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연출 중인 소피아 코폴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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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스런 친구 같았던 그녀의 영화들소피아 코폴라는 영화 속에 이러한 정서를 옮기며 그 삶들을 드라마틱하게 극대화 하기 보다는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전달한다. 그래서 그녀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누군가에겐 도통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이입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로 탄생한다. 어쩌면 이는 코폴라 감독의 성장 배경이 녹아든 결과물일 지도 모른다. 익히 알려져 있듯 그녀의 아버지는 <대부>로 거장이라는 칭송을 받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였으며 나머지의 가족들 역시도 영화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었다. 소피아 코폴라 역시도 그런 가족들과 같은 길을 걷고자 했지만 배우로 시작한 그녀의 커리어는 결국에는 완벽하게 망가졌으며 처음 쓴 각본도 혹독한 악평에 직면했다. 사람들은 그런 코폴라를 조롱했고 이후 감독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하기까지 그녀는 기나긴 방황의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소피아 코폴라는 잘 살았으면 살았지 못 살진 않았다. 하지만 그런 스스로의 삶이 괜찮게 느껴졌을까를 질문한다면 '글쎄'라는 대답이 떠오른다. 끔찍한 비극도 없지만 역동적인 환희도 없는 질식할 듯한 고루함 속에서 의문과 불안이 교차하는 인생.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할리우드 로얄 패밀리라는 위치가 족쇄이자 감옥처럼 느껴졌던 그녀의 삶이 그렇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인생은 코폴라의 것이자 그녀의 영화 속 주인공들의 것이었고 또한 나의 것이기도 했다. 나는 자살을 꿈꾸던 리스본 가의 다섯 자매였던 시절을 지나, 원하지도 않게 어른의 세계에 툭 떨어진 마리로 살았고 올라갈 또 다른 인생의 커튼 앞에서 혼란에 빠진 샬롯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또 다른 인생의 한 시기로 넘어가는 중이다.
그래서 일까, 내게 있어 소피아 코폴라의 영화들은 마치 서로를 너무도 잘 알아 그저 눈빛 만으로도 상대방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챌 수 있는 비밀스런 친구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그녀의 작품들이 이해할 수 없는 소녀들의 세계를 그리고 있으며 그래서 <처녀 자살 소동>에 등장한 의사처럼 '넌 인생의 끔찍함을 알기에는 너무 어리다'는 말을 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이에 대한 세실리아의 대사를 인용하며 글을 마치고 싶다.
"확실한 건 선생님이 13살의 여자 아이가 되어본 적은 없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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