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블루스>영화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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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외면을 받고는 있지만<한강블루스>(2016)는 이무영 감독의 근작이다. 영화는 사랑했던 여자가 자살하자 죄책감에 시달리며 한강에 뛰어든 신부 명준(기태영 분)을 노숙자들인 알코올 중독자 장효(봉만대 분), 트랜스젠더 추자(김정팔 분), 뱃속의 아이를 품고 수녀가 되려는 마리아(김희정 분)가 구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다. 대안 가족의 서사는 전작들보다 더욱 짙어졌다.
이번에도 자살을 시도하는 신부, 아이를 실수로 죽인 의사, 임신한 10대 가출 소녀, 트랜스젠더 등 민감한 소재들과 정면으로 맞선다. "저는 불편한 진실을 숨기고 아무 생각 없이 잘 사는 게 더 불편한 인간입니다"라며 "내 옆에서 누군가 아프다고 계속 울고 있는데 '괜찮다'고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불편한 삶이죠"라고 이무영 감독은 고백한다.
<한강블루스>는 화면을 '흑백'으로 선택했다. 감독은 예산상의 문제와 예술적인 이미지를 이유로 꼽았다. 색이 사라진 무채색의 세계는 편견 없이 모두를 바라보려는 감독의 시선과 잘 어울린다.
이무영 감독은 2000년대 초반 야심차게 준비한 두 편의 영화가 연달아 실패한 후에 캄보디아로 단기 선교를 갔다가 그곳에서 남을 위해 헌신하는 선교사를 보고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의 경험은 그를 성숙하게 하는, 영화에 종교적인 색채를 투영하는 계기로 작용한 느낌이다. <한강블루스>는 감독 이무영과 종교인 이무영이 함께 보내는 위로의 메시지다.
데뷔 이래 불편한 소재를 줄곧 다룬 문제적인 감독 이무영. 분명 주목할 만한 작품을 내놓았건만 그의 상상력은 대중으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았다. 일부에서 컬트로 인정받는 정도다. 규격화를 앞세운 한국 영화계는 그를 변방으로 밀어냈다. 대한민국 사회는 돌출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휴머니스트><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아버지와 마리와 나><한강블루스>는 겁 없는 영화광에서 출발하여 어느새 사회를 근심하는 사람으로 변화한 성장의 기록이다. 더불어 고정 관념을 깨려는 분투기다. 이무영은 말한다. "나는 장르보다는 할 이야기가 무엇인가가 더 중요하다" 작가 이무영의 다섯 번째 영화와 만날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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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