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로메제> 포스터
Les Films du Fleuve
첫 장편부터 다르덴 형제는 인간성이라곤 바닥인 로저의 행위를 통해 인간애가 실종되어 벌어지는 상실감과 비극, 거기서 나오는 먹먹함을 드러내 보인다. 그렇다고 희망을 뭉개지는 않는다. 죄의식을 가졌던 아들 이고르는 아버지 로저를 묶어버리고 불법체류자 아시타와 길을 함께 걷는다. 아시타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나 다르덴 형제는 아고르가 함께 한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희망을 되살릴 연대 의식을 주문한다. 이는 다르덴 영화가 갖고 있는 일관성이자 지향점이기도 하다.
다르덴 형제의 '한결 같음' 2008년 영화 <로나의 침묵>은 <프로메제>의 연장선에 있다. 배경은 <프로메제>과 유사하지만 내용은 이민 제도의 허점이다. 로나는 시민권을 얻기 위해 생면부지의 클로디와 결혼했으나 이혼할 작정이다. 마약에 빠진 클로디는 로나의 이런 생각과는 무관하게 잠깐이라도 곁에 있는 로나란 사람, 그 자체를 필요로 한다. 클로디는 "로나, 로나, 로나…"라고 반복해서 로나를 부른다.
클로디의 부름은 욕망을 걷어낸 로나를 찾는 과정이자 로나의 공허한 마음을 움직이는 바탕이 된다. 영화는 이름 하나라도 허투루 여기질 않는다. 브로커가 클로디를 마약쟁이라고 하자, 로나는 클로디라며 바로 잡는다. 마침내 로나와 클로디가 발가벗고 서로를 포옹하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이것은 성적인 장면이라기보다 클로디와 로나 사이를 가로막던 장벽이 무너지고 인간애가 회복되는 과정이다. 희망은 존재하고, 존재해야 한다는 다르덴 형제의 일관성이 이 영화에도 녹아있다.
다르덴 형제는 다큐의 기법을 차용하면서도 영화라는 장르를 통해 현실을 더 극적이고 적확하게 파악하도록 했다. 이들은 <로나의 침묵>을 제작하면서 실제 위장결혼 사례들을 조사하여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또 초기엔 무명 배우를 영화에 기용했는데, <프로메제>에서 다르덴 형제와 인연을 맺은 올리비에 구르메는 평범한 얼굴에 감춰진 내면 연기로 영화의 사실성을 더했고, 두 번째 장편작 <로제타>에서 로제타역으로 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에밀리 드켄은 영화를 찍을 당시 17살로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