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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인삼공사의 이유 있는 부진

[프로배구] 외국인선수 의존, 소극적인 투자, 엷은 선수층으로 총체적 난국

15.12.31 12:58최종업데이트15.12.3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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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성대한 올스타전을 치르고 반환점을 돈 2015-2016 NH농협 V-리그 여자부는 이제 4라운드에 돌입해 다시 치열한 순위싸움을 시작했다. 현대건설이 16경기 13승 3패 승점 38점으로 프로배구 정규리그 순위결정방식이 차등승점제로 변경된 2011-2012 시즌 이후 개막 이래 치른 전 경기(12월 31일 현재) 승점 획득이라는 무서운 기세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전신 KT&G 시절 포함 V-리그 출범 이후 흥국생명과 함께 여자부 최다 3회의 챔프전 우승을 경험한 KGC인삼공사는 심각한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월 23일 김천 도로공사 전에서 지긋지긋한 11연패를 끊었지만, 이어진 29일 현대건설과의 대전 홈경기에서 0-3으로 완패하며 16경기 2승 14패 승점 7점으로 최하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시즌에 들어가고 나니 총체적 난국이다.

외국인선수 비중이 절대적인 팀 컬러, 변화한 리그 환경

▲ KGC인삼공사 헤일리 KGC인삼공사 외국인선수 헤일리가 공격을 성공시킨 후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 전호상


한국배구연맹(KOVO)는 이번 시즌부터 여자부 외국인선수 선발 제도를 트라이아웃(공개모집) 제도로 변경했다. 자격은 미국 국적의 만 21~25세 대학교 졸업예정자 및 해외리그 3년 이하의 선수 경험자로 국한됐다. 제도의 취지와 팬들의 반응은 차치하고라도 각 구단들은 변화한 환경에 대비해 전력을 보강하고 새롭게 팀의 미래를 치열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가장 잘 대처한 팀이 리그 선두 현대건설이다. 양효진-김세영(이상 190cm)으로 이어지는 국내 최고의 높이를 가진 미들 블로커진과, 전성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국내 최고의 왼손 라이트 공격수인 황연주(177cm)를 보유한 현대건설은 서브 리시브 능력을 갖춘 레프트 에밀리 하통(미국, 186cm)을 지명, 중앙공격 비중을 높이고 공격 배분을 고르게 가져가는 이른바 '토털 배구'로 선두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V-리그 여자부에서 외국인선수 제도를 처음 도입한 2006-2007 시즌 이후 현재까지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가장 높았던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이트 공격수 몬타뇨 마델라이네(콜롬비아, 185cm)-조이스 고메스 다 실바(브라질, 190cm)-헤일리 스펠만(미국, 198cm)으로 이어지는 KGC인삼공사 외국인 선수 혹사기는 여자배구 팬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다. 몬타뇨는 2011-2012 시즌에 정규리그 역대 최다 공격 시도를 기록한 선수였으며, 2013-2014 시즌에 입단한 조이스는 그 몬타뇨의 기록까지도 경신한 바 있다. 팀 공격을 거의 도맡다시피 하는 이번 시즌의 헤일리도 그렇게 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물론 월등한 공격력을 가진 외국인선수의 비중을 무시할 수는 없다. 최근 두 번의 리그 우승도 몬타뇨의 괴물 같은 활약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팀 컬러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조이스는 몬타뇨가 아니었고, 지난 시즌에는 아예 30경기 8승 22패 승점 26점을 기록하며 최하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명백한 이상 징후였고 트라이아웃으로 외국인선수들의 기량이 이전보다 떨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대안을 찾아야 했다.

이번 시즌 KGC인삼공사의 서브 리시브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주전 레프트 백목화와 이연주는 리시브에서 만큼은 그런 대로 제 몫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KGC인삼공사는 정확한 리시브의 활용도를 높여야 할 세트 플레이에서는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속공-이동공격-시간차 공격 순위에서 리그 최하위권이다. 두 주전 레프트의 공격력이 예전 같지 않은 현실과 맞물려 헤일리에게 공격 부담이 가중되고, 이는 승부처에서 체력 저하와 공격 실패, 범실 남발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센터 유미라(178cm)가 시즌아웃 당하는 부상으로 신음하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최대어 레프트 강소휘(GS칼텍스, 180cm)를 놓친 것이 불운이라면 불운이겠지만, 유미라를 대신하는 장영은(센터, 182cm)도 2011-2012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출신에 당시 35%의 지명확률을 가진 KGC인삼공사가 지명했으니 행운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50%의 지명확률을 가졌던 이번 드래프트가 반대의 경우로 과거의 재판이 되었을 뿐이다. 세터 이재은(176cm)의 발목 부상은 시즌 7연패가 진행 중이던 때에 나왔다. 부진과 무능이지, 불운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구단의 인색한 투자와 지원, 정체된 선수단 구성

