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박찬희는 '뱀의 머리'가 될 수 있을까

[프로농구] 전자랜드에서 부활한 포인트 가드... 낮은 슛 성공률은 약점

17.04.06 11:23최종업데이트17.04.06 11:24
 올 시즌 전자랜드의 중심에는 박찬희가 있었다
올 시즌 전자랜드의 중심에는 박찬희가 있었다KBL

190의 큰 키, 빠른 돌파 능력과 뛰어난 패스 센스, 그리고 수비 능력까지.

2005년, 고등부 최고의 가드라고 평가받던 박찬희가 경희대학교에 진학하자 농구계는 술렁였다. 한국 농구의 숙원이던 '장신 포인트가드'라는 평을 받으며 연세대, 고려대 등 많은 명문대가 노렸기에 그의 선택은 더욱 의외였다. 그는 경희대 입학 첫해부터 팀을 우승시키며 왜 본인이 고교 랭킹 1위였는지를 완벽히 입증했다.

박찬희는 이후 4년간 경희대에서 대학 최고의 가드로 군림했다. 당연히 2010-11드래프트의 주인공도 그였다. 드래프트 전부터 강력한 1순위로 거론되며 실제 드래프트 날에도 KT&G(현 KGC)에 전체 1순위로 입단했다.

그는 당시 드래프트가 끝난 후 경희대 진학 이유에 대해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라"는 아버지의 조언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중위권이던 경희대를 우승시키고, 자신 역시도 대학 최고의 가드가 되었기에 스스로의 목표를 달성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준플레이오프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우여곡절의 농구 인생을 겪은 박찬희는 다시 한번 '뱀의 머리'로 도약할 기회를 앞두고 있다.

KGC에서의 우승, 그 이후로의 하락세

박찬희는 프로 입성 첫 해부터 탄탄대로를 걸었다. 평균 34분 출장해 12득점의 4리바운드 4어시스트의 기록을 남기며 이정현(KGC인삼공사)을 제치고 신인왕을 당당히 차지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2년에는 김태술, 양희종, 오세근과 함께 초호화 라인업을 구축하며 정규리그 2위, 플레이오프 우승을 이뤄냈다.몇 년간 하위권을 전전하던 KGC의 리빌딩이 완성되었던 순간. 비록 챔프전 MVP는 오세근이었지만, 소속팀을 우승시키며 다시 한 번 '뱀의 머리'가 된 박찬희였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박찬희의 커리어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는 팀을 우승시킨 이후 상무에 입단했는데, 제대 후 심각한 슛 난조를 겪으며 슬럼프에 빠진다. 애초에 신인 시절부터 떨어지는 야투율이 큰 단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상무에서 복귀한 13-14시즌엔 5%의 3점 슛 성공률을 보이며 신인 시절 30%에도 훨씬 못 미치는 성공률을 보였다. 그리고 이후 2년간 20% 초반의 3점 슛 성공률을 기록하며, 그는 영원할 것 같았던 인삼공사의 야전 사령관에서 백업으로 밀려나게 된다.

16-17시즌을 앞둔 KGC인삼공사는 오세근, 이정현, 김기윤, 양희종, 강병현 등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구성하며 말 그대로 '용'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우승후보였다. 이런 KGC에게 고연봉자 후보군 박찬희는 어쩌면 '용의 꼬리'와 같은 존재였다. 결국 그는 팀 내 이해관계 속에서 전년도 최하위 팀이었던 전자랜드로 트레이드된다.

전자랜드에서의 화려한 비상... 슛, 극복할 수 있을까

전자랜드는 박찬희의 농구 인생에 어울리는 팀 컬러였다. 항상 입단 당시에는 중하위권 팀을 우승권으로 이끌었던 그였기에 전자랜드로의 이적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이 전자랜드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 잡으며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7.4어시스트(리그 1위)의 패스 능력은 발군, 거기에1.8스틸(리그 4위)로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2월 2일 삼성전에서는 생애 첫 트리플더블(20득점 10리바운드 12어시스트)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활약을 인정받아 KBL 베스트5를 수상하며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선정되며 커리어 하이를 새로 썼다.

 3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K호텔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인천 전자랜드 박찬희가 출사표와 소감을 밝히고 있다.
3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K호텔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인천 전자랜드 박찬희가 출사표와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완성형인 것처럼 보이는 그의 성적에도 결점이 있다. 바로 항상 지적되어 왔던 3점 슛 성공률. 17%의 저조한 3점 슛 성공률을 보이며 '슛이 없는 포인트 가드'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박찬희와 맞붙는 상대 팀 역시 주로 슛이 없는 선수들에게 쓰는 수비 전술인 새깅 디펜스를 펼친다. 지난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는 허웅(동부)이 박찬희에게 "전자랜드에서 슛성공률을 높여야 하는 선수가 누구인가"로 답이 정해진 질문을 던지며 날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였다.

준플레이오프는 박찬희에겐 아쉬움이 남은 경기들이었다. 1차전에서 삼성은 전자랜드를 상대로 '박찬희 버리기'라는 전술을 펼치며 승리를 챙겨갔다. 박찬희를 타이트하게 수비하지 않는 대신, 에이스 켈리에 수비를 더 집중시킨 것이다. 박찬희는이날도 오픈 상황에서 3개의 3점 슛이 모두 림을 외면하며 8득점 3어시스트의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 3차전 때는 전자랜드도 이를 의식한 듯 박찬희 대신 김지완과 차바위를 기용하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2차전에서 김지완, 차바위, 정영삼은 3점슛 7개(7/14)를 기록하며 삼성에 99-75로 대승을 거두었다. 3차전 역시 김지완이 18득점을 올리며 팀은 승리를 거두었지만, 박찬희는 10분 정도밖에 코트를 누비지 못하면서 팀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올 시즌 전자랜드가 6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박찬희의 존재 때문이다. 분명 삼성과의 2, 3차전 때처럼 외곽포가 터지기 시작하면 가능성이 있지만 전자랜드의 야투는 기복이 있다. 또 삼성을 물리치고 4강에 진출한들 오리온의 앞선 수비는 삼성처럼 헐겁지 않다. 그러므로 챔프전 진출을 위해서는 박찬희의 부활이 필수적이다. 그 부활은 꼭 박찬희의 3점 슛이 터져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가 가진 돌파 능력과 허슬플레이, 그리고 1번으로서의 감각만 살아난다면 전자랜드의 4강, 그리고 챔프전 진출은 꿈이 아닐 것이다.

'뱀의 머리' 농구 인생을 살아 온 박찬희가 과연 전자랜드에서도 기적을 써내려갈 수 있을까. 삼성과 전자랜드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은 4월 6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펼쳐진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민강수기자
박찬희 프로농구 KBL
댓글

청춘스포츠 기자단들이 함께 콘텐츠를 생산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