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붉은 고래>의 한장면
(주)영화사 빅
인간 세계의 바다 아래에 맞닿은 또 다른 신비의 세계. 이곳에 사는 열여섯 소녀 춘은 성년식을 맞아 돌고래로 변해 하늘 위 인간들의 세상을 향한다. 며칠간 바다 곳곳을 여행하던 그는 인간이 쳐 놓은 그물에 걸려 옴짝달싹 못 하고, 우연히 이를 발견한 인간 소년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위험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용돌이에 휩쓸린 소년은 목숨을 잃고, 자신의 세계로 돌아온 춘은 그를 되살리기 위해 '영혼 관리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결국 목숨의 절반을 내놓는 대가로 소년의 영혼이 깃든 새끼 고래를 맡아 키우게 된 춘. 그는 고래가 된 소년에게 '곤'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곤이 인간 세계에 돌아갈 때까지 남몰래 돌보던 중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힌다.
영화 <나의 붉은 고래>는 한 소녀의 시선으로 우주의 섭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소녀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주인공 춘의 여정은 삶과 죽음, 윤회에 이르기까지 동양적 세계관을 스크린 위에 절묘하게 재현한다. 실제로 영화는 중국 철학자 장자의 사상에 등장하는 '붕정만리'(鵬程萬里, 붕새를 타고 만리를 나는 것, 먼 길 또는 먼 장래를 이르는 말)를 모티브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