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툰>의 세 주인공. 왼쪽부터 엘라이어스 상사, 크리스 일병, 반즈 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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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개봉 당시 비평가들로부터 "베트남전을 다룬 어떤 영화보다도 더 진지한 리얼리티를 담고 있다"는 의 찬사를 받았다.
실제 올리버 스톤 감독의 통찰은 심오했다. 무엇보다 소대(플래툰) 주임상사 반즈와 엘라이어스의 대립은 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두 사람은 작전 중에 사사건건 대립한다. 소대원들도 덩달아 반즈 편과 엘라이어스 편으로 갈려 서로에게 증오를 퍼붓는다. 주인공 크리스는 이 상황을 '소대 내 시민전쟁'이라며 어이없어한다. 반즈와 엘라이어스의 대립은 둘이 속한 소대가 베트콩이 은신해있다고 여겨지는 어느 이름 없는 작은 마을을 점령했을 때 절정에 다다른다.
병사들은 마을에서 동료 미군 병사 한 명이 참혹하게 죽임을 당한 광경을 목격한다. 반즈는 치를 떨며 분노를 폭발시킨다. 소대원들의 광기도 극에 달한다. 주민들을 마구잡이로 폭행, 살해하는가 하면 어린 소녀를 집단 강간한다. 이러자 엘라이어스는 반즈를 제지하려 하고, 이어 두 사람은 난투극을 벌인다. 작품 속 미군의 모습은 자신들끼리 편을 갈라 싸움을 일삼고, 평화롭던 베트남의 조그만 마을 사람들의 삶을 유린하는 침략자의 모습에 불과하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애초 미국이 베트남의 자유 민주주의 수호라는 거창한 전쟁 명분과는 달리 자기 자신도 구원 못 하는 침략자임을 고발한다.
올리버 스톤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인공 크리스 테일러는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젊은이이다. 그는 다니던 대학을 중도에서 포기하고 자진해서 베트남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의 흑인 동료는 비아냥 조로 그를 '십자군'이라고 부른다.
반면 그의 동료들은 하나같이 이름 없는 마을 출신들이었으며 또한 하나같이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다 전쟁에 '끌려왔다'. 크리스는 이들을 보면서 '왜 밑바닥 젊은이들이 고통을 짊어져야 하나?'하고 자문한다. 또 그의 순수한 신념이 무색하게 전쟁은 매일 반복되는 참호 구축 작업, 매복과 야간 정찰, 그리고 전역 날짜만 손꼽아보면서 오로지 생존만 목표로 하는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이러자 크리스는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베트남에 온 걸 후회한다고 적는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 이후에도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면서 세계 도처에서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전쟁 양상은 베트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3년 미국이 감행한 이라크전이 그랬다. 부시 미 행정부는 처음엔 이라크의 대량파괴 무기(WMD)를 문제 삼더니, WMD의 존재를 입증할 자신이 없어지자 슬그머니 이라크의 민주화로 말을 바꿨다. 그리고 이라크전에 투입된 병사들은 거의 예외 없이 일용직을 맴돌던 젊은이들이었다.
이 지점에서 앞선 문제를 다시금 제기해 보고자 한다.
인간과 그가 속한 사회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진보하는가?
베트남의 교훈 역이용한 미 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