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현, 두 도시 이야기> 포스터. 그를 추억하게 된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 배급위원회
2000년 부산의 노무현과 2016년 여수의 백무현을 잇는다. 한평생을 권위주의, 지역주의와 맞선 노무현은 더는 이곳에 없고, 유신의 유령들이 권력의 심장을 움켜쥐었다. 경상도는 새누리당이 전라도는 국민의당이 눌러앉은 현실 가운데 과연 역사란 진보한다고 어느 누가 말할 수 있으랴.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를 보며 노무현을 떠올렸다. 불과 10년 전 이 나라 대통령이 노무현이었다는 게, 한 나라가 10년 만에 이토록 퇴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국정원과 군의 대선개입 논란, 연이은 인사실패, 사이버 사찰, 세월호 침몰참사, 청와대 문건 유출 등 취임 초기부터 듣는 귀를 의심케 하는 굵직한 사건이 연이어 터지더니 나라 꼴이 아주 갈 데까지 가버린 모양이다. 국기 문란이니 국정농단 같은 섬뜩한 단어가 연일 신문지면에 오르내리고, 지라시나 3류 정치드라마에서나 볼법한 황당무계한 시나리오가 점차 설득력을 얻어간다. 지난 대선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이 나라 절반 가까운 시민은 대체 무슨 죄로 이 사태를 감내해야 하는가 말이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2000년 부산의 노무현과 2016년 여수의 백무현을 잇는 다큐멘터리다. 혁명의 기운이 식어가던 런던과 민중의 힘이 뜨겁게 달아오르던 파리를 배경으로 쓴 찰스 디킨스의 명작 <두 도시 이야기>에서 제목을 따왔다. 참으로 적절한 작명이다. 16년의 세월과 전라도와 경상도라는 공간의 격차를 뛰어넘어 두 도시의 공통되고 또 다른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낸 이 작품에 이보다 나은 이름이 있을까 싶다.
2000년 부산의 노무현과 2016년 여수의 백무현을 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