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색, 계>인간은 ‘색, 계’ 그 중간의 쉼표(,) 쯤에 머무는 존재가 아닐까.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색과 계의 사이중화권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아시아 출신의 감독으로 꼽히는 리안(李安) 감독이 천착하는 주제가 바로 이 인간 욕망의 문제다. 완벽하게 불완전한 인간은 때로는 욕망을 가까스로 다스리고, 때로는 욕망에 속절없이 굴복하며, 색과 계 사이의 불안한 왕복달리기를 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에서 주인공 파이 파텔에게 삼촌이 "널 해치는 건 물이 아니라 공포심"이라고 하는 말에서 공포심은 인간이 갖는 본능적인 무의식, 욕망의 세계일 것이다. 따라서 리처드 파커라는 호랑이는 파텔의 구명정에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다만 파텔의 마음 속에 자리 잡은 본능적인 공포, 무의식에 도사리고 앉은 욕망의 상징이 아니었을까. 인간은 결코 그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 욕망과 같은 배를 타고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그것이 사라질 때의 상실감과 허탈함을 간직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