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스틸 사진.
도호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행동만으로도 감당이 안 되는데 여기에 영화적 미장센은 과하기가 짝이 없다. 화려한 색감을 꾸역꾸역 밀어넣은 장면들, 광기에 가득 찬 배우들의 에너지, 템포가 미친 듯 빠른 사운드에 CF 감독 출신의 영상 문법의 파격까지 더해졌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에게 독보적인 면이 있다면 '제대로 미친 인물들'을 제대로 미친 화면으로 담아내기 때문이다. 화면 위로는 자주 꽃이나 빛이 날아다니고 극중 인물들은 영화 속에서 자주 현란한 상상 속을 헤맨다.
화면 위로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개인적 인장이 그대로 찍혀 나온다. 때로는 그 영화가 너무나도 화려한 탓에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종종 내용은 실속이 없고 화려한 색감으로만 영화를 만든다는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이 정도로 미친 인물들을 구현해내는 방식은 그의 화면과 색감이 최선이라는 것을.
배우를 기죽이는 괴짜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 눈에 들어온 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서 '인생 연기'를 보여준 일본의 배우 나카타니 미키의 인터뷰에서였다. (실제 제30회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여우주연상을 포함해 이 작품은 9개의 상을 휩쓸었다.) 분명 높은 수준의 연기를 선보인 배우라면 응당 보일 자부심과 자신감이 나카타니 미키의 인터뷰에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나카타니 미키는 어딘지 모르게 주눅이 든 표정으로 문장의 시작마다 "천재이신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작품을"이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마츠코를 연기할 수 있다면 미움 받아도 좋았다. 마츠코를 연기하기 위해 배우를 계속해 온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불량공주 모모코>를 만든 천재 나카시마 감독님과 함께 일을 하는 건 너무나도 고된 일이라 나 같은 범재는 감독님의 지시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머리론 이해해도 감정이 따라갈 수 없거나 몸이나 목소리가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몇 번이나 해도 OK가 나지 않았다. 그러면 감독님이 화가 나서 '바보! 죽여버린다! 몇 번 말해도 똑같잖아!'라고 화를 냈다." (관련 링크:
https://youtu.be/aDeuZdRHT6o)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촬영하던 당시의 나카타니 미키는 이미 일본에서 최고 수준의 배우였다. 그런 배우에게 연기 지도를 하면서 면박을 주는 감독을 상상하기 어렵다. 영화 촬영장에서 감독과 사사건건 부딪혔다는 소문이 들렸고 비록 이후 <갈증>에 출연하기는 했어도 당시 나카타니 미키가 두 번 다시는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과 작품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