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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 물리고', 여자배구 3강의 흥미로운 먹이사슬

[프로배구] 상대 전적에서 뚜렷한 우열로 흥미진진

16.01.02 10:19최종업데이트16.01.0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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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천적은 따로 있었다. 2015-2016 NH농협 V-리그 여자부 개막 후 치른 전 경기에서 승점 추가 행진을 벌이던 현대건설의 기세가 꺾였다. 2015년 마지막 날에 수원 홈경기에서 흥국생명에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패했기 때문이다.

시즌 상대 전적 3승 1패로 흥국생명이 우위를 점했다. 이로써 흥국생명은 11승 6패 승점 30점을 기록하며 리그 2위로 뛰어올랐다. 두 팀 간의 관계만 그러할까. 어느덧 중반을 지난 이번 시즌 여자부 상위권에서는 재미있는 먹이사슬(?)이 형성되었다.

흥국생명은 선두 현대건설에는 강하지만 리그 3위 IBK기업은행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다. 시즌 상대 전적 3전 전패로 절대 열세. 단 한 점의 승점도 챙기지 못했다. 그런데 정작 IBK기업은행은 현대건설에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진출권인 1위부터 3위까지 서로 물고 물리며 견제하는 형국이다. 이제 4라운드 초반이지만 여자배구 팬들 사이에서는 정규리그 이후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대진의 이해득실까지 계산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 흥국생명 이재영 흥국생명 이재영이 공격을 성공시킨 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고 있다. ⓒ 전호상


현대건설의 강력한 서브와 높이

현대건설은 양효진-김세영(이상 센터, 190cm)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중앙이 특장점이다. 여기에 세트당 1.42개(2015년 12월 31일 기준)의 에이스를 기록할 정도의 가공할 서브로 상대를 공략한다. 블로킹은 세트당 2.7개로 독보적인 1위. IBK기업은행의 약점은 서브 리시브 라인의 불안이다.

지난 시즌까지 부동의 주전이던 수비형 레프트 채선아(175cm)는 이번 시즌 들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신인 전새얀(레프트, 178cm)으로 교체해주며 위기를 벗어나지만 시즌 운영을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거기에 센터진 중 한 축인 김유리(182cm)의 높이는 상대적으로 낮다. 주포 김희진(라이트, 186cm)은 유독 현대건설 전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IBK기업은행전 경기당 평균 서브 에이스와 블로킹 성공 수는 각 8개. 공격 루트까지 다양한 현대건설을 IBK기업은행은 당해내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흥국생명은 센터진을 포함, 높이가 낮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미들 블로커도 그렇지만 날개 공격수의 사이드 블로킹도 좋지 못하다. IBK기업은행은 현대건설 못지않은 높이의 팀이다. 블로킹 성공 수도 세트당 2.4개로 2위이며 서브 순위도 세트당 1.52개로 강력한 서브를 구사한다.

두 팀이 치른 3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은 서브 에이스 총 18개, 블로킹 30개를 성공했다. 서브 리시브가 무너지고 공격수들이 높은 블로킹에 위축되면 흥국생명으로서는 IBK기업은행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서브 리시브가 다소 불안해져도 IBK기업은행의 쌍포 맥마혼(라이트-레프트, 198cm)과 김희진은 오픈 공격으로 흥국생명 블로킹을 무력화한다. 지난 12월 13일 화성 경기에서는 국내 주포 이재영(레프트, 178cm)마저 발목 부상으로 결장하며 완패했다. 여러모로 IBK기업은행은 이번 시즌 흥국생명에 가장 버거운 상대다.

끈기와 집중력의 흥국생명

흥국생명은 블로킹 순위에서는 세트당 1.76개로 5위에 불과하지만 리그 1위의 유효 블록과 디그 실력으로 낮은 높이를 보완한다. 상대 공격을 어떻게든 건드려서 약화하고 건져 올려서 반격하는 끈질긴 수비 배구를 펼친다.

여기에 테일러(레프트, 186cm)-이재영이 승부처에서는 결정력 높은 공격으로 점수를 가져온다. 흥국생명과 현대건설 모두 공격루트가 다양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2단 연결 상황에서의 큰 공격은 아무래도 날개 공격수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에 근소한 우위를 보인다. 실제로 흥국생명의 현대건설 전 3승 중 2승을 풀세트 접전 끝에 거둔 바 있다. 현대건설 양효진은 패한 3경기 중 2경기에서 극도로 부진했다. 현대건설이 흥국생명에 거둔 유일한 승리는 테일러가 부상으로 결장한 지난 12월 17일 인천 경기에서였다. 천적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대목이다.

팬들은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배구는 결국 네트를 두고 벌이는 상대적인 종목이다. 상대의 약점이 곧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소로 이어지는 것은 모든 스포츠의 공통점이겠지만 리그 중반을 지나면서 V-리그 여자부 상위 세 팀의 강약점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구도는 매우 재미있다.

세 팀 사이의 먹이사슬은 계속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변화가 생길 것인가. 지금까지의 상대 전적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느냐가 후반기 V-리그 여자부 순위싸움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로 전망된다. 기존 3강 체제가 리그 종반까지 지속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또한 포스트 시즌에서는 어떠한 양상을 보일까.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한겨울 변화무쌍한 배구공의 향연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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