 정직을 받으며 지난한 싸움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