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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그의 삶은 끝나지 않았다

[리뷰] 밀양에서 본 연극 <길 떠나는 가족>... 오는 10일부터 서울 공연

16.09.02 17:48최종업데이트16.09.0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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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연극촌의 정경. 오랜만에 좋은 연극 한 편을 관람했다. ⓒ 김용만


지난 8월 31일, 학교에서 전교생과 함께 밀양 연극촌에 방문했습니다.

학교에서 한 달에 한 번 있는 이동학습이었습니다. 국어선생님께서 밀양연극촌에 지인들이 계셔서 특별히 본교 학생들을 위해 우리들만을 위한 공연을 준비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별 생각 없이 '연극? 오랜만에 보네'라는 생각으로 함께 했습니다.

길 떠나는 가족의 이야기

이중섭의 생애를 그린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은 100분의 시간 동안 눈을 뗄 수가 없다. ⓒ 김용만


막이 올랐고 연극이 시작되었습니다. 제목은 <길 떠나는 가족>이었습니다. 화가 이중섭의 생애를 그린 작품입니다.

이중섭은 1916년 평안남도 평원 출신으로 1956년 9월 6일 서대문 적십자 병원에서 외로이 사망했습니다. 2016년, 올해는 이중섭 탄생 100주년, 돌아가신지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해서 그런지 이중섭 관련 뮤지컬, 작품전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저는 연극 문외한이지만 이 작품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보는 내내 웃고, 울고, 배우들의 손짓하나, 숨소리 한번,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심장이 떨렸습니다. 화가 이중섭을 실제로 보는 느낌이었고, 그의 삶을 보며 우리 민족의 삶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화가 이전에 아들이었고, 남편이었으며 아빠였던 인간 이중섭을 만났습니다.

작품 공연 시간은 1시간 40분가량 되었던 것 같습니다. 중학생들에게는 길 수도 있는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은 그 누구도 자리를 일어나나거나 딴 짓하지 않으며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작품이 끝난 후 배우들의 무대인사가 있을 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기립박수가 이어졌습니다. 배우들의 혼이 담긴 연기, 무대장치, 음악, 여러 상황들이 정말 완벽했던 무대였습니다.

배우들과의 포토타임때 아이들은 너무나 부끄러워하더군요. 배우 옆에 서는 것만 해도 너무 떨린다고 하던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극단 '연희단 거리패'에 대하여

공연이 끝난 후 무대 인사하는 배우들. 박수받을 가치가 충분히 있는 공연이었다. ⓒ 김용만


포토 타임이 끝난 뒤 작품에 대해 궁금해서 극단의 대표인 김소희님과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 정말 잘 봤습니다. 감사드리고요. 일단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극단 '연희단 거리패'의 대표인 김소희라고 합니다. 오늘 공연했던 작품은 '길 떠나는 가족'입니다. '길 떠나는 가족'은 이중섭 선생님의 대표작품 중 하나입니다."

- 저희 아이들에게 이 작품을 보여주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무엇을 보는 가는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극단에는 작품이 많이 있지만, 아이들에게 이중섭 선생님의 인생, 가족, 화가로서의 힘들었던 삶에 대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아이들도 많은 감동을 한 것 같습니다. 감사드리고요. 그렇다면 오늘 공연은 저희 학생들을 위해 일부러 준비하신 것인가요? 추후 공연을 계속하나요?
"이 작품은 밀양연극촌에서 8월 27일, 9월 3일에 공연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이 작품을 많은 분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서울에서도 공연을 기획했었으나 공연장을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한데 <명성황후>를 연출하셨던 윤호진 교수님께서 밀양에 오셨다가 우연히 이 작품을 보시고 홍대 대학로 아트센터와 연결해 주셨습니다. 오는 10일에서 25일까지 홍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오늘 공연은 서울로 올라가기 직전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 감사합니다. 좋은 소식이군요. 좋은 작품이라 특별한 운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홍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는 공연해 보셨는지요?
"홍대 대학로 아트센터는 뮤지컬을 주로 공연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연극작품이 올라가는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어찌 보면 홍대라고 하는 공간에서 저희 작품이 어느 정도 관객들의 지지를 받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홍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저희에게 많은 배려를 해주고 있습니다. 감사한 일이고요. 저희가 700석이 넘는 큰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것도 처음입니다. 그래서 더 설레기도 합니다. 여러 사정상 많은 홍보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작품을 보신 분들이 감동을 하시고 입소문을 내주시는, 건강한 홍보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웃음)"

- 개인적으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보시고 화가 이중섭의 삶, 우리 민족의 고난의 역사, 예술의 혼들을 함께 느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 '극단 연희단 거리패'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연희단 거리패는 1986년 문화게릴라라고 불리우는 이윤택이 부산에서 창단했습니다. 30년이나 된 전통 있는 극단이었습니다. 자체 '가마골 소극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황극 작품을 공연하며 독자적인 연극 양식을 갖춘 실험극단으로 급성장했습니다. 1990년부터는 해외공연도 시작했으며 말과 몸의 곡예적 운영, 무대 공간의 기하학적 배당, 한국 전통 굿의 신명을 바탕으로 한 폭발적인 에너지의 운용 등의 독자적인 공연 양식적 특징이 두드러진다고 합니다. 대표작으로는 <오구> <햄릿> <바보각시> <어머니> <백석우화> 등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보게 되었으나 실력 있는 극단이었고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작품을 보고 '앞으로 연극을 자주 찾아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분명히 영화와는 다른 특별한 감정이입이 있었습니다. 특별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이중섭의 삶은 끝나지 않았다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이 대학로에 온다. 한 번 꼭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 극단 연희단 거리패


극 중에도 묘사되었지만 천재 화가 이중섭의 삶은 상당히 비극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극을 보고 난 후 그의 삶은 비극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 보면 시대의 희생양이기도 한 그의 삶이었지만 그의 삶을 통해, 그의 작품을 통해 그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힘겨웠던 현실의 유일한 돌파구였던 그림, 형을 보내고 어머님을 북에 두고 내려온 후 가족들과도 생이별해야 했던 그, 돈 버는 재주가 없어 하루하루를 연명하기 힘들었던 그였지만 그의 예술에 관한 혼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 충분했습니다.

지역에 사는 것이 불편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으나 서울이 살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월 10일에서 25일까지 공연을 한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관람 바랍니다.

이중섭, 그는 불행한 역사의 희생양이면서 화가였습니다. 하지만 그 또한 인간이었습니다. 그와 만남이 가슴 아팠지만, 꼭 만나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이중섭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기억하는 우리가 있는 한 그의 삶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용만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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