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쥐>의 섹스 신은 충격적이었다. 또한 영화 내에서 매우 중요한 장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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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에서 드러나는 영속(永續)의 수혈 조르주 바타유(Georges Bataille)는 <에로티즘 (Erotism)>에서 "섹스는 죽음과 같은 것"이라고 정의했다. 바타유에 의하면, 섹스가 모든 것이 끝나는 의미의 죽음이 아닌 인간의 유한한 삶이 가진 불연속성(discontinuity)에 연속성(continuity)을 부여하고, 영속(eternity)을 담보하는 유일한 행위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는 '죽음'을 (이어) 사는 것, 즉, "내면적이고 영속적인 행위"이고, 그런 의미에서 살아있는 육신들의 전유물, 즉, 삶의 알파와 오메가를 잇는 근원적 행위인 것이다(필자의 다른 글, "영화 <연인>으로 보는 죽음과 섹스 그 경계"에서 인용). 죽음과 삶을 잇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섹스 신은 <박쥐>에서 가장 잘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
신부인 상현(송강호)은 아프리카에서 전염병을 앓던 중 수혈받은 피로 뱀파이어가 된다. 흡혈귀가 된 그는 갑자기 갈구하게 된 욕망과 쾌락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는 초등학교 동창 강우의 집에 방문했다가 그의 아내 태주를 보고 반하게 되고 그녀 역시 상현에게 사랑을 느낀다. 태주는 상현과의 밀회를 위해 그가 봉사하는 병원에 방문한다. 그리고 식물인간 환자가 입원 중인 한 병실 구석 침대에서 서로의 생명을, 사랑을 수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