2007년 여자부 FA제도가 처음 시행된 이래 KGC인삼공사는 단 한 번 외부FA를 영입했다. 당시 도로공사에서 데려온 세터 김사니(180cm)였는데 이것도 주전세터였던 이효희(현 도로공사, 173cm)를 대체하기 위한 자원이어서 실질적으로 외부 FA영입에 의한 전력 향상은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해 현대건설에서 세터 이숙자(은퇴, 현 KBS N스포츠 배구해설위원), 센터 정대영(현 도로공사, 186cm)을 영입해 두 번의 우승을 거머쥐었던 GS칼텍스나, KGC인삼공사와 같은 공기업으로 지난 시즌 IBK기업은행 세터 이효희와 GS칼텍스 센터 정대영을 FA로 영입해 팀 역사상 정규리그 첫 우승을 엮어낸 도로공사와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전 국가적인 경기 침체에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에서도 각 구단들이 긴축 경영에 들어가는 것이 시대적인 추세인 것은 분명하나 KGC인삼공사의 외부 FA영입 사례는 전체 여자배구 구단들 중에서도 일반적인 수준에도 못 미치는 양상을 보였다.

그렇다고 모기업인 KGC인삼공사의 재정이 빈약하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작년 5월에 남자프로농구(KBL) 안양 KGC인삼공사는 프랜차이즈 스타 양희종(포워드, 194cm)에게 계약기간 5년-보수총액 6억원, 최대 30억원의 'FA대박'을 안겨줬다. 내부 FA였고 종목별 시장성과 팀 내 비중 및 기여도, 샐러리 캡 금액 차이 등 여러 가지 고려사항이 있지만, 같은 기업 산하 프로구단 사이에 너무나도 판이한 구단 운영이 이루어지는 현실은 팬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외부 FA영입이 없다면 효율적인 트레이드나 선수 육성에서 활로를 찾아보는 것이 순리이며 간간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업배구 우수선수 영입도 고려할 수 있다. KGC인삼공사는 이 방면에서도 성과가 지지부진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보강한 선수는 신인선수들 이외에 현대건설에서 전력 외로 분류한 김진희(레프트, 176cm)와 도로공사에서 리베로 간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해란(168cm) 뿐이다. 국내 날개 공격수 주전인 백목화-이연주를 대신할 새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구단전력 향상의 방향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국가대표로 선발될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던 백목화는 눈에 띄게 폼이 떨어졌고, 그리 떨어지지 않는 신장을 가진 이연주는 운동능력, 힘보다는 기술적인 타법에 의존하는 공격에 한계를 더욱 노출하고 있다. 2012-2013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지명된 최수빈(레프트, 175cm)은 원 포인트 서버로 출전할 뿐이고 대체자원을 키울 의지는 있는지 의문이다. 174cm의 단신인 도로공사 레프트 황민경의 경우를 생각한다면 신장이 절대적인 걸림돌은 될 수 없다. 심지어 황민경은 세화여고 재학 시절과 도로공사 입단 초기 서브 리시브는 거의 가담하지도 않았던 라이트 공격수였다. 지금은 팀의 살림꾼 역할을 하며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프로 입단 이후에 기량 향상을 이뤄서 스타급 선수로 발돋움한 사례는 많다. 리그 최고의 센터 양효진은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까지 밀렸지만 고 황현주 전 현대건설 감독을 필두로 한 코칭스탭의 헌신적인 지도로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남자부 삼성화재 지태환(센터, 199cm)은 고교 때 배구를 시작한 늦깎이였지만 꾸준한 지도와 스스로의 노력으로 소속 팀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고 국가대표까지 선발된 바 있다. 역시 고교 때 비로소 배구를 시작한 KGC인삼공사 주전 센터 문명화(189cm)의 미래는 어떠할까.

역대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한 시즌 최소 승리 기록은 2006-2007 시즌 KGC인삼공사의 전신인 KT&G가 기록한 24경기 3승이다. 차등승점제로 정규리그 순위 산정 기준이 변경된 2011-2012시즌 이후 역대 여자부 정규리그 한 시즌 최소 승점 기록 역시 30경기 5승 25패 15점의 KGC인삼공사가 가지고 있다. 이 불명예스러운 기록들 중 하나라도 경신하는 게 이상해보이지 않을 정도로 KGC인삼공사의 전력과 경기력은 허약하기만 하다.

당장 다가오는 경기의 승패는 당연히 중요하다. 1988년 한국전매공사 배구단으로 창단해 한국담배인삼공사로 이어져 실업 무대와 프로리그를 거쳐 리그 3회 우승의 업적을 이룩하고 레전드 국가대표 공격수 최광희를 배출한 훌륭한 역사와 전통 또한 가지고 있는 팀이 KGC인삼공사다.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고 미래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이성희 감독과 구단 프런트의 과제일 것이다. 이성희 감독은 GS칼텍스 수석코치 시절 고 이희완 전 감독이 위암 수술로 투병하던 비상 시국에 감독 대행을 맡아 2007-2008 시즌 우승까지도 이뤄낸 능력이 있다. 지금은 그러한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능력을 보여줄 때가 아닐까. KGC인삼공사의 선전과 분투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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